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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부족함을 장점으로 바꾼 ‘감시자들’, 정우성이 살렸다
입력 2013-07-03 09:16 

영화 ‘감시자들(감독 조희석·김병서)을 보고 나오면 정우성이 맡은 악역 제임스의 과거가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제임스가 어떻게 잔혹한 킬러가 됐고, 무슨 연유로 정통(김병옥)의 말을 들어야만 했는지 등등.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감시자들은 그 궁금증을 끝내 해결하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설경구가 연기한 감시반의 황 반장 역시 과거가 있어야 할 인물 같다.
영화는 시종 빠르게 흘러가는데 그러면서도 신참 여형사 하윤주(한효주)의 성장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윤주가 감시반에 지원한 이유도 궁금한데, 한효주의 많은 부분을 드러내려 하니 그 아쉬움은 누그러진다. 제임스와 황 반장을 향한 궁금증보다 덜하다.
‘감시자들에서 이런 것들이 부족해 보이지만 극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장점으로 승화된다. 제임스나 황 반장의 과거에 집중했으면 전혀 다른 영화가 나왔을 것이 틀림없다. 윤주의 성장 이야기를 골격으로, 경찰과 범죄자의 대립각을 잘 살리며 쫀득쫀득하게 달려나간다.

세 주인공에게 궁금증을 간직한 채 감시반을 따라온 관객은 마지막에 낚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우성의 팬들도 실망할 수 있다. 끝나기에 앞서 이렇다 할 한방이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싱겁게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우성이 맡은 역할은 주연이 아니다. 한효주보다 등장 신은 적고, 대사도 별로 없다. 정우성은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받은 이 작품에 자신이 직접 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가 ‘감시자들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는 관객을 압도한다. 매서운 눈빛을 가진 그는 눈깜박할 사이에 사람을 죽인다. 동작과 행동, 손짓 하나하나에서 매력이 철철 넘친다. 왜 그가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정우성의 힘으로 제임스가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제임스의 매력이 반감됐을지도 모른다.
감시반이 수많은 CCTV와 스마트폰 위치추적 등을 통해 용의자를 발견한 뒤 특정 지역을 정해 일반인으로 위장 잠복하고, 제임스는 이를 눈치채고 따돌리려 하는 상황 등 숨 돌릴 틈 없는 고도의 심리전이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템포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적절히 조절해 관객의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사로잡은 점도 관람 포인트다.
또 서울 도심 테헤란로를 통제하고 촬영한 추격전, 건물 폭파 신을 비롯해 이태원, 청계천 등의 장면이 사실적인 재미를 더한다.
정체를 숨긴 채 범죄 조직을 쫓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감시자들은 그 단순함을 재구성해 펼쳐놓았고, 섬세하고 화려하게 스크린에 선보인다.
두기봉 감독의 ‘미션, ‘흑사회 등의 각본을 쓴 유내해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천공의 눈이 원작이다. 원작에 출연했던 중국 배우 임달화도 깜짝 등장해 원작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3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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