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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걸이 손맛’ 윤요섭, 패배에 가려진 ‘코뿔소’ 질주
입력 2013-05-26 07:40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오늘 마수걸이 안타 칩니다!”
지난 25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을 앞둔 LG 트윈스 포수 윤요섭이 발끈했다. 더그아웃에서 장비를 챙기며 각오를 다졌다. 강한 집념이 엿보였다. 14경기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3할에 가까웠던 0.298의 타율을 찍었던 윤요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다.
이날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매서운 방망이가 드디어 터졌다. 하지만 팀의 승리로 연결되지 않는 불운의 날이었다.
LG는 SK에 1-5로 역전패를 당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6회 무더기 실책이 쏟아지며 3점을 헌납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이날 LG가 기록한 안타는 단 4개. SK 선발 레이예스의 변화구에 철저하게 당했다.
하지만 이날 유일하게 레이예스에게 강했던 선수는 윤요섭이었다. 팀 안타의 절반을 윤요섭이 책임졌다. 레이예스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1득점 1도루를 뽑아냈다. 일단 치면 2루 접수였다.

윤요섭은 3회말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다. 24타석 18타수 만이었다. 길었던 기다림만큼 화끈한 2루타였다. 특히 투지가 빛난 발로 만든 2루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첫 안타는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코스. 발이 느린 윤요섭은 1루에서 멈추지 않았다. 허를 찌른 베이스러닝이었다. 윤요섭의 폭풍 질주는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윤요섭도 가쁜 숨을 헐떡일 정도로 모험을 건 주루플레이였다. 윤요섭은 손주인의 희생번트와 오지환의 희생플라이로 이날 LG가 기록한 유일한 선취점을 뽑아냈다. 단타로 끝날 수 있는 안타 이후 발로 만든 귀중한 득점이었다.
윤요섭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이어진 5회 2사 이후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레이예스와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2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7구째 낮은 공을 정확히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윤요섭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손주인 타석 때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번째 허를 찌르는 도루를 성공했다. 시즌 첫 도루였다.
윤요섭은 마수걸이 안타와 도루를 기록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하지만 팀은 6회 어이없는 실책 3개에 무너졌다. 윤요섭도 9회 포수 최경철과 교체됐다.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랜 날이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타격에 강점이 있는 윤요섭의 뜨거운 손맛이었다.
LG는 26일 잠실 SK전 선발로 류제국이 나선다. 윤요섭은 류제국과 배터리 파트너. 타격감을 잡은 윤요섭이 다시 한 번 0.1톤의 ‘코뿔소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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