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속 타는' 북한을 바라보는 통일부 장관의 '핫바지'
입력 2013-05-29 12:01  | 수정 2013-05-29 17:15
북한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하고, 미국을 겨냥해 갖은 협박을 했지만 돌아온 건 B2 폭격기와 F-35 전투기, 핵 항공모함의 출현이었습니다.

군사력에서 '북한 너희는 미국의 쨉도 안된다'는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되돌아왔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이 편을 들어준 것도 아닙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첫 특사로 간 최룡해는 군복을 입고 갖은 폼을 잡았지만, 방중 마지막 날에야 겨의 시진핑 주석을 만났수 있었을 뿐입니다.

김정은의 친서까지 전달했지만, 되돌아온 건 빨리 '핵포기'를 하라는 압박 뿐이었습니다.

오는 7월27일 정전협정 60주년 기념행사 - 북한은 이를 조국해방전쟁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에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역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이 '적(한·미)보다 성대하게 60주년을 축하해야 한다'고 지시해 군사행진을 비롯한 대규모 행사계획을 세웠지만, 중국 고위관계자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빛이 바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역시 호락호락 북한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까지 감행하며 압박을 했던 북한은 우리가 미동도 하지 않자 슬그머니 한발 물러섰습니다.

기업인들 방북을 허용하면, 개성공단 정상화도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 북한 조평통 대변인 담화 / 조선중앙TV
-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 반출 문제를 포함해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떤 협의도 진행할 것이다."

신변안전이 걱정된다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들도 함께 방북하라고 했습니다.

올해로 13주년을 맞는 6·15 남북공동선언 행사도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같이 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제안을 다 거절했습니다.

북한이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겁니다.

류길재 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류길재 / 통일부 장관
-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를 써야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수를) 쓰면 우리를 핫바지로 보는 것 아니냐"

류 장관이 말하는 '수'는 뭘까요?

북한이 민간을 접촉해 우리 정부를 흔들려는 이른바 '통민봉관'을 말합니다.

북한이 진정성 있게 우리와 대화하려는 게 아니라 남남갈등을 일으켜 자신들 이익만 취하려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하자고 한 것도 핵포기가 아니라 핵군축을 통해 핵을 인정받게다는 속임수라는 겁니다.

그래서 류 장관 말은 '핫바지' 같이 북한의 뻔한 속임수에 결코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정부는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이 국제규범에 맞게 개성공단을 운영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류 장관은 어쩌면 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에 대해 사과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북한은 정말 속임수를 쓰고 있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북한이 긴장 고조 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바뀌어 남북관계 복원을 정말 바라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양무진 교수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 조평통이 개성공단 정상화 제의를 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담화라고 볼 수 있다. 최룡해 방중에서 나온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일차적인 조치로서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논의의 장으로 나온 것이다."

전방부대를 시찰하면서 전투태세를 강조하던 김정은이 최근 병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 역시 대화국면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입니다.

▶ SYNC : 조선중앙TV
- "'나의 병사들을 잘 먹이는 일인데 적극 도와주겠소. 그저 물고기만 꽝꽝 잡으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SYNC : 조선중앙TV (지난 17일)
- "군인들이 먹을 즉석 쌀밥에 어떤 부식물이 포함되는가도 보아주셨습니다."

▶ SYNC : 조선중앙TV (지난 21일)
- "콩 한 알이 적을 쏘아 잡는 총탄 한 알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대화 손짓에 당장 응할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이번 기회에 못된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작정한 모양입니다.

이처럼 한·미·중, 세나라는 전혀 북한의 의도대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이 나홀로 대북 공조를 깨며 튀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일본도 북한의 핵보유 인정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일본인 납치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터라 그다지 북한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실상 외톨이가 된 셈입니다.

이렇게 주변국들이 세게 나오니 북한은 다시강경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비핵화 압박에 굴복할 수 없다며 '고귀한 핵보검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반제대결전을 과감히 벌여나갈 것'이라게 오늘 북한 노동신문의 사설 내용입니다.

'정전협정은 조선반도에서 새 전쟁 발발을 막을 수 없다'며 '정전체계는 하루 빨리 공고한 평화체제로 대체돼야 한다'고도 썼습니다.

'핵보유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인정해 달라는 겁니다.

아마도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려면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 와중에 북한이 또 다시 무력 도발 시위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분명 '핫바지'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우리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도 그다지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에게 매를 들기 보다는 잘 다 독여 투정을 누그러뜨리는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윽박지르기보다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따뜻하게 말해주는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공은 분명 북한에 넘어갔지만, 우리 역시 선택권을 쥐고 있습니다.

자, 어찌해야 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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