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중국에 '팽' 당한 북한, 남한에 '화해' 손짓 보내는데…
입력 2013-05-28 13:48  | 수정 2013-05-28 17:34
북한의 처지가 참으로 딱해졌습니다.

그동안 어떤 짓을 해도 자신들을 감싸주던 중국이 쌀쌀맞게 등을 돌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중국 외교 책임자인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우리 쪽 국회의원들을 만나 '중국과 북한은 이제 일반적인 국가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혈맹' '형님과 동생' 사이가 아니라 그냥 국가 대 국가일 뿐이라는 겁니다.

중국을 다녀왔던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유기준 / 새누리당 의원
- "중국과 북한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우리 방중단에 중국과 북한은 일반 국가관계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전과 달리 대북 외교정보 공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왕자루이 부장의 말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라는 주변국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덜어내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북한이 이제는 우리 말도 듣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과 미국 너희가 직접 설득해라' 이런 뜻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죠.

시진핑 주석이 북한 특사인 최룡해와 올 1월 중국을 방문한 김무성 특사를 대하는 모습입니다.

김정은의 친서를 한 손으로 받아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비서에게 전달했지만, 박근혜 당시 당선인의 친서는 내용도 열어보고 관계자를 통해 낭독까지 했습니다.

친서에는 김정은이 9월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중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중국은 달라졌습니다.

그럼 중국으로부터 '팽' 당한 북한은 이제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까요?

북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국가는 싫든 좋든 우리밖에 없을 듯싶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에게 한 짓이 있으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 손을 내밀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자존심도 강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일련의 방식은 '체면'을 강조하면서 슬그머니 '대화'를 하자고 손짓하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한 것도 어쩌면 자기들의 자존심과 체면을 세워달라는 투정 아닐까요?

▶ 인터뷰 :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
- "박근혜는 최고 존엄을 거론하며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무엄한 망발을 했다. 모하기 짝이 없는 망발이며 극악한 대결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유신 독재자가 무엇 때문에 총격을 당하여 비명횡사하였는지 돌이켜보라"

북한은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은근슬쩍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담화에서 "(남측이)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기업가들의 방문길을 열어줘야 한다.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해 공업지구 정상화와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제품 반출이 아닌 개성공단 정상화도 협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평통은 또 6.15 행사 공동개최를 거절한 우리에 대해 '정말 남남갈등이 걱정이라면 당국자도 행사에 참여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 당국자의 방북을 승인하겠다는 겁니다.

확실히 북한은 지금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은 건 아닐까요?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확고합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시간끌기용 6자회담은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윤병세 외교장관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윤병세 / 외교부 장관
- "진정성 있는 태도가 무엇인지는 북한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행동으로 진정성 있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과거 북한이 이 정도 했으면 남한이 적당히 손을 잡아줬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느낄 법합니다.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으려 작정한 듯 보입니다.

'도발 뒤 대화'라는 전형적인 수법을 더는 쓰지 못하게 말입니다.

'북한의 버릇 고치기'는 다음 달 고비를 맞을 듯합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으로 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자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북한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우리가 다 같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북한은 변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박 대통령의 말입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
- "다음 달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한 문제를 풀려고 한·중 간에도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한·중·미의 대북 공조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이 자꾸 공조를 깨는 듯한 미꾸라지 같은 행동을 하는 게 걸리지만 말입니다.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는 관심이 없고, 일본인 납치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어쨌든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어떤 대가도 얻어내지 못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는 '쌀쌀한' 냉대를 받고 있고, 우리로부터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원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이 선택할 길은 변화밖에 없는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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