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군사적 긴장이 높았던 한반도에 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일본 특사의 북한방문,최룡해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 다음 달 초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과 중순에 열리는 한중정상회담까지.
남북한과 주변국 사이에 접촉과 회담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메시지를 갖고 중국에 특사로 간 최룡해 군총정치국장은 '북한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 관련국과 대화에 나서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공식적으로 관련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입니다.
정말 이제 북한의 도발 위협은 끝난 것이고, 대화의 문이 열리는 걸까요?
공교롭게도 북한은 어제 우리 쪽에 6·15 공동선언 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공동개최하자고 제의까지 했습니다.
비록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된 상황에서 북녘 땅으로 우리 쪽 사람들을 오라고 한 건 놀라운 일입니다.
문제는 진정성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수차례 '위기 조성 뒤 대화'라는 뻔한 수법을 써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한반도 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더니 이제 와서 슬그머니 대화를 하자며 출구전략을 쓰는 것은 너무 속 보이는 행동 아닐까요?
마치 양치기 소년 같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북한이 대화를 갖자고 했는데도 주변국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당장 김정은의 특사인 최룡해를 맞는 중국의 태도가 시큰둥합니다.
최룡해가 만난 사람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니라 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입니다.
그것도 방중 이틀이 지나서야 겨우 최고 지도부를 본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최룡해가 오기 하루 전날 쓰촨성 지방 시찰을 갔습니다.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도 해외 순방 중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 특사가 온다는데 지방 시찰을 간 것은 의도적일까요?
시진핑 주석이 오늘까지도 베이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최룡해는 빈 보따리를 갖고 평양으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혈맹이라며 끔찍이 여겼던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확실히 바뀐 걸까요?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김정은의 특사가 왔다고 해서 중국이 얼굴색을 바꿀 필요는 없으며, 이 기회가 아깝다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썼습니다.
북한 김정은으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냉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대화 손짓에 바로 응대할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미국 전략연구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 핵과 경제발전 병행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몇 달간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런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 위협을 비판하면서 김정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나름 북한을 더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북한 역시 우리를 비난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왜 이런 묵시적 의례를 깼을까요?
나름의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 실수일까요?
물론 한반도 긴장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김정은 실명을 거론하며 직접 비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실명을 거론한 것이라면, 아마도 박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핵을 포기해야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그런 메시지 말입니다.
사실 최룡해가 중국에서 '관련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 맥락도 따지고 보면 핵을 포기하는 대화를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거꾸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달라는 그런 내용의 대화를 하고 싶다는 걸 겁니다.
▶ 인터뷰 : 안드레이 랑코프 국민대 교수
- "(친서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장거리 미사일 개발하는 것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 미국, 중국이 바라는 대화가 아닌 셈이죠.
패트릭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비핵화 조치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베이징으로 갑니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오마바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 캘리포니아 별장으로 갑니다.
김정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박근혜, 시진핑, 오바마 세 대통령 사이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언제나 그렇듯 선택은 북한의 몫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일본 특사의 북한방문,최룡해 북한 특사의 중국 방문, 다음 달 초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과 중순에 열리는 한중정상회담까지.
남북한과 주변국 사이에 접촉과 회담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메시지를 갖고 중국에 특사로 간 최룡해 군총정치국장은 '북한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 관련국과 대화에 나서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공식적으로 관련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은 처음입니다.
정말 이제 북한의 도발 위협은 끝난 것이고, 대화의 문이 열리는 걸까요?
공교롭게도 북한은 어제 우리 쪽에 6·15 공동선언 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공동개최하자고 제의까지 했습니다.
비록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된 상황에서 북녘 땅으로 우리 쪽 사람들을 오라고 한 건 놀라운 일입니다.
문제는 진정성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수차례 '위기 조성 뒤 대화'라는 뻔한 수법을 써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한반도 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더니 이제 와서 슬그머니 대화를 하자며 출구전략을 쓰는 것은 너무 속 보이는 행동 아닐까요?
마치 양치기 소년 같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북한이 대화를 갖자고 했는데도 주변국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당장 김정은의 특사인 최룡해를 맞는 중국의 태도가 시큰둥합니다.
최룡해가 만난 사람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니라 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입니다.
그것도 방중 이틀이 지나서야 겨우 최고 지도부를 본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최룡해가 오기 하루 전날 쓰촨성 지방 시찰을 갔습니다.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도 해외 순방 중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 특사가 온다는데 지방 시찰을 간 것은 의도적일까요?
시진핑 주석이 오늘까지도 베이징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최룡해는 빈 보따리를 갖고 평양으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혈맹이라며 끔찍이 여겼던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확실히 바뀐 걸까요?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김정은의 특사가 왔다고 해서 중국이 얼굴색을 바꿀 필요는 없으며, 이 기회가 아깝다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썼습니다.
북한 김정은으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냉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대화 손짓에 바로 응대할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미국 전략연구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 핵과 경제발전 병행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박근혜 / 대통령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몇 달간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그런 도박을 했고, 경제발전과 핵개발을 동시에 병행시키겠다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 위협을 비판하면서 김정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나름 북한을 더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습니다.
북한 역시 우리를 비난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왜 이런 묵시적 의례를 깼을까요?
나름의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 실수일까요?
물론 한반도 긴장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김정은 실명을 거론하며 직접 비판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실명을 거론한 것이라면, 아마도 박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핵을 포기해야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그런 메시지 말입니다.
사실 최룡해가 중국에서 '관련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 맥락도 따지고 보면 핵을 포기하는 대화를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거꾸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달라는 그런 내용의 대화를 하고 싶다는 걸 겁니다.
▶ 인터뷰 : 안드레이 랑코프 국민대 교수
- "(친서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장거리 미사일 개발하는 것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 미국, 중국이 바라는 대화가 아닌 셈이죠.
패트릭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비핵화 조치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베이징으로 갑니다.
이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오마바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 캘리포니아 별장으로 갑니다.
김정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박근혜, 시진핑, 오바마 세 대통령 사이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큽니다.
언제나 그렇듯 선택은 북한의 몫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