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비룡군단의 수호신인 박희수(SK 와이번스)가 무너졌다.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SK는 첫 3연전 싹쓸이 기회가 날아갔는데, 박희수의 붕괴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박희수는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SK는 4-2로 쫓기자, 박희수를 호출했다. 8회 2사 2루 김태균의 타석에서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는 공 1개 만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9회 급격히 흔들렸다. 최진행의 안타-정현석의 2루타로 무사 2,3루 위기를 초래했지만 으레 해왔듯 잘 막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졌다.
SK는 박희수를 믿었다. 불펜이 불안하나, 가장 믿을 건 박희수 뿐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박희수의 연투 능력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박희수가 3연전 내내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다라고 밝혔으나, 기록상 박희수는 꼭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연투가 ‘독이었다.
5월 1군 무대에 복귀한 박희수는 총 3차례 연투를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2번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5월 4일과 5일 한화전에서 박희수는 1이닝-1⅓이닝 퍼펙트 투구를 했다. 100% 컨디션이 아니었으나, 박희수는 잘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5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세이브를 기록했던 박희수는 이튿날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1로 앞선 8회 2사 2,3루 위기에서 윤희상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이틀 연속 마운드를 밟은 박희수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박병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강정호에게 2타점 2루타를, 그리고 이성열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SK는 2-5로 역전패했다.
박희수는 8일과 9일 한화전에도 연이틀 등판했다. 이번에는 좀 더 무리가 있었다. 박희수는 8일 경기에서 2⅓이닝을 던졌다. 시즌 최다 이닝 투구였다. 투구수도 28개로 꽤 많았다. 그런 박희수를 다음 경기에 등판시켰고, 박희수는 전날보다 1개 더 많은 29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 내용도 좋지 않았다. 구위는 떨어졌고 제구도 잘 잡히지 않았다. 29개 가운데 13개가 볼이었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틀 연속 30개 가까운 공을 던지고 8타자씩을 상대하는 건 분명 무리가 있었다. 앞선 2번의 연투에선 각각의 투구수가 10개를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박희수의 두 번째 블론세이브는 충격이다. 첫 블론세이브는 위기 상황에서 연속으로 맞은 것지만, 이번에는 새 이닝에서 두들겨 맞았다. 충격의 정도가 다르다.
박희수는 지난 시즌 신기록을 세우며 홀드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무려 65경기에 출장했다. 혹사 논란이 있었다. 올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다가 부상으로 시즌 참여가 남들보다 늦었다.
박희수가 현재 완벽한 몸 상태라고 보긴 어렵다. 피치 못할 상황이라는 게 있지만, 지난 주말 한화전을 통해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박희수의 연투가 마냥 좋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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