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사실 축구계 내부에서 홍명보 감독의 부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미 내정이 된 상태이나 최소한의 형식적인 시간을 벌기 위해 발표를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이 중론이다. 관심은, 관건은 홍명보 감독의 계약기간이었다. 1년은 아니었다. 그러나 5년도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24일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8일 이란과의 최종예선 이후 한국 축구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차기 대표팀 사령탑은 결국 한국축구의 진짜 아이콘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명보 감독 내정은 기정사실이었다. 관심은 계약기간이었다. 1년은 아니었으나 5년도 아니었다. 황태자 홍명보를 위한 절묘한 시간 2년이었다. 사진= MK스포츠 DB |
2년이라는 계약기간이 축구협회의 제안인지 홍명보 감독의 선택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6일 오후 2시 파주NFC에서 예정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의 입을 통해 공개될 내용이다. 하지만, 그 2년이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 모두의 최소한의 부담을 덜 카드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홍명보는 한국축구의 황태자 같은 존재다. 선수로서 또 지도자로서 축구인 홍명보처럼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이는 드물다. 아니, 홍명보처럼 ‘욕을 먹지 않은 축구인은 드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작은 흠집만 있어도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한국의 풍토에서 적어도 홍명보만큼은 비단길을 걸었다.
그런 홍명보는 축구협회 입장에서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와 같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홍명보라는 축구인의 존재는 지금까지도 상당했고 앞으로 더더욱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좀처럼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축구협회 입장에서 ‘황태자 홍명보는 든든한 아군이자 지켜야할 중요한 자산이다.
실상 지금 홍명보 카드를 꺼내는 것은 축구협회도 홍명보 감독도 부담이 적잖다. 2009년 U-20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까지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 하고 있던 홍명보는 언젠가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될 재목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본인도 지금은 부족하다고 고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히 썼다가 일이 그릇되면 답답해진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고육책에서 일찍 ‘홍명보 카드를 꺼낸 느낌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기간 2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년이라는 단발카드, 5년이라는 장기신뢰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브라질월드컵까지만 한정한다면 또 다시 눈앞에 급급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굳이 미래가 창창한 홍명보를 쓸 필요가 없었다는 논리에 맞서기 힘들다.
사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맡겨보자는 의견이 적잖았다. 하지만, 이 역시 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게는 부담스러운 족쇄가 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아직 A대표팀 이력이 없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성공가도를 달렸으나 어쨌든 국가대표팀을 이끌고는 보여준 것이 없는 지도자에게 5년이라는 기간을 맡기는 것은 또 다시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2년은 황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절묘한 시간으로 파악된다. 그냥 2년도 아니다. 그 2년 속에는 2개의 큰 국제대회가 있다. 하나는 브라질월드컵이고 다른 하나는 호주아시안컵이다. 실상 한국이 나가는 축구대항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2개 대회다. 결국 이를 통해서 홍명보 감독의 다음을 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사료된다.
두 대회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아주 자연스러운 연장이 가능하다.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홍명보라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 축구인도 자연스럽게 물러날 명분이 있다. 결국 계약기간의 조율이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데 큰 역할을 공산이 크다. 승부사 홍명보 감독 역시 무턱대고 5년 보장은 원치 않았을 것이다. 부담은 덜고 승부욕도 키우는 절묘한 시간 2년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