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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울린 서동욱, 김기태 감독과 만난 사연
입력 2013-05-09 18:55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9일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잠실구장.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던 양 팀 선수들이 만났다.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런데 이날은 특별했다.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얼마 전까지 LG에서 몸 담았던 넥센 서동욱이 앞서 훈련을 하던 LG 선수들 사이에 나타났다. 선수들 틈에는 김기태 LG 감독도 있었다. 서동욱은 예의를 갖춰 인사부터 했다. 조금은 미안한 표정. 하지만 LG 선수들은 물론 김 감독도 웃으며 서동욱을 반겼다. 이들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갔을까.
김 감독은 인사를 하러 나온 서동욱에게 어제 잘쳤다”고 덕담을 먼저 건넸다. 이어 김 감독은 농을 섞어 네가 감독을 아주 죽이려고 그러는구나”라며 어깨를 툭 쳤다. 팀은 ?グ攘嗤� 더 잘하라는 의미였다.
서동욱은 전날(8일) LG전에서 이적 이후 첫 선발로 출장했다. 올 시즌 LG에서 11경기 8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서동욱은 넥센 유니폼을 입고 2회초 2사 1, 2루 찬스 첫 타석에서 결승 3루타를 날렸다. LG를 4연패에 빠뜨린 결정적 한 방이었다.

서동욱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서동욱은 사실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이 농담을 하시긴 했지만…”이라고 말을 아꼈다.
둘의 어색한 만남 뒤로 웃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서동욱 카드를 절묘하게 성공시킨 염경엽 넥센 감독이다. 염 감독은 서동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전격 1군으로 올렸다. 염 감독은 히든카드로 한 건 올려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서동욱은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염 감독은 느낌은 있었지만, 진짜 칠 줄은 몰랐다. 이런 게 야구라니까”라며 자신도 놀란 듯 웃은 뒤 두 번째 타석에서는 희생번트와 강공을 놓고 고민했지만, 이슈를 만드는 모헙보다는 경기에서 이기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그 상황에서는 1점이 더 필요했다”라고 서동욱에 대한 작전 수행 뒷얘기를 전했다.
염 감독은 스위치히터인 서동욱을 좌타자로만 활용할 뜻을 확실히 했다. 염 감독은 좌타석에서도 2할3푼밖에 못치는데 무슨 우타석이냐”며 좌타석에서 시즌 2할8푼을 친다면 그때 스위치로 활용할 것이다. 그때까진 스위치를 안 시킨다”라고 못박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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