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 7일 잠실 넥센-LG전. 2-4로 뒤진 8회초 넥센의 흐름을 한 순간에 바꾼 것은 이성열의 큼지막한 홈런 한 방이었다. LG 불펜 필승조의 핵인 정현욱마저 비틀거리게 만든 타격이었다.
홈런은 흔히 야구의 꽃이라고도 한다. 보기에만 시원한 것이 아니다. 분위기 전환을 시킬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시즌 LG의 야구에서는 홈런 구경하기가 참 힘들다. ‘똑딱이 타선에 잰걸음으로 바쁘기만 하다. 상대 투수가 두려움을 느낄 타순이 거의 없다.
LG의 팀 타율은 0.277로 높은데 실효성에서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정적 한 방이 없다보니 보는 사람의 애간장만 태우다 끝난다. 팀 홈런 상위 4팀의 성적이 고스란히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확실한 거포를 보유하고 있는 홈런의 힘이다.
LG를 거쳐간 거포는 많다. 넥센에서만 홈런 랭킹 1, 2위인 박병호와 이성열도 모두 LG 출신이다. 또 SK 이적 첫 경기에서 결정적인 투런포를 폭발시킨 김상현도 LG에서 몸을 담은 바 있다.
LG의 중심타선은 고령화된지 오래다. 여전히 3할을 유지하며 제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지만, 다른 팀에 비해 힘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에는 젊은피 정의윤을 적극 기용하며 키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홈런 2개를 기록했던 정의윤은 올 시즌 역시 단 1개의 홈런밖에 쏘지 못했다. 아직까지 거포 본능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기태 LG 감독은 왼손 거포 출신이다. 쌍방울-삼성-SK를 거친 대표적인 왼손 4번타자로 유명했다. 개인통산 249홈런으로 역대 프로야구 왼손 타자 가운데 양준혁(전 삼성, 351개), 이승엽(삼성, 347개)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똑딱이 타선을 바라보는 김 감독도 속이 탈 지경이다.
LG는 올해 뛰는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 터지는 홈런 한 방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선 직효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선 사라져버린 거포의 존재가 절실하다. 3연패에 빠진 LG는 13승15패 승률 0.464를 찍으며 6위로 추락했다. 지금 터져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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