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 세상의 눈] 모레 당국회담, 실무 접촉의 의미는?
입력 2013-06-10 13:39  | 수정 2013-06-10 13:39

이번에는 6자회담 초대수석대표를 지내신 이수혁 전 독일대사와 함께 이번 실무접촉의 의미, 모레 당국회담을 전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 아무래도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북한을 자주 접하셨을 텐데 이번 실무 접촉이 오랜만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저도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큰 기대와 성과를 예상하고 이번 실무접촉을 보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과거와 비교해보시면 뭐가 달라졌고 여전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정보를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실무회담을 하고 매우 짧은 시간 내에 합의 도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남북 간에 서로 이러한 협상의 필요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 하게 됨으로써 그 준비 시간이 매우 단축되고 짧게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 너무나 이례적으로 3일 만에 급속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기존의 협상보다도 빠르게 의제 설정이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이나 이달 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물 타기 내지는 쇼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북한의 대응이나 반응, 입장들을 상당히 음모적이고 매우 전술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접근하려는 경향들이 팽배해 있습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라 북한이 그동안 그러한 술책을 펴온 학습효과 때문에 그런 감을 가지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우리가 3,4월에 한반도 위기론이 고조 되었습니까. 금방 전쟁이라도 일어날 듯, 마치 괌을 폭격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로부터 이제 2,3 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진전국면에 들어섰고 진전국면에서 아무것도 안할 순 없겠죠. 특히 북한 입장에선 빨리 국면을 전환해야 될 필요성이 있었을 것 같아요. 국제적으로는 미중정상회담이 열렸고 한미 정상회담은 그 전에 열렸고 앞으로도 한중 정상회담이 있고. 그래서 미국과 중국, 한국 3개국 간의 긴밀한 협의체가 구성되고 조성되어 가고 있는데 북한은 지금 미국이나 한국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어렵겠죠. 제가 볼 때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선 남북 간 협상이 선행되어야 된다는 것은 역시 학습효과입니다. 미국도 그렇고 대한민국 정부도 그렇고 미국 접촉을 위해선 남북한 접촉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쭉 주장한 바였어요. 소위 남한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 먼저 가는 것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완강히 거부해 왔고 반대를 해왔고. 미국 역시 그런 필요성을 인식해 왔기 때문에 미국 회담으로 가기 위한 남북 회담은 필수적인 코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 북측의 주된 협상 방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궁금하고 북한이 어떻게 우리와 대화하고자 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풀고자 하는 지 의중이 궁금한데요.

-사실 남북한의 대결, 분단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습니까. 근 70년 가까이 되는데 이 사이 북한의 대남정책은 변함이 없어요. 그것은 바뀌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하던지 남한을 궁지에 몰아넣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일종의 그런 전략 하에서 북이 원하는 통일의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북한의 노력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겠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면밀하게 북한의 전술과 전략을 분석하고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그런 입장을 아예 무시해버리거나 상대하지 않겠다거나 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있으니까 상대에게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은 존중해주어야 하고. 여기에 남북 협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로선 북한이 주장하는 것을 다 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런 것을 어떻게 매끄럽게 전략적으로 지혜롭게 대응해나가느냐, 이게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 북한이 협상 대표로 김성혜 부장을 보냈어요. 물론 능력이 출중하니까 보냈겠지만 이렇게 여성 대표를 보낸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봐야 할까요?

-저는 여성이다 남성이다 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북한이 필요한 사람을 보낸 것에 족하다고 봅니다. 여성이라고 해서 안 될 이유도 없고요. 우리 대통령도 여성이신데 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그 분의 역할이 얼마만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냐, 얼마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냐,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텐데. 우리도 그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이희호 여사를 안내했다는 정도밖에 정보가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실무자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동안 많은 성장을 했었을 테고 여러 가지 개인의 능력을 봐서 남북 실무 협상 대표로 자격이 있으니까 보내지 않았겠습니까. 자격이 없는데 가서 협상을 제대로 못할 사람을 보낼 것 같진 않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 여성이다, 또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다, 실무급이라고 우리 대표와 비교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확실히 실력을 봐서 중용했다고 봐야겠네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회담에 보내는데 아무나 그냥 이름만 걸고 가라고 할리는 없겠죠. 존중해주어야 된다고 봅니다.

▶ 지금 우리 측 요구를 보자면 일단 상대방으로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북한에선 그것에 대한 답을 하고 있지 않잖아요. 국장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 파트너를 어떤 사람으로 보내느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양건 통전부장의 지휘가 우리 통일부 장관하고 같으냐에 퀘스천을 붙일 순 있을 것 같아요. 우리 국정원장 같은 역할도 하고 있고. 체제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편차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호혜의 원칙에 의해서 국제적 또는 치열한 대결적 입장에 있는 회담들은 대게 일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급들로 양해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북한은 통일부가 없기 때문에 통전부장이 통일부는 아니라고 할 순 있겠죠. 그런 측면에 대해서 우리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정해주는 아무 인사나.. 우리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내세우겠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그런 얘기를 했으면 북한도 거기에 호응해서 협조를 순조롭게 하려면 격을 맞춰주는 게 좋죠. 항상 격이 맞지 않은 회담은 우위의 대표를 보낸 나라로서는 체면이 구긴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여러 심리적 불편함을 가지게 되겠죠.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런 정책은 수색대표 혼자서 좌지우지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결국 최고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서 내용과 방향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남북회담의 큰 걸림돌이 되거나 역할이나 기능, 효능 면에서 떨어진다고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 그쪽에서 국장급이 나와도 크게 상관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쪽에서 국장급이 나왔는데 우리가 장관급이 나오면 안 되겠죠. 우리도 조정을 해야 되겠죠. 내일모레니까 시간이 없어서 문제인데 옛날에도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공항에 김정일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마지막 순환 비행장이 김대중 대통령이 도착했더니 김정일이 나왔다, 그런 형국의 것들을 우리가 많이 경험을 했어요. 마지막에 결단해서 보여줌으로서 마치 그것이 위상을 높이려고 했는지 몰라도 북한이 그런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닐 것 같아요.

▶ 이번에는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의제는 합의가 되었으니까 당국 간 회담이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 본격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은 분명히 재가동 먼저 하자, 관광도 빨리 재개 시키고 개성공단도 돌리고 그러면서 우리 측이 요구하는 신변안전 문제는 그 다음에 논의하자는 식으로 나오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는데 대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담 전술의 문제가 되겠고 목표는 우리도 재가동 아니겠습니까. 재가동이 부수되는 신변안전 문제를 보장 받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우리 측으로선 당연하죠. 지난번 철수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초조했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원하지만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완전한 보장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봐요. 또 한 가지 새 정부인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강조했던 원칙의 문제. 일을 저질러 놓고 특별한 후속조치, 대응책 없이 보상을 하고 다시 원상회복하는 것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게 박 대통령의 의지이신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반하는 합의를 북한과 한다면 잘못하면 우리 국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판을 받기 쉽겠죠. 또 북한이 그 점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고 그러니까 그 점은 우리가 조금 시일이 걸리더라도 안전 보장책을 받고 나서 해야 할 것입니다.

▶ 그러나 예를 들어서 금강산 문제 같은 경우에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해 우리 쪽에서는 거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것이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할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그쪽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요.

-남북 간에 파탄이 된 천안함, 연평도 문제, 그전에 박왕자 씨의 피살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한 번도 사과의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사실 이번 정부가 들어와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북한의 일정한 사과나 이에 대한 반성이나 대비책, 대응책을 내놓고 그것을 들은 다음에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들의 태도였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부분이 상당히 희색된 것 같아요. 우리가 참아오고 일관되게 해왔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관되게 했다는 것이 무엇을 일관되게 하신건지 그건 좀 깊게 짚어봐야겠어요. 이번에 만약 그런 것 없이 회담에서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재개하면 ‘뭐야 하는 반문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를 우리 정부가.. 또 북한이 호락호락 반성을 하거나 잘못했다든지 사과한다든지 그럴 것 같진 않아요. 그러나 그것을 얻어내는 묘책, 어떤 형태로든지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문구로 합의 하려고 하겠죠. 그러나 북한이 쉽게 해주겠느냐 했을 때 협상의 묘미가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바로 그 부분에 있어서 대사님은 핵 전문가이시니까 핵 문제도 이번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의제에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잖아요. 북한이 또 흐지부지 넘어가는 식인데요.

-그것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남북 회담에서는 원칙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그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에서도 어떤 경우더라도 핵무기가 반입 되서는 안 된다 하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 대해선 남북 간에 이미 합의를 했었고 그 문제는 괜찮은데 북한의 핵 프로그램, 현재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문제를 남북 회담에서 의제로 하는 것을 북한이 거부할 겁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을 북한이 다자회담, 6자회담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래서 심도 있는 협의는 남북회담에서 하기는..당연히 거론은 하겠죠. 모든 것이 결국 핵문제로 귀결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블랙홀을 우리가 벗어날 순 없어요. 그러나 북한도 우리 대한민국이 그런 주장을 할 것은 예상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합의문에 포함할진 협상의 기술에 달려있겠죠. 결국 남북회담을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필수코스라고 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볼 때 남북회담이 가진 의미는 북핵 문제도 포함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핵문제와 관련한 것이 남북한 합의에 의해서 나올 순 없겠죠. 북한이 반대를 할 테니까요.

▶ 그렇다면 일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를 이야기하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거론하되 그것은 결국 6자회담을 통해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론을 하되 자연스럽게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로 활용해야 된다?

-네. 우리 정부당국도 그렇게 구상하고 있을 겁니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렇다면 결국 6자 회담이 아니라 군축 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과정에서 보면 북한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의미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가지고 응할 것이다. 협상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협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그 목표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통일이 어려워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데 통일하는 것을 어느 나라가 지지하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단지 전략적, 전술적 문제가 아니고 역사인식을 가지고 남북 분단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볼 때 핵문제가 풀려야 분단 문제가 극복된다고 보기 때문에 이 과정을 6자회담이 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 장관 회의를 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남북 회담을 대비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앞으로 한중정상회담도 있고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짧게 한 말씀 해주시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프로세스가 성공하면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되실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에 대한 인식, 정치 철학,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상가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인식 하시고 이 세 가지 면에서 습득을 하시고 이해하시면서 대북 문제를 풀어 가면 좋은 성과가 있어서 앞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으로 남으실 거라 기대합니다.

▶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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