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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앞에 고개 숙인 서동욱, 얄궂은 ‘넥센 영웅기’
입력 2013-05-08 21:55  | 수정 2013-05-08 22:16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운명은 참 얄궂다. 그토록 바라던 시즌 첫 안타가 친정팀의 비수를 꽂았다.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서동욱이 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잔인한 친정맞이 넥센 데뷔전을 치렀다. 서동욱은 올 시즌 LG 유니폼을 입고 11경기 8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극도로 부진했다. 포수 최경철과의 맞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갈아입은 서동욱은 이날 첫 1군에 합류한 뒤 3루수 겸 8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서동욱은 LG라서 부담도 기대도 된다”며 한 건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잘하겠다”라고 독을 품었다. 컨디션이 좋다는 보고를 받은 염경엽 넥센 감독의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염 감독은 휴식기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컨디션도 좋고 트레이드 이후 친정팀을 상대로 부담보다 승부욕을 발동할 수 있을 것이다. 히든카드로 한 건을 올려주길 기대하겠다”고 신뢰를 보냈다.
서동욱은 0-0으로 맞선 2회초 2사 1,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다. 서동욱은 왼쪽 타석에 들어서기 전 뒤로 돌아 1루 더그아웃 뒤쪽 LG 홈팬들을 향해 헬멧을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정 들었던 팬들을 향한 감사의 뜻과 올 시즌 부진했던 사죄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었다. LG 팬들도 이젠 상대 팀이 되어버린 서동욱을 향해 따뜻한 격력의 박수를 보냈다.

여기까지는 훈훈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서동욱의 눈은 매섭게 변했다. 한솥밥을 먹었던 선발 투수 우규민을 상대했다.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우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선제 2타점 적시 3루타가 터져나왔다. 서동욱의 이 한 방은 이적 설움을 날림과 동시에 결승타가 됐다. 화끈한 히어로즈 신고식이었다.
서동욱은 4회 무사 1, 2루에서도 깔끔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완벽한 작전수행을 해냈다. 6회에는 2사 이후 우전안타를 터뜨리며 시즌 첫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누구보다 의미있는 이적 데뷔전을 치른 서동욱은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뒤 8회말 수비 때 김민성과 교체됐다.
서동욱은 트레이드가 되고 나서 강진을 가서 머리도 식히고 마음을 잡고 준비를 잘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며 감독님께서 편안한 상황에서 연습을 하라고 지시하셨는데, 정말 편안하게 연습했던 것 같다. 수비보다 타격 부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멘탈적인 부분을 더 신경쓰고 연습했다”라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이어 LG 선수들은 같이 운동했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타석에 들어갔을 때 팬들이 많은 박수를 쳐줘서 힘이 났다”며 오늘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감격했다.
염경엽 감독도 결승타를 터뜨린 서동욱이 2군에서 좋은 훈련을 한 것 같다. 축하한다. 타격감을 유지해 1군에서 좋은 모습 유지했으면 한다”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넥센은 서동욱의 멀티히트 활약에 힘입어 3-1로 LG를 무너뜨리고 19승9패로 단독 선두를 고수했다. 선발 투수 김영민은 5⅔이닝 5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승(1승1패)을 따냈다. 반면 집 떠난 서동욱에게 충격의 결승타를 얻어맞은 LG는 시즌 첫 4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며 16패(13승)째를 당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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