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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드래프트 1순위, 성공보장 아니다
입력 2013-06-18 09:31  | 수정 2013-06-18 09:52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2014년을 대표할 최고 신인이 가려졌다. 하지만 드래프트 1순위 선수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 만큼이나 깎고 다듬어 눈부신 보석으로 키워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구단 KT 위즈는 2014신인드래프트 우선지명 선수로 부산 개성고의 좌완투수 심재민과 천안 북일고의 우완투수 유희운 선수를 선택했다고 17일 밝혔다. KT가 신생구단임을 감안해 지역연고제에 따라 1차지명을 실시하는 나머지 8개 구단과 NC(지역연고 무관 1차지명)에 앞서 2명의 선수를 우선지명했다.
이들은 사실상의 2014 신인드래프트 공동 1순위 선수. KT 스포츠 권사일 사장은 지명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첫 KT 야구단 소속 선수를 선택하는 역사적인 일인 만큼 심사 숙고를 거듭한 끝에 두 선수로 결정하게 됐다”며 고교 최정상급 왼손 투수 심재민과 오른손 정통파 투수 유희운은 미래 KT 위즈 야구단 마운드의 원 투 펀치로 성장할 재목이라 판단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구단 측의 기대만큼 두 선수 모두 올해 고교야구에서 가장 촉망받는 좌완투수와 우완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심재민은 140km 후반대의 빠른 공을 뿌릴 수 있고 커브, 슬라이더 등의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NO.1 좌완. 사전접촉 의혹 논란이 있었을 만큼 뜨거운 신인이다. 지난해 제 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서는 2학년임에도 불구, 첫 경기 베네수엘라전과 숙명의 일본전에 선발 등판하는 등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해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은 경기 등판하지 못했고 성적 역시 빼어나지 않지만 지난해에는 2승 9패 평균자책점 2.68, 102탈삼진을 기록했다. 개성고가 돋보이는 전력이 아닌 탓에 승률은 떨어지지만 투수로서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 KT가 2015년 1군에 합류하는 만큼 부상회복에 매진한다면 특급 좌완이 탄생하리라는 기대감이 높다.
유희운은 사실상 깜짝 지명에 가까웠다. 150km에 가까운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 제주고 임지섭과 지난해 역시 140km 후반의 볼을 뿌리며 심재민과 넘버원투를 다퉜던 서울고 우완투수 배재환, 올 시즌 눈부신 성장을 거듭 한국야구 최다탈삼진 기록(26K)을 경신한 대구 상원고 좌완투수 이수민 등이 존재했기 때문. 하지만 유희운이 황금사자기를 통해 149km의 공을 던지면서 가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190cm의 장신이라는 이점에 민첩하고 유연한 몸을 갖춰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 올해는 43이닝을 던져 3승3패 평균자책점 2.02, 25탈삼진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들이 가장 주목받는 신인임에는 틀림이 없고 눈부신 재능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근 사례는 육성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신인들이 데뷔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일본의 사례와는 달리 한국은 신인이 즉시전력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아마야구의 수준 하락은 야구강국 일본 역시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혹사 논란은 여전하다. 모 구단의 코치는 사실 신인들 중 특히 투수는 부상이 없는 선수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워낙 광범위하게 부상이 만연해 있다 보니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 그 것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교야구의 주축 선수들인 특급신인들은 고교야구서 혹사를 경험, 1군 무대서 훈련이나 실전이 아닌 재활부터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심재민은 어깨, 유희운은 무릎 부상 전력이 있는 상태. 이들 역시 KT에서 재활과 육성을 거쳐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
고교야구 스스로도 지명에 집중해 선수들의 완성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신인돌풍을 막는 요소. 투수의 경우는 밸런스나 종합적인 완성도보다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것에 몰두하고, 타자들도 점수를 쥐어짜내고 점수를 올리는 이기는 야구에 집중한다는 것. 기본기보다 성적을 끌어올리는 타격을 아마추어 현장감독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아마야구에 능통한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신인들을 찾기 어렵다. 2007년 임태훈(두산)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수 신인왕의 대가 끊겼다. 이른바 ‘중고신인들의 활약이 야구판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잠재력의 맹신보다 지명 이후를 주목해야 되는 것.
특히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1순위 신인들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신정락(LG), 2011년 유창식(한화), 2012년 이민호, 노성호(NC, 우선지명) 2013년 윤형배, 이성민(NC, 우선지명) 등 최근 4년간 지명된 투수들 중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 없다. 당장 프로 1군 경험이 없는 신인들은 잠재력만큼 육성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신인드래프트 상위순위에 뽑히는 선수들은 그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원석을 찾아내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다듬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006년 한 고교졸업 좌완투수는 2차지명 1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 그리고 그 투수는 대한민국 야구사를 바꾸고 미국으로 건너가 맹활약 중이다.
드래프트 상위 지명 선수들은 데뷔전부터 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겨우 열여덟 혹은 열아홉, 스물 두서넛의 선수들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오늘도 묵묵히 치고, 달리고, 던지고 있다. 그들의 땀방울은 모두 귀하다. 우선 지명된 2명의 투수와 7월 1일 시행되는 2014신인드래프트 지명 선수들, 그리고 주목받지 못하는 있는 많은 선수들은 무한한 미래를 품고 있는 한국야구의 빛나는 보석들이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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