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군복 입고 수리온 탄 박 대통령, 군복 입고 중국 간 최룡해
입력 2013-05-23 12:19  | 수정 2013-05-23 19:55
북한이 오늘 13주년을 맞는 6·15 공동선언 행사를 남북이 함께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는 어제 우리 쪽에 팩스를 보내 '북남 관계를 원상회복하고 자주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유일한 출로는 6·15 공동선언 이행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6·15선언은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의 산물로 남북 화해와 공동번영을 핵심으로 합니다.

지난 2008년까지 매년 금강산에서 행사를 했지만, 그 해 금강산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북한이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요?

특히 오늘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방북하겠다고 한 날이기도 합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하자는 우리 측 제안은 거절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6·15 행사는 같이하자고 제안한 의도가 뭘까요?

우리 정부의 불허 방침으로 방북이 무산됐다는걸 극대화하려는 의도일까요?

북한의 이런 일련의 행동이 북한 특유의 양면 전술이고,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특사로 중국으로 갔습니다.


▶ 인터뷰 : 북한 조선중앙방송 보도
-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최룡해 동지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고 22일 특별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습니다."

최룡해는 지난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때 전 세계에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은을 소개한 인물입니다.

▶ 인터뷰 : 최룡해 / 인민군 총정치국장 (지난해 4월 15일)
-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을 축하하여 연설하시겠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성골 중의 성골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양대 권력 축으로 평가됩니다.

▶ 인터뷰 : 박정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최룡해는 군부 인사이지만, 혁명혈통이고 비군부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 북한의 수세적인 입장을 유연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사로 파견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비행기에 올라 군복을 입고 베이징에 내렸다는 겁니다.

군 총정치국장이지만,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외교 무대에서 군복을 입고 나타날 이유가 없습니다.

왜 군복을 입고 특사자격으로 갔을까요?

지금 북한은 군부가 지배하고 있고, 최근 계속된 위기 조장은 우리와 미국의 군사훈련에 맞선 북한군의 자위적 차원이었다는 것을 애써 드러내려 했던 걸까요?

또 북한 핵 포기를 주장하고 중국에 대해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 군부의 강경한 태도를 대변하기 위해서였을까요?

홍현익 박사의 설명입니다.

▶ 인터뷰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 "핵과 경제발전 병진 노선에 대해 설명하고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최룡해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베이징에 간 날, 박근혜 대통령은 군복을 입고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에 올랐습니다.

대당 185억 원에 달하는 수리온은 우리 군이 독자 개발한 헬기로 어제부터 실전 배치됐습니다.

조종사복을 입고 헬기에 오른 박 대통령의 모습은 북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최근에도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를 거절하고 유도탄을 발사하면서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다시 한번 북한의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조성하는 위기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나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

군복을 입은 박 대통령과 군복을 입은 최룡해.

겉모습만 보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한반도 정세가 긴장에서 대화국면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최룡해가 군복을 입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중국에 전할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에 보낼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전달하고, 또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우리와 미국, 중국의 삼각 동맹을 흔들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최룡해의 특사 방문을 미국과 우리에게 사전에 알렸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그대로 먹히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북중 관계가 복원되는 것이 우리로서는 썩 달가울 리 없겠지만,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는다면 우리에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미 한·미·중 세 나라는 북한 비핵화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룡해를 통해 김정은의 생각이 중국에 전달되고, 다음 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에서 의견이 교환된다면 한반도 위기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개성공단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측이 제안한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