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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7번타자` 김상현, 부담이 낳은 부진
입력 2013-06-30 15:49  | 수정 2013-06-30 16:52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의욕은 앞서는데 쉽진 않다.”
거포에게 장타를 바라고 홈런 타자에게 홈런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득점권에서의 한 방도 필수적이다. 거포들은 중심타선에서 팀이 필요한 순간 적시타를 때려낸다. SK 와이번스 김상현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런 모습이다.
김상현은 거포이자 홈런 타자다. 2009년 타율 3할1푼5리로 홈런왕(36개), 타점왕(127타점)이었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야구팬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모습만 놓고 보면 어느덧 추억이 됐다.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과 심적 부담으로 좀처럼 예전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SK 김상현이 심적 부담으로 인해 부진에 빠져있다. 4번 타자에서 7번 타자로 타순이 내려온 김상현이 부활을 다짐했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달 6일 KIA에서 SK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5월 7일 두산전에서 3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린 김상현은 SK에 ‘김상현 효과를 선보이며 4번 타자로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김상현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적 후 5월 타율 4할6푼5리(73타수 34안타)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6월에는 타율 2할2푼4리(58타수 7안타)의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경기 출장 빈도도 줄었고 4번을 지켰던 타순도 하위 타순으로 떨어졌다.

코칭스태프도 김상현을 지켜보는 마음이 답답하다. 이만수 SK 감독은 28일 경기장에 나서기 전 원정 숙소에 있는 커피숍에서 김상현과 면담을 가졌다. 이만수 감독은 본인이 가장 힘들어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감독은 김상현에게 타격폼 바꾸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스타일로 편하게 하라”라고 말하면서도 단 하나, 포인트를 앞에 두고 쳐라”고 조언했다.
이날 김상현은 타격장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선수들이 연습을 끝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에도 김상현은 그라운드에 남아 몇 번의 스윙을 더 했다. 모든 연습이 종료돼 선수들이 연습구를 정리하자 그제야 김상현은 스윙을 멈추고 공을 주웠다. 고참 선수로서 공을 줍는 일은 흔하지 않다. 김상현은 못 하니까 이거라도 해야죠”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팀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공을 줍는 김상현의 마음은 편치 않다.
하루 휴식을 취한 김상현은 29일 LG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3타수 무안타. 첫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손주인의 다이빙 캐치에 잡혔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석에서는 더 뻗지 못하고 우익수 이진영에게 잡혔다.
고개 숙인 김상현에게 지나가던 LG 선수들이 한국프로야구 MVP”라며 어깨를 치고 갔다. 부진한 지금은 답답하기만 한 말이다. 김상현은 옛날 일을 왜 얘기하느냐.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상현은 2009년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답답하다. 장타가 안 나오니 불안하다”며 고개 숙였다. 이어 안타 하나 치는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 홈런이 아니면 분위기 전환이 안 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심적 부담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렇다고 부담감에 막혀 멈출 수 없다는 김상현이다. 김상현은 의욕이 앞서 힘이 들어갔다. 그간 마음 고생을 많이 했으니 이제 타석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위타순으로 내려간 것은 중요하지 않다. 부담을 떨쳐내고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김상현이 부활을 꿈꾸며 다시 각오를 세우고 있다.
[gioia@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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