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화려한 콘크리트 건물들은 도시 위 살아가는 사람들의 끊임없이 유혹하고,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외관에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조용히 눈물을 흘리다 사라졌던 거푸집의 존재와 그의 수고를. 연극 ‘거푸집 혼돈은 ‘건물이 아닌 수많은 건물을 만들고 사라져간, 더 많은 거푸집들에 대한 이야기다.
연극 ‘거푸집 혼돈 무대 위 익수, 상희, 병두, 재수는 학생운동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낸 절친했던 친구들이다.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재수를 형사들로부터 피신시키기 위해 애쓰던 중, 총기 오발사고로 인해 익수가 재수를 대신해 구속 수감되고, 상희는 이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이상상태에 빠진다.
거푸집은 건물의 형태를 좌지우지하는 만큼 건축의 단계에서 큰 축을 차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완성된 건물의 가치만을 이야기 할 뿐, 그 건물이 존재하기까지의 희생된 수많은 거푸집들의 존재는 모르거나 때로는 잊어버렸거나, 혹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온갖 장식으로 허세를 부리며 살고 있다.
연극 거푸집 혼돈은 사회적 모순과 이에 대한 역설적 삶을 거푸 집안에 투영시키며 관객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잘나가는 국회의원인 재수처럼 건물에 해당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를 대신해 구속 수감됐던 익수와 같이 거푸집에 해당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서로 사는 모습과 그 역할은 다르지만, 건물의 삶을 사는 이들 못지않게 거푸집의 삶을 사는 이 또한 소중하다. 인생 그 자체가 이미 큰 의미의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모순과 이에 대한 역설적 삶에 대한 슬프지만 유머러스한 성찰을 다룬 연극 ‘거푸집 혼돈은 오는 30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