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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경표 “유재석 꿈꾸며 데뷔했다가…”
입력 2013-06-03 17:52 

아니에요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운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또 꾸벅. 작은 칭찬 하나에도 어쩔 줄 모르고 수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저런 숫기 없는 ‘순박 남이 어떻게 막 나가는 코믹연기를 그토록 익살스럽게 소화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바로 20대 초반, 감히 ‘병맛 코믹 전문 수식어를 단 배우 고경표(23)다.
고경표 처음엔 참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무섭기 보다는 오히려 희한 하고 애매모호했다”고 운을 뗐다. 개병맛 코믹호러판타지? 작품 성향을 이해하는데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크게 감정 연기를 요하는 게 아닌 코믹 연기가 주를 이뤄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SNL코리아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그는 2000년 ‘정글피쉬2로 데뷔해 ‘프로포즈 대작전, ‘스탠바이, ‘이웃집 꽃미남 등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6월 5일 개봉을 앞둔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탈출 편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쏟아지는 호평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그는 얼떨떨하고 기분도 많이 좋은데 한편으로 겁이 난다”며 이런 칭찬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 들었다가 이제는 막연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생겼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서운 이야기2의 4번째 에피소드 ‘탈출은 호기심에 흑마술을 따라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한 교생 선생님의 이야기. 교생 선생인 병신(고경표)이 여고생 탄희(김지원)가 알려준 괴담을 따라 하다가 지옥 입구에 갇혀버린다. 공포의 틀 안에 있지만 코믹한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대사들이 웃음을 증폭시킨다.

찌질함 속 귀여움을 표현하는데 주력했어요. 유독 찌질, 멍청한 연기를 많이 해 와서 습관이 남아있던 것 같아요. 완전한 악역도 아닌, 그렇다고 선한 것도 아닌 그냥 밉지 않은 인간적인 캐릭터로 표현하려고 했죠.”
‘이미지 관리란 이미 버린 지 오래인 그는 스스로 20대 또래 배우 중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밝혀왔다. 꽃미남 외모에도 불구 이 같은 독특한 취향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했더니만 사실 개그맨이 꿈이었다고 한다. 노홍철, 최종적으로 유재석을 꿈꾸며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예능인이 되고 싶었다. 나를 보고 사람들이 웃는 게 좋더라”고 말했다.
추구하는 삶의 목적은 결국 행복함이에요. 사람들이 절 보면서 웃고 행복해했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렇고요. 호기심으로 시작한 길이 이젠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는 듯해요. 사실 지극히 평범하게 자란 제가 비범한 삶을 선택, 그 안에서 또다시 평범함을 찾다보니 괴리감이 있긴 해요. 현재는 진로에 대한 고민 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려고 노력중이에요.”
말 그대로 반전이었다. 어린 나이에 연예 활동을 시작, 카메라 앞에서 마음껏 망가지고 두려움 없는 모습에서 뜨거운 성공 욕구(?)같은 게 느껴졌던 터라. 소박미 넘치는 첫 느낌과 가치관에 적잖은 당혹감마저 느껴졌다.
막 유명해지고 싶거나 저의 가치관을 버리면서까지 엄청난 성공을 꿈꾸진 않아요”라고 그가 말했다.
최선을 다 하돼 언제든 ‘이 직업이 아니다 싶으면 억지로 끌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가장 아름다운 결말은 이 안에서 제가 많은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고, 그런 저를 통해 많은 분들이 웃음을 머금는 것. 이제와 일종의 사춘기, 치열한 고민 같은 걸 하게 됐어요. 결론은요? 저도 모르겠어요. 하하!”
배우 고경표 보다는 인간 고경표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당참 안에서 건강한 진정성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런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장진 감독의 ‘하이힐. 그는 극 중 차승원을 동경하는 막내 형사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진지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한번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를 얻게 됐어요. 장진 감독님을 비롯, 대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배움이 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매일 혼나고 있지만요. 하하! 앞으로 제가 어떤 모습, 어떤 신분으로 제 삶을 펼칠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한편 ‘무서운 이야기2는 ‘탈출 외에도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세영(이세영)과 박 부장(박성웅)이 보험 사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444(감독 민규동), 조난당한 두 친구(이수혁, 성준)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에피소드를 그린 ‘절벽(감독 김성호), 여행을 떠난 친구들 지은(백진희), 미라(김슬기), 선주(정인선)가 사고를 당한 뒤 악몽이 돼버린 여행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고(감독 김휘)로 구성돼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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