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약속과 티오프 시간은 본인 사망 외에는 예외가 없다는 말이 있다. 티오프 시간은 골프를 계속하는 한 가장 중요하고 엄격하고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룰이다.
필자도 40여년간 골프를 하면서 티오프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경험은 2번 뿐이다. 많은 골퍼들이 티오프 시간을 잘 지키고 있으나 한 사람이라도 도착이 늦어진다면 나머지 동반자에게는 하루를 망치는 전주곡이 될 수 있다.
프로대회에서는 티오프 시간보다 5분 이상 늦으면 실격 처리되고 5분 이내에 도착하면 1홀에 2벌타가 부과 된다. 심지어 번외 경기인 프로암대회에 지각한 벌로 디펜딩 챔피언이 본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골프장을 예약한 부킹자가 티오프 시간을 맞출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으로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골프장의 수가 증가하고 저렴하거나 할인 된 그린피를 내세우는 골프장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골프장 부킹 자체가 어려웠을 때는 부킹자가 절대적인 '갑'이였다. 초대 골퍼들은 초대해 준 것에 감사해하며 '갑'의 캐디피를 대신 내주거나 전동카트 앞자리를 내주는 등의 대우를 당연시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골프장의 수가 많아지면서 ‘갑이었던 부킹자의 위상이 ‘을로 전락했다. 토요일을 빼면 대체로 자리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고 좋은 시간대에 저렴하거나 할인되는 그린피를 내세우는 골프장들도 많아 이러한 관행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티오프 시간에 동반자들이 도착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전반적인 불경기의 영향으로 지인들로 동반자를 구성하기도 힘들고 간편한 부킹사이트를 이용하는 골퍼들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본인명의로 예약해 동반자들을 모집했지만 일면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티오프 시간까지 결원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오후 시간대로 부킹을 잡아 놓고 오전부터 연락하면 지금 출발했다”고 대답하고 정작 티오프 시간까지 도착하지 않아 여러 번 전화해보면 받지 않다가 나중에는 전화기까지 꺼져있는 황당한 경험담도 왕왕 눈에 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 맴버의 경우 그린피 혜택을 받아 본지 이미 오래다. 즉, 정확히 갹출하겠다는 의사가 없으면 동반자를 모으기도 어렵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회원권가격은 계속 하락중인데 맴버 그린피 권리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우울한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다.
티오프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요소다. 특히 실력이 떨어지는 하수 골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골프는 적어도 본인보다 두수 이상 잘하는 사람들과 라운딩을 해야 실력이 향상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주 초대를 받아야 하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고수 초대자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심기를 어지럽힌다면 그날부터 하수는 설움 받는 을”이 될 것이다.
향후, 전혀 부킹 콜을 받지 못하는 외톨이 골퍼가 되거나 실력상승은 기대하지도 못하는 입장이 되기 싫다면 지금부터라도 티오프 시간은 반드시 지키도록 하자.
[정리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 lsyoo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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