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엑소, 늑대 탈을 벗은 소년들의 관찰카메라
입력 2013-06-20 14:37 

늑대소년들이 초여름 가요계를 사냥했다. 데뷔 1년 만에 완전체로 합쳐진 엑소(EXO)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컴백 2주 만에 ‘늑대와 미녀(Wolf)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싹쓸이 했다. 동시에 미국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해외 반응은 더 뜨겁다.
어느덧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는 카이, 루한, 타오, 첸, 세훈, 레이, 시우민, 백현, 디오, 수호, 크리스, 찬열이 늑대의 탈을 잠시 내려놓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의 문을 두드렸다.
등장부터가 들썩들썩하다. 이른 오전부터 사무실을 밝힌 이들은 입장부터 일렬로 서는 것까지도 일이지 싶다. 한 번 열린 문을 닫힐 줄을 모르고, 멤버들이 줄줄이 쏟아져 들어온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 숫자를 헤아려 보니 한 명이 부족하다 싶더니만 마지막으로 시우민이 당도했다. 멤버들이 많다 보니 어딜 가도 머릿수를 헤아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공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장 큰 방으로 이들을 인도했지만, 의자가 부족해 두 명의 멤버는 뒤에 앉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연신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괜스레 미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그 밝음의 이유엔 열두 명의 소년들이 마침내 수식어로 얻어낸 ‘1위 가수 타이틀이 있다. 감격이 얼마나 컸던 것인가. 첫 1위를 수상했던 ‘뮤직뱅크에서는 리더 수호의 명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수만 선생님을 두 번이나 찾으며 서럽게 울컥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이날도 내심 그런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조곤조곤 말을 이어간다.
수호는 리더라서 해야 하는 말이 있어서 해야 하는데 눈물은 나오려고 하고…”라고 설명했고, 그동안 다시 감격에 젖은 멤버들을 눈을 보니 눈물을 보인 건 그뿐만이 아닌 듯하다. 대기실로 돌아와서 그보다 더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멤버를 제보해달라고 요청하자 찬열이 카이와 레이를 꼽았다.
찬열은 사실 저희 모두 짠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저는 다음 스케줄을 위해서 눈이 부을까봐 눈물을 참았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왠지 모를 자랑스러운 미소다.
다소 어른스럽고(!) 아이돌 모범생다운 발언을 선보이는 이들이지만 제법 구미가 당기는 화제를 내놓으니 저마다 단발성의 외침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을 가장 흥분시킨 소재는 역시 ‘회식이다.
저희는 싫어하는 거 없어요.”(백현) 회식 좋아해요.”(찬열) 인터뷰 내내 뒷자리에 물러나 있어야 했던 두 사람, 시우민도 허리를 세우며 한우”를 외쳤고 카이도 그제도 어제도 먹었고, 오늘도 회식할 거다. 닭갈비”라며 열광했다.
알고 보니 인터뷰가 진행된 이 날은 춘천에 팬 사인회가 예정돼 있었다. 닭갈비가 주는 행복이 이리 컸던가. 냉미남 포스를 풍기던 카이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걸 보니 말이다.
묵묵히 미소 짓던 첸은 회식이라기보다는 춘천하면 닭갈비니까… 아무래도 나이대가 다 한창 먹을 때라, 식비가 많이 나온다”며 잠시 이성을 잃은 듯한 장내를 정리했다.
멤버가 많다보니 식사는 늘 회식이 되고, 숙소는 늘 수학여행 장이 된다. 백현은 저희 열두 명이면 많으니까 어딜 가든 든든하고 어깨가 살짝 올라가게 된다”며 뿌듯해 했고, 농구나 축구 같은 단체 운동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러다보니 이동하는 차 안도 이들에겐 놀이터다. 팀내 분위기 메이커인 백현은 노래방에 갈 필요도 없이 차 안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른다고. 이에 멤버들은 혼자 잘 논다”(시우민) 끝없이 논다”(첸) 등의 증언을 늘어놓으며, 별명인 ‘비글의 면모를 확인시켜줬다.
이에 대적하는 찬열은 최근 팀 내 ‘댄스 대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메인댄서를 제외한 멤버들끼리만 각축을 벌였다고.
처음으로 춤추고 박수를 받아봤어요. 웃음의 영광을 드리고 후유증을 얻었죠. 4일 정도 됐는데 걷기가 힘들어요.”(찬열) 춤출 때 신발, 모자 등 모든 걸 던지더니 정말 모든 걸 다 잃었어요.”(카이) 이제 기사 나가면 작가누나들이 찬열이 보고 춤 시킬 것 같아요.”(백현)
춤 얘기가 나오니 카이의 목소리가 다시 격양됐다. 카이는 아마 그 날 동영상이 공개되면 난리가 날 것 같다”며 즐거워했고, 찬열이 우울할 때보면 좋다”고 덧붙여 미공개 영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자리에서 공개해달라는 요청에도 아쉽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
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숙소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의 광팬들이 된단다. ‘회식이후로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 ‘런닝맨은 그들이 꼽은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다. 초능력을 쏘면서 술래잡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멤버들은 저마다의 ‘런닝맨 예찬을 늘어놓았다.
이때 첸이 ‘런닝맨도 좋지만 평소 예능프로그램 많이 챙겨본다. 불러만 주신다면 뭐든 열심히 하겠다”며 소란해진 장내를 정리하려했으나 이미 ‘예능으로 하나 된 이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외쳤다.
특히 팀 내 최고의 늑대남으로 꼽힌 백현은 ‘진짜 사나이에 나가고 싶다”며 상남자 면모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에 멤버들은 쟤(백현)는 꼭 보내야 한다”며 입을 모았고, 기자는 그거 요즘 유격도 가던데 괜찮겠냐”며 만류했으나 한 대답만 돌아왔다. 꼭 가고 싶습니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디오는 정글의 법칙”을, 루한은 1박 2일”을 외쳤다. 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꼽았으나, 세훈은 우결 찍고 싶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멤버들은 번쩍 튀어 오르며 개인적인 의견이니 쟤(세훈)만 얘기한 걸로 해 달라”며 입을 모았다. 헷갈릴까봐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꼽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첸이다.
이처럼 함께 하기만 해도 즐거운 이들을 인터뷰 후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재회하는 행운(!)을 얻었다. 알고 보니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왔다고. 오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회식에 열광하던 이유를 알 법도 같았다.
주변은 장소의 특성 상 연령층이 높다보니 이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에 신난 듯 멤버들은 햇빛을 쐬며 광합성을 하거나 쇼파에 기대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등 자유를 즐겼다. 평온한 표정에 어딘지 모를 안쓰러움도 느껴졌다. 이것이 그들에겐 유일한 ‘일탈이라면 일탈이기 때문. 인기를 쌓아가면 쌓아갈수록 이런 자유도 더 이상 쉽게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SM엔터테인먼트라는 첫 번째 관문에서 데뷔를 이뤄낸 것이 얼마나 크고 힘든 일이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얻은 이 자리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엑소의 지금이 행복하다”는 말도,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다 진심으로 다가온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소담 인턴기자/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