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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선 희대 스캔들의 비밀… ‘글루미데이’
입력 2013-06-18 16:52 

그것뿐이야. 살아야해. 불꽃처럼. <에필로그 中>”
조선 사회 희대의 스캔들이 무대 위에서 되살아났다.
지난 1926년 8월 동아일보에 ‘현해탄 격랑 중에 청춘남녀의 정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비극의 주인공은 일제강점기를 반영한 작품을 쓴 선구적 극작가이자 연극운동가인 김우진과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 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은 29살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지만 멈출 수 없는 강한 이끌림으로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여기까지가 팩트(fact)다.
뮤지컬 ‘글루미 데이는 이 최고의 스캔들에 ‘사내라는 의문의 인물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굴레를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던 윤심덕과 유복한 환경 안에서 예술인을 꿈꿨던 김우진. 신분과 지위를 초월한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신파극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철저히 ‘오산이다.

의문의 죽음 뒤 항상 따라다니는 의혹. 작품은 이 의혹을 바탕으로 무궁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가십에 불과했던 스캔들을 숨겨진 진실을 머금은 미스터리로 완전히 탈바꿈 시켰다.
김우진과 윤심덕,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사내. ‘한명운 혹은 호시노 아카시 이름도 나이 모든 것이 불분명한 ‘사내는 어느 날 갑자기 두 연인의 앞에 나타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든다.
상실과 절망이 지배하던 일제강점기, 염세주의에 빠져있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며 이들 내면의 울분을 자극한다. 이 작품을 단순 치정극이 아닌 숨가쁜 스릴러로 탄생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갑갑한 현실을 잊고 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두 사람과 이들을 비웃으며 ‘죽음이라는 가장 잔인하고 아름다운 결말로 이끌어가는 사내의 이야기다. 배우 윤희석이 3년 만에 무대에 서게 한 복귀작이기도 하다. 공연 기간이 짧아 머뭇거리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6월 5일~6월 23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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