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32강] '반란' 또는 '반전' 아니면 '반격'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 대한민국 축구 클럽의 최고봉을 가리는 ‘2013 하나은행 FA컵 32강 16경기가 8일 일제히 펼쳐진다.
아마추어 팀들끼리 맞붙었던 지난 3월 1라운드와 4월 2라운드를 거쳐 3라운드에 돌입한 FA컵은 32강부터 K리그 클래식 14개팀과 K리그 챌린지 6개팀 등 프로클럽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레이스는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구도는 20개 프로팀(클래식+챌린지)에 내셔널리그 6개팀, 대학 4개팀 그리고 챌린저스리그 2개팀 등 아마추어 클럽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프랑스리그 4부 리그 팀 칼레가 FA컵 결승까지 오르며 ‘칼레의 기적을 만든 것처럼, FA컵의 가장 큰 묘미는 하위리그 팀들의 ‘반란이다.
내셔널리그 팀들은 그래도 입장이 다르겠으나 대학 팀과 챌린저스리그 팀들은 그야말로 잃을 것 없는 도전이다. 제주를 만나는 건국대, FC서울을 상대하는 연세대, 포항과 격돌하는 숭실대, 성남과 맞붙는 동의대 등은 젊은 패기로 선배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대학팀보다도 홀가분한 팀은 챌린저스리그 소속의 이천시민구단과 전북매일FC다.

챌린저스리그는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그리고 내셔널리그에 이어 현재 지형도상으로 4부리그 격이다. 멤버들 중에는 과거 축구선수 경험이 있는 이들도 있으나 축구가 직업이 아닌 순수 아마추어 클럽이기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잡는다면, 시쳇말로 ‘대박이다.
상대적으로 이들과 만나는 프로팀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울산현대가 이천시민축구단에게, 인천유나이티드가 전북매일FC를 상대로 패한다면 그야말로 ‘망신이다. 무게 추가 많이 기우는 것은 사실이나 늘 나오는 말이 있듯 공은 둥글다.
지난해 정규리그 챔피언 서울과 FA컵 디펜딩 챔프 포항 역시 부담스럽다. 서울이 만나는 연세대와 포항이 상대할 숭실대는 대학 축구계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다. 방심은 금물이다.
당장 다음 시즌부터 한 리그에서 맞붙을 수 있는 클래식 팀과 챌린지 팀들 간의 대결은 섣부른 판단이 조심스럽다. 공교롭게도 32강에 오른 6개의 K리그 챌린지 팀들은 모두 해볼 만한 혹은 해보고 싶은 매치업이 성사돼 더욱 의욕이 충만이다.
K리그 클래식 구성원이 14개 팀이기에 32강 16경기 중 2경기는 1부리그 팀이 속하지 않는 매치업이 나온다. 이에 따라 광주FC와 충주험멜FC는 유일하게 K리그 챌린지 팀들 간의 대결이 됐다. 공히 쾌재를 부를 추첨이었다. 사실상 1부리그 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호화군단 상주상무도 내셔널리그 클럽 목포시청을 상대한다. 이근호 김재성 최철순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스쿼드를 채운 상주로서도 나쁘지 않은 32강이다.
2부리그의 다른 3팀도 내심 조편성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고양 Hi FC는 대전시티즌을, 수원FC는 대구FC를 상대한다.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1승4무5패에 그치고 있는 대전은 12위고 아직도 승리가 없는 대구는 4무6패로 최하위다. 대전과 대구에게는 자존심 상할 설명이지만, 고양이나 수원FC 입장에서는 반란을 일으켜볼 수 있는 상대다.
하지만 대전과 대구는 FA컵을 통해 ‘반전을 도모해야하는 상황이다. 절실함이 강하다.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두 팀으로서는 FA컵 무대에서 만나는 팀을 상대로 ‘이기는 법과 ‘자신감을 되찾아 반전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 내셔널리그 경주한국수력원자력을 만나는 강원FC(클래식 13위)도 마찬가지다.
각각 처한 상황 속에서 ‘반란과 ‘반전을 꿈꾸는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는 역시 10년 만에 부활한 ‘지지대 더비인 FC안양과 수원삼성의 격돌이다. 키워드는 ‘반격이다.
전신인 안양LG가 2004년 서울로 떠나면서 1번 국도 고개 ‘지지대를 사이에 둔 안양과 수원의 ‘축구클럽 전쟁은 사라지게 됐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던 ‘슈퍼매치의 모태는 FC안양이 2부리그(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면서 가능성의 싹을 틔웠다.
그래도 당장은 불가능했다. 수원삼성이 2부리그로 떨어지거나, FC안양이 1부로 승격되어야 만날 수 있었던 두 팀이다, 그런데 FA컵이 다리를 놔주었다.
FC안양 측은 FC컵 32강 조추첨식에서 서울이나 수원과 붙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고 했을 만큼 의욕적으로 FA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픈 역사 속에서 반격을 외치던 그들이 운명의 장난처럼 수원을 만났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지만 아무래도 수원은 부담이다. 이런 만남도 극적이다.
반란이거나 반전이거나 반격이거나. 비슷한 단어로 얽힌 사연들과 함께 펼쳐질 FA컵 32강. 아직 정상까지는 길이 멀지만 벌써부터 흥미진진한 요소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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