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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류제국에게서 ‘토종 에이스’의 피를 보다
입력 2013-05-20 07:01  | 수정 2013-05-20 07:07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풍운아 류제국(LG 트윈스)이 일을 냈다. 위기의 LG를 구했다. 완벽한 투구는 아니었지만, 환상적인 타이밍이었다. 토종 선발에 대한 갈증도 날린 순간이었다. 만원 관중 앞 긴장된 데뷔전에서도 두둑한 배포를 선보인 류제국에게서 분명 에이스의 피가 엿보였다.
류제국은 지난 19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5⅔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을 기록하며 첫 승을 따냈다. LG의 4연패 탈출과 함께 13경기 연속 선발 무승 기록도 끊었다. 특히 12년 전 고교 라이벌 KIA 김진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값진 소득도 얻었다.
이날 류제국은 철저히 계산된 투구를 했다. 실투로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았지만, 전체적인 투구내용이 경제적이었다. 그만큼 준비를 하고 나왔다는 얘기다. 총 81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류제국은 직구(36개), 체인지업(16개), 커브(12개), 슬라이더(5개), 투심(12개) 등 다양한 구종을 적절히 배합해 타선을 상대했다. 탈삼진은 없었지만, 땅볼과 뜬공으로 맞춰잡는 능력이 탁월했다.
예고한 대로였다. 류제국은 삼진을 잡으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땅볼을 유도하는 경제적인 투구를 하겠다”고 했다. 무리하지 않고 한국 무대에 서서히 적응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LG 코칭스태프도 데뷔전서 류제국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2군에서 90개 남짓 투구수를 소화했던 류제국이었지만, 81개를 던진 류제국을 5회 2사 이후 주자가 없는 상황서 마운드에서 내렸다. 6회 나지완의 투런포를 얻어맞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선수 보호 차원의 색깔이 강했다. 홈런을 맞았더라도 데뷔전이었기 때문에 이닝을 마무리하고 내려오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기태 LG 감독은 곧바로 교체를 결정했다. 선수 보호를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류제국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류제국은 한국으로 유턴을 결정한 뒤 팔꿈치 수술과 공익근무로 공백기가 길었다. 2군에서 실전 투구를 마쳤지만,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진 첫 1군 무대 후유증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류제국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1군 잔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류제국의 부상 후유증은 없어 보였다. LG 구단 관계자도 경기를 마친 뒤 특별히 통증을 호소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데뷔전을 마친 류제국이 1군에 잔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LG 선발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류제국은 첫 무대에서 이닝이터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시켰다. 최소 6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다. 데뷔전에서 직구 최고구속도 147㎞를 찍으며 구속에 대한 우려도 날렸다. LG 코칭스태프는 구속은 경기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LG는 토종 선발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올 시즌에는 두 외국인투수도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다. 레다메스 리즈는 불운이 겹치며 6연패(2승)에 빠져있고, 벤자민 주키치도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하며 1승(3패)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키치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류제국의 합류는 LG 선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류제국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윤요섭은 1승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에이스가 우리도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류제국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LG 유니폼을 입은 직후 류제국은 LG의 미래를 이끌 기둥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4개월 뒤 첫 마운드에 선 류제국은 든든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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