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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락’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입력 2013-06-08 06:46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수훈 선수 인터뷰 중에 ‘물벼락이 등장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들의 물벼락에 대처하는 자세는 사뭇 달랐다.
물벼락을 맞은 주인공은 LA다저스의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 푸이그는 7일(한국시간) 애틀란타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앞선 8회 1사 만루에 등장, 우측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세 번째 홈런이자 첫 만루 홈런.
푸이그는 경기가 끝난 뒤 수훈 선수 인터뷰 대상에 선정, 다저스 중계 채널인 FOX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일은 그때 벌어졌다. 루이스 크루즈가 얼음이 가득 든 물통을 들고 와 푸이그의 머리에 부은 것.
갑작스런 얼음 세례였다. 얼음이 녹으면서 푸이그는 물론이고 옆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아나운서까지 흠뻑 젖었지만, 모두 웃으면서 인터뷰를 끝냈다.

얼마 전 한국프로야구에서 논란이 됐던 장면이 떠올랐다. 수훈 선수 인터뷰 도중 팀 동료가 물을 뿌린다는 것이 옆에 있는 아나운서에게 맞았고, 이것이 큰 논란으로 번졌다. 방송 관계자가 선수 인성을 언급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같은 장면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 상황을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FOX스포츠가 다저스 선수들 인터뷰를 보이콧한다는 말도 ‘당연히 없었다. 사건의 주동자(?)인 루이스 크루즈는 당당했다. 생애 첫 만루홈런이었다. 물세례를 받을 만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당연한 세리머니였다고 말했다. 똑같은 세리머니였지만, 그들이 받아들이는 자세는 너무나도 쿨했다.
차이는 있다. 이번 시즌 다저스 경기에서 물벼락이 나온 것은 단 두 번이었다. 한 번은 개막전에서 완봉승과 함께 결승 홈런을 때린 클레이튼 커쇼에게 나왔고, 두 번째가 이날 경기였다. 정말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 대한 동료들의 짓궂은 축하 인사인 셈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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