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 대통령의 '말말말', 그리고 북한의 '말말말'
입력 2013-07-01 12:42  | 수정 2013-07-01 16:46
박근혜 대통령이 3박4일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은 박 대통령이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통'으로 생각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중요한 순간순간 의미 있는 말을 던지며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심신지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으로 박 대통령이 이번 중국 방문의 슬로건으로 삼은 말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지나온 21년과는 다른 새로운 20년을 새롭게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에 화답하듯 통일시대 한학자인 최치원의 시를 인용해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이라는 말로 화답했습니다.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라는 뜻으로 앞으로 한중관계가 지속적이고 우호적으로 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공자의 '논어'를 인용했습니다.

'시오어인야 청기언이신기행, 금오어인야, 청기언이관기행'

'처음에는 사람의 말을 듣고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는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라는 뜻으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와야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의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칭화대 연설에서는 중국 고전인 '관자'의 구절을 중국어로 인용했습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
- "칭화대 학생 여러분을 보니 곡식을 심으면 일 년 후에 수확하고 나무를 심으면 십 년 후에 결실을 보지만 사람을 기르면 백 년 후가 든든하다는 중국 고전 관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

주역에서 따온 칭와대의 교훈을 언급했고, 중용과 삼국지의 글귀도 연설문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 "이곳 칭화대의 교훈이 '자강불식 후덕 재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칭화대 연설도중 마이크가 고장 나자 재치있는 유머도 던졌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이렇게 마이크가 고장 났을 때 사람들은 "아니 칭화대가 이공계가 이렇게 강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칭화대가 이공계가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겁니다.

박 대통령은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하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고전과 철학서, 속담을 인용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랑, 황금, 빨간색 옷을 입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자리에서는 노란색을,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는 빨간색을, 그리고 중국 서열 2~3위인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날 때는 분홍색 옷을 입었습니다.

칭화대 연설에서는 칭화대의 상징 색깔인 보라색 옷을 입었습니다.

이런 친 중국적인 제스처는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 (칭화대 연설)
- "오늘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한국과 중국이 열어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중국 언론도 호응했습니다.

중국신문사는 '중국은 박 대통령 방중 내내 높은 격의 예우를 다했다. 일반적인 외국 정상의 중국 방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썼습니다.

CCTV는 '박 대통령의 수준 높은 중국어 실력에 청중들이 놀랐다', 홍콩 봉황TV는 '중국 고사 인용에 청중들이 감동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성공적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호평을 시기, 질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은 초조한 마음으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바라봤습니다.

물론 중국 측이 '북핵 불용'이라는 문구를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넣지 않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 합의한 것은 불쾌했을 법합니다.

더구나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강한 호감을 표출한 것에 대해 기분이 나빴을 법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북한 대남기구인 조평통은 박 대통령이 칭화대 연설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 발언한 것을 두고 오늘 혹독한 설명을 내놨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조평통 성명
- "우리의 존엄과 체제, 정책 노선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용납할 수 없는 중대도발이다."

또 한미중 세 나라의 대북 공조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조평통 성명
- "반북 국제공조로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허망하기 그지없는 개꿈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북한의 불편한 속내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과거 김정일 전 위원장도 받아보지 못한 후 한 대접을 박 대통령이 받았으니 그럴 법합니다.

특히 하반기쯤 김정은의 중국 방문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더 신경이 곤두섰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남북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올까요?

지금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북한이 결국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조평통 성명
- "우리는 박근혜에 대해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바란다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을 비롯한 부질없는 공허한 놀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백해무익한 대결적 언동을 걷어치우고 민족적 입장에 돌아서야 한다."

북한의 말말말은 항상 과장법과 반어법이 있기 때문에 새겨들어야 합니다.

어쩌면 북한은 지금 겉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 목소리를 내지만, 속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대화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잘만 하면 좋은 쪽으로 남북관계가 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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