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유서근 기자] 이일희(25.볼빅)가 국내에서 못 이룬 꿈을 미국무대에서 펼쳐냈다.
이일희는 27일(한국시간) 카브리해의 섬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 클럽 골프장에서 12홀로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국내무대 포함 데뷔 7년 만에 거둔 감격적인 첫 승이다. LPGA 투어 진출 4년만이다.
같은 해 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20위에 오른 이일희는 2010년에 미국무대에 진출했다.
2012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른 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해 존재감을 알렸던 이일희는 올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다.
폭우와 강풍이 불어 닥치는 악천후 속에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사흘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친 이일희는 드디어 그토록 꿈꿔 왔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2억1600만원)를 받은 이일희는 시즌 상금 30만9000달러를 벌어 상금랭킹 37위에서 12위로 25계단 수직상승했다.
이렇다 할 성적도 거두지 못하고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가족 또는 매니지먼트사와 투어를 돌아다니는 다른 선수와 달리 이일희는 그동안 숱한 고생길을 걸었다.
투어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내와 미국 무대를 오간 덕에 연습라운드 한 번 없이 대회를 치루기도 했다.
또 숙박비용을 줄이기 위해 LPGA 사무국에서 제공하는 자원봉사자의 하우스를 빈번하게 이용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일희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마음 아플까봐 어떤 환경에서든 환하게 웃으며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속 깊은 효녀이기도 하다.
한편 이일희는 이번 우승으로 1988년 용띠 동갑으로 한국 낭자군의 주축을 이룬 박인비(25.KB금융그룹)와 신지애(25.미래에셋)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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