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인천에게 29일 홈경기는 일종의 시험대 같은 경기였다. 지난 26일 성남과의 경기에서 1-4로 대패한 후 만나는 팀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포항이었다. 14경기를 치르면서 단 1패에 그치고 있는 포항은 올 시즌 가장 안정된 전력을 보이고 있는 팀이다. 자칫 연패를 당할 수도 있는 상대였다.
악재도 있었다. 간판 공격수 설기현이 성남전에서 상대에게 거친 파울을 범해 사후징계로 2경기 출장정지를 받았고, 이천수 역시 아킬레스건 쪽에 부상을 당해 2주 정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중요한 공격옵션 2명이 빠진 상황에서 리그 최소실점(14실점)을 자랑하는 포항의 방패를 뚫어야했다. 올 시즌 특별한 어려움 없이 순항하던 인천에 있어 고비 같은 경기였다. 그 고비를 너무도 잘 넘겼다. 확실히 인천은 강해져 있었다.
강호의 조건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기복 없는 경기력이 나와야한다. 올 시즌 첫 위기였던 포항과의 경기에서 인천은 기복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인천에게서는 이제 강팀의 향기가 나고 있다. 사진(인천)= 김영구 기자 |
가뜩이나 지난 경기에서 4골이나 허용해 수비수들의 자신감이 결여될 수 있는 경기였는데 수비수의 실수로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니 부담이 더 커졌던 상황이다. 하지만, 인천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음이 급해질 법도 했지만 베테랑 김남일의 중원 조율과 함께 인천은 서두르지 않고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미드필드 플레이로는 리그 최고로 평가받는 포항과의 중원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상대를 압박하던 인천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27분 디오고의 빗맞은 왼발 슈팅이 포항 골문 오른쪽을 벗어나려던 순간, 집중력을 가지고 쇄도하던 ‘루키 이석현이 골문 안으로 방향을 바꿔놓으면서 균형추를 맞췄다. 끌려가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졌음을 감안한다면 값진 동점골이었다.
이후 꽤나 수준 높은 내용이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수놓았다. 한쪽이 특별히 밀리지 않았고 다른 쪽이 압도하지도 못했다. 그만큼 팽팽한 일진일퇴가 펼쳐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천 쪽에 점수를 더 줄 수 있었다.
대부분이 A매치 휴식기 이후 23일과 26일 경기를 통해 리그 재개에 돌입한 것과 달리 포항은 29일 경기가 후반기 첫 경기였다. 다른 팀들보다 1주일을 더 쉬었다는 뜻이다. 사흘 전 경기를 치른 인천과 근 한 달을 쉰 포항의 체력이 같을 수는 없었다. 실전감각이라는 측면에서는 포항에 아킬레스건이 있겠으나 시즌 중 휴식기였기에 큰 부담까진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이 보여준 경기력은 인천도 일정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설기현이 있었다면, 이천수가 나왔다면 더 좋은 공격력이 가능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빠졌다고 인천의 공격력이 결코 무뎌진 것도 아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팀도 아니라는 방증이다.
막아내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대등함을 넘어 포항을 몰아세우던 인천은 결국 스코어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후반 13분 디오고가 살짝 내준 패스를 이석현이 페널티에어리어 전방에서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신화용 골키퍼의 다이빙을 피해 오른쪽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소위 말하는 ‘빨랫줄 같은 골이었다.
결국 승리의 파랑새 이석현의 2골로 인천은 선두 포항에게 2-1 역전승을 거뒀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승리였다. 만약 포항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이후 일정에 적잖은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연패를 막았고, 홈에서의 부진도 만회했다.
강호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기복 없는 경기력이 나와야한다. 한 두 경기 반짝 잘할 수는 있으나 한결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두 경기 못할 수는 있으나 그 부진을 금세 만회한다는 것 역시 어렵다. 그 ‘꾸준함을 인천이 보여주고 있다. 인천은 올 시즌 연패가 없다. 그들이 왜 2위에 올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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