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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신의 한수 혹은 전화위복의 좋은 예
입력 2013-06-10 08:10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 돌파.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가 세우고 있는 기록들은 입이 떡하고 벌어질 정도다. 첫 오프닝 스코어는 ‘아이언맨3에 뒤지긴 했지만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36시간 만에 100만, 5일 만에 300만 명을 넘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맨 오브 스틸(13일 개봉), ‘월드워Z(20일 개봉) 등 기대 외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당분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초반 흥행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많다. 전국 고교 모의고사가 끝나는 날 수많은 학생이 극장을 찾았다. 15세관람가인 영화를 보러 온 초등학생들도 많다. 몇몇 초등학생들은 표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가 극장 입구에서 제지를 당했고, 집에 가 부모를 동반하는 수고를 감수하는 게 눈에 띄었다. 6일 현충일 공휴일도 한몫했다.
김수현의 팬덤은 물론, 초등학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현우, 드라마 ‘각시탈 등을 통해 팬층이 공고해진 박기웅은 팬들을 제대로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미심쩍어했다. 일단 김수현의 팬덤을 ‘살짝 의심했다. 드라마 ‘드림하이와 ‘해를 품은 달로 인기를 끈 김수현이지만 돈을 직접 내야 하는 영화에서도 통할까라는 시선이 꽤 있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은 ‘도둑들도 김수현의 인기 영향이라기보다는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다른 선배들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김수현은 그 아쉬움을 딛고 자신의 첫 주연 영화를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우려는 첫날 기우였음이 판명 났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조차 이 정도의 반응일 지는 몰랐다”고 고백할 정도다. 개봉 당일인 5일 900여 개였던 상영관은 빠른 관객 호응을 느낀 관계자들에 의해 다음 날 1100여 개, 그 다음 날 1300여 개까지 늘었다. 전국 2100여개 스크린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화지만 사실 김수현은 지난해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영화 ‘늑대소년의 주인공을 제의받았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지 않아 주인공은 송중기에게 넘어갔고, 흥행 홈런을 쳤다. 김수현의 소속사 안팎으로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김수현은 담담하게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성공했다.
김수현은 늑대 분장보다 더 심한,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였다. 엉덩이를 까고 응가를 하고, 콧물 흘리는 위장도 실감 났다. 코를 찡긋거리며 헤헤거리며 바보 같이 웃는 모습도 신선했다. 더불어 후반부 스마트하고 멋진 김수현의 모습은 여심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현우는 김수현과 같은 소속사인 키이스트 식구라 끼워팔기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충실한 역할 수행으로 불식시켰다. 귀여운 모습보다 강인한 남자다움을 전했고, 김수현과 살짝 풍기는 동성애 코드도 말끔하게 소화했다. 박기웅이 맡은 리해랑 역할은 많은 이들이 거절한 역할이다. 김수현에 밀릴 게 뻔한데 왜 출연하느냐는 우려에도 박기웅은 제의를 받아들였고, 나름의 매력을 폭발시켰다.
무엇보다 장 감독이 몇 차례 밝혔듯 2억 5000만 뷰 조회를 기록한 원작 웹툰은 영화화하는데 큰 부담이었다. 또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중 최근 흥행한 영화는 거의 없었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였다. 만화가 강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웃사람이 총 관객 240만여 명을 동원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원작자인 HUN(최종훈)은 500만 관객을 넘으면 2번째 시즌을 연재한다고 했는데 충분히 다음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사실 전재홍 감독이 애초 연출을 하려던 작품이다. ‘풍산개를 통해 상업적인 감각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영화 일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차했다. 제작자와 감독이 서로 윈윈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안 좋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사실 감독 교체나 연출자에게 시련이 있던 최근 작품들은 흥행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다. ‘미쓰GO, ‘남쪽으로 튀어가 그랬다.
재밌는 사실은 전 감독을 대신해 합류한 장철수 감독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김기덕 감독의 제자들이라는 점이다. 김기덕 사단이었던 두 감독이 영화를 처음과 끝마무리를 잘 해냈다.
데뷔작인 전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아 실력을 인정받은 연출가인 장 감독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대중의 코드를 파악해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장 감독은 원작의 변화보다 웹툰을 거의 그대로 영화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그 전략은 유효했다.
아울러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한 ‘파파로티와 외화 ‘킬링 소프틀리의 흥행 참패라는 아픔을 딛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띄웠다. 신생 제작사 MCMC도 상당한 이익은 물론, 차기작을 내놓을 ‘총알을 두둑하게 챙길 것으로 보인다. 키이스트 역시 부분 투자자로 참여한 이 영화의 흥행으로 그동안 영화계에서 받지 주목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말도 많고 탈도 좀 있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전화위복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신의 한수, 스타 마케팅의 승리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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