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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호 “분위기는 최고”…공‧수 ‘온도차’ 과제
입력 2013-06-26 08:3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만수 유재학 감독이 남자농구대표팀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선수 구성에 따른 현실성 있는 맞춤형 선택이지만, 모험에 가까운 극단적 처방이 더해졌다.
대표팀은 8월1일 개막하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간다. 상위 3개국에는 내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은 16년 동안 세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번이 기회다. 유 감독은 세계선수권대회 목표와 함께 2014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겨냥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16년 만에 세계무대 진출을 위해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서민교 기자
이번 대표팀은 색깔이 분명하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유 감독의 색깔과 조금 다르다. 기본적인 큰 그림은 같지만 세부적으로 달라졌다. 더 치밀해졌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공격과 수비에 대한 온도차가 확연하다.
이번 대표팀은 선수 구성부터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13명으로 줄인 예비엔트리 가운데 가드는 무려 6명이고 포워드는 단 2명이다. 나머지 5명은 센터다. 유 감독은 아직 확정된 명단은 아니다. 존스컵 이후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포지션 구성의 변화는 없다. 유 감독의 이번 대표팀 방향성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선수 구성이다. 유 감독의 농구철학 그대로 ‘수비농구의 극대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드에 대한 집중도다. 양동근 김태술 박찬희 김선형 조성민 김민구 등 6명의 가드가 포진했다. 쉴 틈 없는 압박수비를 위한 카드다. 6명의 가드가 돌아가며 상대를 지독하게 압박한다. 일종의 인해전술이기도 하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차가 크지 않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전략이다.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과 수차례 연습경기를 치른 인천 전자랜드 가드 정영삼도 대표팀의 압박수비에 혀를 내둘렀다. 정영삼은 압박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2~3명이 하는 게 아니라 벤치에서 계속 나와서 돌려막으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전반에 힘을 빼고 나니까 하프코트를 넘어오면 지칠 정도”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은 가드진의 압박에서 그치지 않는다. 포워드와 센터의 선수 구성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포워드에 윤호영과 문태영, 센터에 김주성 이승준 최부경 김종규 이종현 등 모두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이다. 사실 포워드 7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압박에서 트랩 디펜스로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센터들이 3점슛 라인 밖까지 나와 압박을 하면서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한다. 가드 뿐 아니라 포워드와 센터도 쉬지 않고 뛰면서 돌려막기를 하는 시스템이다.
중국과 이란을 상대로 신체조건에서 밀리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수비다. 유 감독은 우린 신장에서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앞선부터 확실하게 압박을 해야 한다. 공이 없는 상대를 막을 때도 자신의 수비는 물론 항상 공이 움직이는 곳의 시선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수비에 비해 공격이 취약하다. 확실한 센터나 스코어러가 없는 대표팀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반복된 고민거리다. 유 감독은 어차피 수비를 잘해도 공격에서 득점을 해야 이길 수 있다”며 공격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빠른 트랜지션에 의한 속공이나 세트 오펜스에서의 외곽슛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격도 수비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움직임을 갖는다. 겹겹이 스크린을 걸면서 끊임없이 찬스를 노력야 승산이 있다. 유 감독은 공격은 정말 고민이다. 우리가 확실한 빅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크린을 통해 슛 찬스를 노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그 슛이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슛 정확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답답해 했다.
대표팀의 스파링 상대를 하고 있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대표팀이 공격에서 계속 찬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슛의 기복이 있다. 한 번 폭발하면 정말 무서운데 그렇지 않으면 꼬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정영삼도 우리가 대표팀에 세트 오펜스에서 득점을 허용하는 것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유 감독은 일단 수비 조직력이 안정화 된 뒤에 공격에 대한 조직력도 맞춰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만가지 전술도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표팀의 유일한 슈터 조성민은 슛이 잘 들어가지 않아 고민이지만, 무조건 열심히 연습해서 들어가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고, 주장 양동근도 이젠 공 탓을 할 수도 없다. 다 변명일 뿐이다. 연습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승준과 함께 귀화혼혈선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문태영도 공격에 대한 부담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였다. 문태영은 유 감독이 공격형 포워드로 낙점한 후보다. 문태영은 지금은 워낙 수비에 치중을 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공격을 할 때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이 있다”면서 공격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다음주 쯤이면 슈팅력도 공격도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에 참가해 최종 점검에 나선다. 유 감독은 존스컵에서 6명의 가드 시스템과 이승준, 문태영의 카드도 실험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 대표팀 분위기는 정말 좋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나 분위기가 더 좋은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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