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인터뷰 전문]
▶ 남북이 당국 회담 전까진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격을 문제로 회담을 무산시켰어요. 장관님께서는 이렇게까지 상황이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회담을 제의한 것부터…. 그때가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이었거든요. 미중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특히 북핵 문제가 제일 중심 주제라는 얘기가 진작부터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결론을 보지 않고 북한이 서두르는 게 조금 이상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때 벌써 나오는 얘기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져서 북핵을 불용하고 비핵화를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로. 지난 20년간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면 하나의 거대한 상황 변화입니다. 큰 변화가 있을 때 흔히 코르페니쿠스의 기동설 부터 천동설처럼 동북아 국제정치의 전체적인 국면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고 거기에 대해서 설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종전의 연장선상에서 최룡해가 북경에 가기 전, 일본 특사가 북한에 다녀온 다음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모르긴 해도 당시 정세를 봐서 일·북 수교에 대해서 뭔가 얘기고 있었고. 일·북 수교라고 하는 건 다른 게 아니고 일본돈 100억불이 배상금 형식으로 북한에 간다는 겁니다. 그런 식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선 2002년 평양선언에서 이미 되어 있는 것이 있었지만 결국 핵 문제 때문에 미뤄왔는데 지금 미국과 중국의 태도가 은행 계좌 폐쇄라든지 그런 식으로 달라지니까 일본 카드를 가지고 가서 중국한테.. 중국은 일본과 긴장 대립관계에 있으니까요.
▶ 일본이 북한에 대해서 현금지원을 하는 내용이군요?
-그렇죠. 현금지원을 하는 내용이죠. 그래서 그 카드를 가지고.. 북핵 때문에 미국이 제동을 걸어서 안 되고 있었던 거거든요. 만일 그동안 중국이 해주던 지원을 안 해준다면 우리는 일본과 할 수 밖에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분명히 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6자회담에 응하라고 하면서도 흔쾌한 대답을 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하고 북한도 6자회담을 할 수 있지만 비핵화 전제라든지 이런 것은 하지 않고. 그래서 결국 자기네들이 원하는 원만한 회담이 되지 않았습니다. 안되고 나서 미·중 회담으로 넘어간 거 아닙니까. 그래서 북한 내부적으론 급하니까 우선 개성공단하고 금강산 관계라도 가지고 수익을 챙기자, 그래서 급하게 회담을 제안한 것이 아닌가.
▶ 장관님께서는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가 경제적인 목적에 있다고 보십니까?
-경제적인 목적이죠. 중국이 빡빡하게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남한에서부터 숨통을 트여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나왔는데 미국하고 중국 사이에 깜짝 놀랄 정도의 큰 변화로 북핵을 받아내는데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보조를 하겠다고 하니까. 그것은 북한하고 중국과의 동맹관계의 지레 변화가 일어나는 거거든요. 여기서 남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챙길 때가 아니다 싶으니까 중간에 깨고. 격이다 뭐다 이런저런 식의 핑계를 되는 것이지 자기네들이 꼭 해야 되겠다 싶으면 격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한국에 그동안 남북 대화 신화라는 게 있어요. 남북 대화로 남측 정치인들이 가서 김정일만 만나면 크게 정치적으로 한 건 하는 게 되고 남북 간에 대화만 있으면 남북관계가 잘 굴러가서 뭔가 북한사람들이 잘 살게 되고 남한에도 좋은 일이라는 식의 허구적인 대화 이미지가 주로 좌파 정권 10년 동안 우리 국민들에게 만들어졌는데요. 이러한 좌파 대화 신화에 더 이상 끌려갈 수 없는 장면이 이번에 .. 그것은 세계정세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의 방향을 심대하게 트는 변화거든요. 이 변화에 대해서 북쪽도 그렇고 남쪽도 그렇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다음은 모른 채로 대화제의를 주고받은 거죠.
▶ 사실 북한 문제는 우리나라와 남북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의 모든 입장을 봐서 풀어야 될 것 같거든요. 일본통이신데 앞서 일본 카드를 가지고 북한이 중국에 갔다고 하셨는데 일본에서는 북한을 어떤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일본은 중국도 그동안 그래왔습니다만 보통 우리가 동북아 정치를 이야기 할 때 표면적인 말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평화와 안정은 남쪽과 북쪽이 갈라져서 서로 잠잠하게 있는 겁니다. 그것을 다른 식으로 이야기하면 분단고착 정책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중국도 북한에 결정적인 혼란이 생기거나 쓰러지려고 하면 그런 식의 압력을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고 일본은 여전히 그런 식의 정책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곤란하게 되겠다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북한에 대해서 제3의 나라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제지하려는 것을 일본이 국가전략으로 하려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중국은행이 북한무역은행의 계좌를 폐쇄해서 북한이 상당히 곤란하게 되니까 이것을 보고 일본이 가서 우리하고 다시 지난번에 하던 얘기를 하자고 나왔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 카드를 들고 중국에 너희들이 이렇게 하면 일본에 대해 한·미·일 동맹 연장선상에 있는 적으로 보고 있으니까 우리가 일본카드를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식으로 들이댔겠죠.
▶ 그렇게까지 최룡해 특사가 중국에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렇다면 중국은 왜 그렇게 북한에 대해서 태도가 변했을까요?
-신문에도 이래저래 나왔지만 결국 그렇게 했을 때 지금의 미국과 중국이 하는 식의 압박을 계속 가하면 북한 정권에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랬을 때 중국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로 난처한 경우, 그것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담, 그것 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남북통일을 하고 동북아 국민 전체를 좌지우지 하겠다는 상황이 되면, 북한이 그런 식의 야심과 야망을 버리지 않으면 결국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면 한국과 일본이 핵을 가지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대만과 베트남까지 핵 보유가 문제가 되는 도미노식의 현상이 동북아와 동남아 전체에 벌어지는 형국이니까 북한이 어떻게 돼서 혼란이 생기는 부담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중국과 미국에 준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것보다는 이쪽을 택한다는 거죠.
▶ 북한이 핵을 가지게 되면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핵이 점점 확산될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는 거죠?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를 보면 파키스탄이 경제 여유가 많은 나라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인도가 핵을 가지고 있으면 일종의 경쟁과 적대 관계가 있으니까 사력을 다해서 밥을 굶더라도 적대국이 핵을 가지면 핵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게 핵의 속성입니다. 그것을 안 하고는 자기들의 주권적인 의지라든지 존재 자체가 상대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미국이 지켜주니까 우리 국민들이 북한이 핵실험 했다고 해도 실감 있게 우리가 인질이 되고 말았구나 식의 실감을 못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상태에 우리가 빠진 거거든요.
▶ 중국의 입장이 이렇게 달라진 만큼 이번 달 말에 있을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뭔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실험과 보유로 인해서 생긴 국제정치적인 계산의 문제도 있지만 중국이 드디어 G2가 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20년대에 가면 미국하고 국력이 같아진다고 중국이 엄청나게 대두되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하나의 대국이 있고 거기에 제2의 신흥대국이 일어나면 서로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 있어요. 역사적으로 쭉 그랬어요. 고대로 올라가서 아테네 스파르타라든지 로마와 카르타고라든지. 1차 대전 전에 영국과 독일, 영국과 미국, 일본, 독일, 이런 식으로 제1의 대국을 넘보는 식이 되면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그 이유만으로 존재의 팽창이라는 식의 이유만으로 서로 충돌했죠. 중국은 자기들이 G2가 되면서 그전에서부터 대북이 걷는 길에 대한 역사적인 내성을 엄청나게 했어요. 그래서 중국의 국영방송이 대국굴기라는 유명한 프로에서 대국이 겪게 되는 것을 중국이 어떻게 피하느냐, 어떻게 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하느냐. 결국 미국하고 서로 협력하고 공존의 길로 모색하는 길밖에 없다. 여러 가지로 경쟁하고 서로 거느린다든지 세력들이 많으니까 서로 상치되는 점이 많거든요. 한국이 북핵에 인질구조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인질구조에서 건져내는 일을 가지고 중국과 미국이 공조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김일성이 한국에 쳐내려옴으로써 중국하고 미국이 전쟁하게 되었죠. 쳐내려오지 않았으면 전쟁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김일성의 손자가 핵을 만들어서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치는 장이 벌어진 거예요. 이것을 우리가 알고 박 대통령에게 가서 양국관계를 더 진화시키고 진전시키고요. 신흥 대국관계를 어떻게 정착시키느냐, 이것을 한국이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하고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통일의 문이 열리는 겁니다.
▶ 알겠습니다. 시간관계상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