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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이대호, “가족들 받는 악플상처 마음 아파” 下
입력 2013-05-27 06:55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어찌보면 초연하다 싶을 정도로 씩씩하고 굳건했던 4번타자 이대호도 가족 앞에서는 약한 남자였다.
이제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 장인 장모가 악플을 보면서 받을 상처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자신만 믿고 이국 생활을 견디고 있는 아내에게 한없이 고마웠고, 사랑하는 딸이 늘 눈에 밟히는 영락없는 한 가족의 아버지였다.
사실 이대호는 야구 인생 내내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약체팀의 4번타자였고, 지금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때문에 근거없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스스로는 ‘이제 나는 괜찮다고 할 정도로 굳은살이 생겼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이대호의 여린살이다. 2년차 도전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이대호를 일본 현지에서 MK스포츠가 만났다. 下편.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 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인 동시에 아내 신혜정씨와 딸 이효린 양의 든든한 아버지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다. 2009년 결혼한 아내와 이제 막 생후 15개월을 지난 딸은 힘의 원천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무엇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이대호는 "가장일 때 하는 야구랑 아닐 때 하는 야구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히 있죠. 이제 더 열심히 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있다보니까. 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가장이니까. 여기서 쓰러지면 안되니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아픈 것도 참고 뛰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가족들이다. 아내와 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대호의 얼굴에는 어느새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원정 경기 끝나면 호텔에서 거의 밖으로 안나와요. 훈련하거나 한국 드라마도 보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그러고 시간을 보냅니다. 홈경기때는 거의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요. 애도 많이 봐주려고 하고, 와이프랑 같이 많이 다니고 그래요. 와이프가 원정이 길어질때는 한국에도 가있고 그러지만 다른날들은 보통 저 하나만 기다리면서 있으니까요. 고맙고 미안하고 늘 그렇죠. 우리 딸은 이제 아빠도 많이 찾고 그럴 나이에요. 경기장 오면 맨날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울고 그러지만 홈경기때는 와이프랑 항상 응원을 와요. 사람들이 누가봐도 너 딸인줄 알겠다고 할 정도로 닮았어요. 요즘 딸 보는 재미에 삽니다(웃음)."
이대호는 자신의 글러브에 DH ♡ HJ 이라는 이니셜과 태극기를 꼭 새겨넣는다. 바로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아내 신혜정씨의 이니셜을 딴 그만의 애정표현. 또 나라사랑을 표현하는 작은 의식인 셈.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친 이대호는 "경기 중 글러브에는 그렇지 않고 연습용에만 새겨넣어요. 이제는 우리 딸 이름도 새겨넣을까 생각중이에요"라더니 "원래 한국 선수들이 있으면 경기 전에 태극기도 걸어주고 해야되는데 오릭스는 그걸 안해줘서 아쉽네요. 제가 한 번 말을 해야겠어요"라며 남다른 한국 사랑과 오릭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영락없는 보통 사람들과 같다. 요즘 이대호를 들뜨게 하는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서와 MBC 일일사극 구암 허준이다. 하루 종일 경기장에서 땀을 흘리고 돌아온 이후 이대호를 미소짓게 하는 낙이다.
"월요일하고 화요일 밤에는 요즘 장안의 화제인 구가의서를 보려고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 동생 승기와 수지씨가 연기를 정말 잘해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라며 거듭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승기와의 인연 때문에 더욱 재밌게 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대호는 "어릴적 드라마 허준을 되게 열심히 봤는데, 다시 리메이크를 했더라구요. 경기 중에 방영을 해서 못보니까 대신 집에 와서 휴식일이나 그럴때 다시보기로 보고 있습니다"라며 뜨거운 한국 드라마 사랑(!)을 쏟아내기도 했다.
선수 이대호는 이제 자신을 향한 관심과 비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가장이자, 사위이자, 아버지이고, 남편인 이대호는 아직 그런 무분별한 비난이나 날선 말들에 걱정이 앞선다.
"저에 대한 관심은 많거나 많지 않거나를 떠나서 선수는 팬들을 위해서 언론에 많이 노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것보다 선수는 성적이 잘나오는 것이 먼저입니다. 언론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선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 기사가 나와도 그것에 대해서 또 욕을 할 사람들은 욕을 하고, 안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면 더 많은 안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니까요. 저는 그래서 최대한 신경을 안쓰려고 해요. 그렇지만 가족들은 그 말들을 보면서 상처를 받으니까요. 가족들이 상처를 받을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되고 그래서 언론을 대하는 것이 힘들때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 기사가 많이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때도 있습니다. 그냥 야구만 하면 되는데. 야구는 잘 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저 혼자 상처받는거야 괜찮아요. 어릴때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롯데의 4번타자를 하면서 못할때마다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겠어요. 지금은 4번타자는 원래 못하면 비난을 들어야하고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하는 자리구나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가족들은 아직 그런 비난에 익숙하지 않으니까...얼마전에 장인 장모님도 스마트폰으로 바꾸셨어요. 이제 검색해보면 기사가 다 뜨잖아요. 그래서 제가 잘하는 날에는 좋은 기사 보면서 기뻐하시고, 못하는 날에는 또 그런 기사들이나 악플들을 보면서 상처를 받으세요. 그게 마음이 제일 아프고 신경쓰여요."
숙명과 같은 4번타자와 팀 성적의 책임감은 그야말로 당연한 일이 됐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기자들은 모두 4번타자 이대호의 강한 책임감을 언급했다. 한국에서부터 일본까지, 유독 쉽지 않은 가시밭길이다. 어떤 훌륭한 성적을 내더라도 비난이 뒤를 따른다. 이대호는 "사실 에이스도 그렇지만 4번타자도 똑같이 자신의 실력만큼 책임감이 중요한 자리인 것 같아요.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이 승리하지 못하면 안되는 자리니까요. 타율 2할3푼이나 2할5푼 정도가 나올걸 각오하고 또 삼진 100개를 당하더라도 홈런 개수 올리려고 매번 풀스윙하면 홈런 30개 넘는 건 사실 일도 아니에요. 근데 저는 롯데시절부터 팀배팅이 몸에 배어 있어서 안되는 것 같아요. 투아웃이면 출루를 해서 팀에 기회를 이어주고 득점권 상황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어떻게든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리려는 습관이 롯데 시절부터 체화가 돼서 바꾸기도 쉽지가 않아요"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2년차 징크스를 우려하거나 혹은 다관왕의 거창한 목표를 언급하지만, 이대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다른 목표는 없는 것 같아요. 부상을 당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만 쭉 갔으면 합니다. 부상을 한 번 당하면 슬럼프가 길어지니까요. 안다쳤으면 해요. 만약 부상만 안당하면 마음속에 어느정도 기대하는 성적은 충분히 올릴 자신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한 성적을 계속 내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야구라는 것이 투수는 공을 던져 타자를 제압하려하고 타자는 그런 투수의 공을 치려고 하는 운동이잖아요. 상대적이기 때문에 변수가 많은데 또 그걸 줄이는 것이 야구니까요. 컨디션이 좋을때도 공이 안맞을 수 있고, 컨디션이 나빠도 공이 잘 맞을 수도 있거든요. 중요한 건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시즌이 끝나면 성적은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아요(웃음)."
이대호는 지난해 오릭스 야수들 중 유일, 그리고 외국인 선수 중 유이했던, 또한 모든 경기 4번타자로도 유이했던 144경기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기록은 진행 중이다. 2년 연속 전 경기 출장을 기대해도 될까.
"무슨 말씀이세요. 안 아프면 당연히 전 경기에 나가야죠. 벤치에 앉아 있으면 뭐해요. 아프니까 더 미안하더라구요. 연습하고 시합할 수 있으면 나가야죠. 지금 팀이 분위기를 탔고 작년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에 3위까지 올라가서 가을야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기분좋게 가을야구 해봐야지요."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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