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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무서운 이야기2’ 감독 “고경표, 멀쩡하고 잘생겼는데 병맛 연기 최고”
입력 2013-06-10 15:22 

잘 생긴 배우 고경표를 제대로 활용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실수를 연발하고, 겁에 질려 울상인 모습이라니…. 분명히 공포영화 같은데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미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알린 고경표지만, 영화 ‘무서운 이야기2의 마지막 에피소드 ‘탈출에서 그의 모습을 보면 정말 양 엄지를 치켜세워도 부족하다.
‘탈출은 호기심에 흑마술을 따라 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한 교생의 이야기. 교생 병신(고경표)이 여고생 탄희(김지원)가 알려준 괴담을 따라 하다가 지옥 입구에 갇혀버린다. 공포의 틀 안에 있지만 코믹한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대사들이 웃음을 증폭시킨다.
‘개병맛 코믹호러판타지 장르로 규정된 영화를 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코미디와 공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여준 이는 정범식(43) 감독. 주인공 이름부터 고병신이라니….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이름부터 전해져온다. 정 감독의 연출력과 고경표의 연기는 정말 죽이 잘 맞았다는 게 화면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시나리오를 써놓고 이 역할을 누가 할지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주위에서 고경표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역할에 딱 맞을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그 친구가 출연한 영화를 봤는데 괜찮더라고요. 멀쩡하게 잘생긴 마스크와 연기력이라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괜찮은 고병신이 나올 것 같다고 했죠. 의도한 것보다 20배 이상은 잘한 것 같아요. ”(웃음)
정범식 감독은 고경표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영화가 최적의 배우를 만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것 같다”며 특히 하루살이가 눈에 들어갔을 때 그렇게 춤을 추며 움직이는 걸 이만큼 잘할 친구는 없는 것 같다”고 끊임없이 칭찬한다.

고병신이라는 이름을 쓰는 건 망설였다. 배우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사실 캐스팅을 할 때 병진이라는 이름으로 속이고 나중에 현장에서 바꿀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고경표는 바로 정말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며 병신으로 해달라 했고, ‘옳다구나한 정 감독은 더 자신감이 생겼다.
사촌동생 정식 감독과 함께한 공포영화 ‘기담을 통해 풍부한 상상력과 영상미를 톡톡히 보여줬던 정범식 감독. 그는 ‘정가형제 감독으로 활동하던 초기인 1990년대 초반 ‘병맛 비디오 작업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작업들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지만 그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멘붕 상태로 관객의 혼이 나가게 했다. 정 감독은 너무 앞서 간 병맛이었던 것 같다”며 지금의 젊은 층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들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탈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공포는 무조건 원혼이나 복수여야 하는 게 아니거든요. 외국 공포영화를 보면 고어물, 크리처 등 다양한 것들이 있고, 또 각각을 좋아하고 받아들이는 관객이 많아요. 예전에 저희는 그러지 못했어요. 요즘 와서 관객들이 편하고, 쉽고,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탈출 같은 경우도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아니라 웃고 즐기는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죠.”(웃음)
‘탈출은 한 달간 프리 프로덕션을 끝내고 3월 촬영에 들어갔다. 8회차 만에 끝냈다. 하루에 100~120커트를 찍었다. 강행군이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관객 반응에 즐겁기만 하다. 물론 다른 영화의 주목 탓 스크린 독과점으로 관객을 찾아가는 기회가 줄어 아쉽긴 하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탄생해 다행이라는 정 감독. 수필름의 민진수 대표 덕이다. 정 감독은 이런 영화가 사전에 통과되기 싶지 않은데 전폭적으로 지원을 받았다”며 민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보더니 장편으로 찍으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원래 ‘무서운 이야기로 기획된 거라 그대로 가게 됐으나 버전업돼 장편으로 나와도 꽤 흥미로운 영화가 나올 게 틀림없다.
정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분이 ‘당신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를 해도 될 것 같다. 고맙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좋았다”며 다양한 영화들이 시장에 나와 사랑받을 수 있게 된다면 기쁠 것”이라고 웃었다.
정 감독은 영화 전체 예산과 촬영 날짜 등 전반적인 것을 관리한 프로듀서를 향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많은 돈이 들어간 영화 ‘베를린을 했던 국수란 프로듀서가 전체 예산 조율이나 집행을 정말 정확하게 해줬어요. 딱 정해진 날짜에 맞춰 끝이 날 수 있었죠. 일례로 영화에서 다른 세상의 사람들의 키를 2m 5cm가 넘는 분들을 원했거든요? 한기범 전 농구선수도 나오는데 섭외를 부탁하는 등 필요한 것들을 다 요청했는데 정말 다 해주시더라고요. 고마웠죠.”(웃음)
아내인 배우 겸 성우 주유랑에게도 고맙다. 지난해 정 감독이 연출한 ‘무서운 이야기의 ‘해와 달 에피소드에 잠시 출연했던 아내는 이번에 목소리를 빌려줬다. 엘리베이터의 귀신 목소리, 다른 세계의 동생 병숙이 목소리 등 5개 소리를 도와줬다.
한편 ‘무서운 이야기2는 ‘탈출 외에도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세영(이세영)과 박 부장(박성웅)이 보험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444(감독 민규동), 조난당한 두 친구(이수혁, 성준)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린 ‘절벽(감독 김성호), 여행을 떠난 친구들 지은(백진희), 미라(김슬기), 선주(정인선)가 사고를 당한 뒤 악몽이 돼버린 여행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고(감독 김휘)로 구성돼 있다. 1편에 이어 올해도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인 시체스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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