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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5, ‘비포’ 시리즈는 계속된다
입력 2013-06-10 09:01  | 수정 2013-06-10 18:07

제시와 셀린의 사랑은 어떻게 됐을까.
1995년 영화 ‘비포 선라이즈(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후속작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전 세계 영화팬들은 괴로워했다. 동경해왔던 사랑의 신화가 퇴색돼 버릴까 두려워서였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유일한 영혼의 동반자와 기적같은 사랑을 나누는 것.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의 비엔나에서의 하루가 꼭 그랬다. 당시 젊은이들이 유레일 패스를 끊고 배낭여행을 떠났던 건 ‘이같은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픈 욕망(?)때문이었다.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 두 사람은 유레일 한 기차 칸에서 우연히 만나 목적지도 아닌 곳에 내려 ‘하루라는 시간을 소요한다. 하루는 사랑을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약속했다. 6개월 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관객들은 내멋대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백지 한 장을 받고 영화관을 나섰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관객들은 원치 않게 답안지를 건네받아야만 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답까지 틀려버렸다. 제시와 셀린의 재회는 잔인하게도 불발되고 말았던 것.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린 제시와 싱글인 셀린의 만남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2004년 ‘비포 선셋의 두 사람은 바쁘다. 스물 세살이었던 9년전관 사뭇 다르다. 나이를 먹은 만큼 시간이 중요해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간직해 온 사랑의 깊이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두 사람은 시간을 거스르길 자처한다. 한시간씩 30분씩 짧은 시간의 단위로 미루고 또 미룬다. 그리고 결국 제시는 셀린의 ‘A Waltz for a night을 듣게 된다. 설렘을 이기지 못하던 그. 그 위태로워보이던 셀린의 콘서트 다음 이야기는 또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과연 제시는 그날 뉴욕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한 번 9년이 흘러 2013년이 됐다. ‘비포 미드나잇이 그 수수께끼의 답을 안고 돌아왔다. 보나마나 뻔한 답일까 싶었는데, 주인공들은 어느덧 결혼 7년차 부부가 돼 있었다. 사랑의 결실인 두 쌍둥이 딸을 둔 평범한 40대 부모가 됐다.
사랑을 이룬 두 사람의 그림은 괜시리 김빠진다. 두 사람이 가장 아름다웠던 ‘비포 선라이즈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했던 희망이 도륙(!) 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퍼질 대로 퍼진 셀린과 지저분한 몰골의 제시는 ‘사랑의 신화완 거리가 멀어 보이지 않던가! 하지만 외양이 조금 망가진들 어떨쏘냐. 그들은 입을 열어야 그 진가 드러나는 법. 세계 최고의 커플답게 대화는 깊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이 세 편의 ‘비포 시리즈는 ‘동경으로 출발해 기꺼이 ‘일상이 됐다. 스페셜함의 권력을 누리길 포기하고 현실에 힘을 실어준 것.
18년 동안 감독과 주인공은 바뀌지 않았다. 그 틈에 두 주인공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감독 데뷔를 했다. ‘비포 시리즈가 진정한 의미의 공동 창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 명의 영화 감독은 ‘비포 선셋부터 함께 대본을 썼다. 이후 서로의 영화 작업에 서로 조언을 하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오다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절정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다.
속편에 대한 우려는 기우로 바뀌었다. 영화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의 흐름을 따랐다. 호크와 델피의 주름과 나잇살이 늘어가는 만큼 관객도 영화도 함께 나이를 먹어나갔다.
9년 후 50대가 된 이들의 사랑의 모양은 어떨까. 사랑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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