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잠시 주춤한 가운데 북한이 특사를 중국에 전격 파견하는 등 이제 본격적인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에는 미중, 한중간의 정상회담이 잇따라 예정되어 있는데요.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하신 유명환 세종대학교 이사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김정은 위원장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베이징에 전격적으로 보냈어요. 왜 그랬을까요?
-특히 지난 2월 12일 3차 북한 핵실험 이후에 북한과 중국관계에 이상 징후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북한에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듣지 않고 핵실험, 인공위성 발사를 했거든요. 그 외에 중국은 유엔안보리에서 대북한 경제 제재에 찬성하는 등 최근에는 중국은행이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폐쇄한 것은 상당한 정책 변화를 시사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주말에는 북한이 3차례 정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중국에 대한 속내를 비춘 것이다, 중국을 흔들기 위한, 중국에 의견을 내비치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지난달에 무수단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뜻을 비쳤습니다. 이번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5월 18일부터 3일간에 걸쳐 6발을 발사했는데 그건 단거리 미사일입니다. 아마 KN-02나 특수 개발한 다연장 300mm 포를 실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중국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고 미국이나 특히 한국에 대한 협박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북한이 지금부터 다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고 아마 마무리단계의 조치로 분석을 하는 것이..
▶ 어떤 것의 마무리 단계일까요?
-지금까지 3월 4월 긴장을 조성해왔죠. 그런데 그것을 한꺼번에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끝내는 것은 북한으로서도 어색할 것이고 자기의 대남군사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지난주 한미합동으로 대잠수함 훈련이 있었습니다. 니미츠함도 들어오고. 거기에 대해서 북한이 조치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감안할 때 북한으로서도 그런 것을 통해서 자기 힘을 과시하고 서서히 긴장 조성 국면을 풀어가려는 움직임이 아닌가로 보고 있습니다.
▶ 이번에 북중 관계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고 했어요. 이 시점에 북한 특사는 북중 관계에 어떤 의미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북한은 아직도 선군정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변화의 조짐이 있습니다만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사실상 북한 군부의 실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군부의 총 실력자를 중국에 보냄으로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북한 나름대로의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 중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김정은 위원장 자체가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서 권력을 승계 받았고 또 아직 나이가 29살 밖에 되지 않았고 경험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마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3월에 큰 긴장을 조성한 것은 그것을 통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기가 최고사령관이고 최고 지도자라는 것을 북한 주민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저지른 인위적인 긴장 조성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특사 파견과 관련해서 중국이 미국 쪽에 미리 귀띔 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외교적으로 제가 구체적인 것은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외교적으로 항상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럴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보면 다음 달에는 중국과 미국도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데 지금 북한과의 관계도 꼬여있지만 중국과 미국 관계는 지금 어떤 관계일까요?
-한마디로 말해서 협조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겠죠. 시진핑 주석은 작년 2월에 부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이번에 1년 몇 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은 의미가 있고. 워싱턴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별장에서 만납니다. 6월 7일 8일. 그러면서 두 정산간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도 구축하려는 뜻이 있기 때문에 아주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중관계가 잘되어야 한국의 입장도 편해질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별장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이 외교적인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특히 정산간의 개인적인 신뢰관계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정책은 실무선에서 검토하고 건의하고 집행도 하지만 정상 간의 우호관계가 친밀하면 모든 중국 관료,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죠. 그런 의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께서 좋은 기회를 갖고 회담 후에 두 분이서만 단독으로 산책하는 것은 좋은 회담결과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특히 북핵과 관련된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줘지지 않을까 보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물론 미중관계는 더 큰 이슈들이 많겠죠.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문제라든가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자신들의 아시아 정책을 다시 설명하는 기회도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것이 과연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 구체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이것이 협치 하는 것인가 하는 심각한 문제까지 포함해서 미중간의 협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실효적인 제재 방안이 나오는 건 무리일까요?
-물론 그것은 유엔안보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것보다는 전략적이고 큰 차원에서 북한의 핵문제, 앞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한반도 통일이 일반적으로 중국의 이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중국을 계속해서 설득해서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맞는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 미국 케리 국무장관이 중국에 방문했을 때 북한 핵문제를 잘 처리 한다면 MD 부분도 손을 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그런 것을 기브 앤드 테이크로 서로 테이블에 놓고 합의할 순 없겠죠. 그렇다고 서로 간 전략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 충분한 의견교환을 했다는 뜻이겠죠.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뭐해 줄 테니 뭐해달라는 협상보다는 중국의 입장에선 북한이 지금까지 하나의 전략적인 자산, 완충지대로서의 미국이 중국 국경 코앞까지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북한을 완충지대로 활용하려는 것인데 그런 의미도 점차 엷어져 가고 있습니다. 왜냐.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G2, 두 번째 큰 국가로서 세계적인 평화와 안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러한 역할을 해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 북경에 오면 중국에 큰 부담이 된다는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가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미중간의 전략적인 협의, 토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 기대를 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 다음 달 초에 미중 간 정상회담이 있고 그 달 말에는 한중 정상회담도 있잖아요. 이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요?
-특히 6월 하순경으로 예정되어 있는 한중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지금 중국과의 무역이 우리 전체 무역에 30%가까이 차지하고 있거든요. 홍콩을 포함해서. 이렇게 한중 경제 관계도 중요하고 또 북한의 문제, 북한과의 통일문제에 대한 중국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는 점을 우리가 설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이번에 중국을 방문하시면 좀 더 구체적인 현안보다는 장기적이고 철학적인 비전에 대해서 두 분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말씀하신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에 대한 상당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까 어쩌면 북한 핵 때문에 한반도 통일이 더 앞당겨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죠. 저는 북한 핵이 북한 정권을 계속 유지하는데 도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계속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한 오히려 이것은 김정은 체제의 조기 붕괴를 촉진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 여기서 잠시 부드러운 질문 하나 드릴게요.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방문해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상하원 합동의회연설에서 멋있는 영어 연설을 해서 많은 호응을 받았는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중국어를 잘하니까 이번에 중국에 가서 중국어 연설을 하면 중국인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이야기도 나오던데요.
-좋은 구상입니다만 대통령께 너무 큰 부담을 드리는 게 아닌가. 좋죠. 예를 들어 연설 과정에서 전체는 아니더라도 중간에 중요한 서너 문장을 중국말로 말씀 하시는 것도 한 방법이죠. 상대의 언어를 쓴다는 것은 상대국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저는 좋은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중국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습니다.
▶ 왜냐하면 중국어도 잘 하시고 본인이 힘들었을 때 중국의 역사책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의 호감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런 부드러운 측면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외교관계에서 중요하죠?
-그것도 외교에서 중요한 파트죠. 그렇게 해서 상대국 국민들의 호감을 얻는 것, 그것을 공공외교라고도 하죠. 정부 간의 외교보다도 어떤 면에선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 유 장관님 하면 대표적인 일본통이시잖아요. 일본에 아베 정권이 들어와서 요새 아주 가관입니다. 점입가경인데 요즘 일본 정부 정치인들의 망언 소동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만 우리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정권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항상 오고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아베 정권은 7월 중 하순 정도에 참의원 선거가 있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다시 과반수를 획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그런 정책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정치인은 외교보다는 정책을 고려해서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가 좀 더 장기적으로 일본 국민을 상대로 외교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보면 일본과의 외교, 역사, 독도 문제까지도 예전에는 우리 정부가 너무 무 대응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고요, 공식적인 반응을 안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외교문제로 부각되어야 될 이유 없지 않을까요?
-우리가 대응을 안 한 건 아니고요. 그것도 우리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독도문제는 우리는 분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역사적, 법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독도문제에 대해 크게 반발하게 되고 일본의 소수 우익들을 자극하게 되고 그 사람들이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켜서 우리가 대응하게 되면 국제사회가 볼 때 독도문제는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전략적으로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센카쿠 열도, 중국은 댜오위다오라고 합니다. 중국이나 대만에서 사람들이 상륙을 하더라도 일본 정부는 그 사람들을 그대로 추방해버리고 신문에도 크게 나오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문제가 조금 커졌습니다만 과거에는 그냥 조금만 일단 기사로 처리하고 맙니다. 왜냐. 이것은 분쟁 지역이 아니고 일부 그렇게 무단 착륙한 사람들은 잡아서 추방하면 끝이라는 입장을 취해왔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독도문제에 대해서 차분하고 절제된 대응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이고 쭉 그렇게 해왔습니다.
▶ 하지만 최근 일부 정치인이 위안부와 관련된 발언이라든지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전투기를 탔다든지. 그런 것 같은 경우 단순히 한국이나 중국, 동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유엔에서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유엔에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라고 있습니다. 거기서도 문제제기를 했죠. 이것은 위안부와 관련된 국가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여기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으로선 국가적으로 손해죠. 일본 정치인들이 그렇게 이야길 함으로써 온 국제사회가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절대 국익에 도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가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좀 더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매번 일이 있을 때마다 이슈화 하는 것 보다 원칙적인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서 일본 정부, 국민을 설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섣불리 흥분하기 보다는 오히려 유엔이라든지 다른 나라와의 공조를 통해서 풀어나가야 된다?
-그렇죠. 그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 인류 보편적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여론이 더 중요하겠죠.
▶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자세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세요?
-좋은 방향으로 우리가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그때그때 마다 이것을 외교적 문제로 크게 하는 것보다 원칙적으로 꾸준하게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저희들 입장에선 일본이 얄미운 게 북한 핵문제를 가지고 국제사회에 공조하고 있는데 중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그런데 그 와중에 일본에서는 납치자 문제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합니다.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그것도 일본 국내 정치적인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외교도 국내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봐야죠. 일본의 현재 정부는 국내 정치가 우선이고 특히 납치 문제는 일본으로선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1차 아베정권이 탄생한 것도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력한 입장, 거기에 대한 국민의 지지에 의해서 제1차 아베 내각이 탄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거든요. 그래서 7월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진전이 없는 납치 문제에 대해서 돌파구를 찾아봐야 되겠다 하는 것. 그것은 아베 정권으로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봅니다. 꼭 한미일 공조를 훼방하기 위해서 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도 국내 문제, 납치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까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지 한미일 공조를 훼손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