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잠자던 LG 트윈스 팬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최근 LG의 무서운 돌풍을 온몸으로 느낀 뒤다. LG가 신바람 야구로 돌아왔다.
LG는 최근 가장 잘나가는 팀이다. 파죽의 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G는 4일 현재 24승23패로 5할 승률을 넘어섰다. 전체 6위로 순위에 큰 변동은 없지만, 3위 롯데와 단 0.5경기차에 불과하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태다. 잠실 두산-롯데와의 홈 6연전을 앞둔 LG의 6월 반란이 예고되고 있다.
LG의 극적인 드라마의 시작은 지난달 26일 잠실 SK전 끝내기였다. 이후 ‘물벼락 세리머니로 거센 후폭풍을 얻어맞은 뒤 오히려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30일 잠실 한화전 8회말 5점, 31일 광주 KIA전 7회초 9점, 6월1일 8회초 5점을 뽑으며 4연승 예고편을 찍었다. 이어 2일 광주 KIA전이 피날레였다. 0-4로 뒤진 9회초 4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 포지션 파괴의 극적인 역전쇼로 KIA전 스윕을 장식했다.
LG는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팬들 사이 불명예 수식어를 달고 있다.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DTD(Down team is down) 공식이다. 시즌 초반 상위권을 유지하던 LG가 5월 초반 하락세를 겪으며 승패 –6까지 추락하자, 다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LG는 급하지 않았다. 당시 최악의 분위기에도 김기태 LG 감독은 더 떨어지지 않고 승패 '–5'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 이후 반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김 감독만의 리더십이었다.
결국 LG는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으로 5월을 마감하고 6월을 맞았다. 좀처럼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승승장구다. 경기 내용 자체가 달라진 것이 고무적이다. 불안한 수비와 뒷심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LG가 정반대의 야구를 하고 있다.
LG의 마운드가 강한 이유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수비의 안정화에서 찾을 수 있다. LG 투수들은 탈삼진 2위에 올라있는 레다메스 리즈를 제외하면 맞혀 잡는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유도한다. 안정적인 수비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구조다.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61로 전체 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또 LG의 달라진 뒷심은 이제 설명이 필요 없다. 우연도 자주 마주치면 필연이다. 부족했던 집중력과 응집력의 결과물이다. LG의 고민은 20대 중후반의 중간층 공백이었다. 조계현 수석코치와 주장 이병규(9번)가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유망주는 많은데 알을 깨고 나온 선수는 드물었다. 하지만 올 시즌 봇물이 터지듯 잠재력이 쏟아지고 있다. 야수에서는 차세대 4번타자 자리를 꿰찬 정의윤을 비롯해 오지환, 김용의, 문선재 등이 맹활약하고 있고, 투수도 류제국의 합류 이후 우규민, 신정락, 임정우 등 안정적인 마운드로 불안감을 씻어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베테랑들도 덩달아 신바람을 내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긍정적인 최상의 시나리오다.
MBC 청룡 시절부터 이어온 LG의 숨은 팬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10년간 야구를 끊고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간 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잠재되어 있는 팬들이 최근 LG의 신바람 야구에 다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포기를 모르는 LG의 뒷심에 팬들의 응집력도 꿈틀대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LG 야구는 요즘 보는 맛이 나고 재밌다.
이제 LG를 향한 ‘DTD는 접어두고 ‘ ATU(Amusing team is up)로 부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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