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남양유업 전 사원 "백번 잘못했다…집안이 망했다"
입력 2013-05-08 09:02  | 수정 2013-05-08 09:05
폭언 음성 파일이 유포되며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 이모 씨는 "백번 잘못했다"면서 울먹였습니다.

파일이 유포된 지난 3일 이후 외부와 접촉을 끊었던 그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표만 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고통스럽다"며 "주변에서 음성의 주인공이 나인걸 다 아는 것 같은데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문제의 파일은 치즈 대리점을 담당하던 2010년 4월말에서 5월초에 녹음된 것 같다"며 "욕은 하면 안되지만 이미 사과까지 다 한 문제인데, 이제껏 문제삼지 않던 일을 3년이나 지난 후 들고 나오는 것은 파일을 악의적으로 이용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관계에 대해선 "큰소리도 하고 욕설이 오가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갑을 관계는 아니다"면서 "대리점주가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대리점에서 영업사원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선 "목표를 120% 정도로 잡는 수는 있지만 대리점주들이 동의하지 않는 무리한 목표를 잡지는 않는다"며 "본사와 대리점이 매출 목표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하면 그간 지급받은 각종 장려금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음은 이 씨와의 일문일답.

-- 사건의 경위가 무엇인가.

▲ 문제의 대리점주와는 2009년 만나서 치즈 시장을 처음부터 개척했다. 당시 사업이 처음이어서 장려금을 비롯한 본사 지원이 많았다. 꾸준히 매출이 늘다가 2010년 2월부터 갑자기 매출이 떨어졌다. 대리점주가 더 이상 어렵다고 해서 한 달을 쉬자고 했으나 4월에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대화를 녹음한 것인데 대화가 짜깁기 됐다. 욕을 한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대화가 격해지다보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벌어졌다.

회사에서 그간 지원한 장려금이 있는데 약정된 매출을 채우지 못하면 대리점에서 그간 지급된 장려금을 다 돌려줘야 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 그래도 욕설은 해서는 안됐던 것 아닌가.

▲ 한두번이 아니었던 터라 그랬지만 결국 감정 자제를 못했다. 이 대리점이 망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장려금만 4천900만원, 증정 지원금은 1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을 변제하는 상황은 안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 말은 없다. 이번달에도 못하면 나도 못버틴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 다른 대리점주에게도 이렇게 응대하나.

▲ 다른 대리점주에게는 이렇게까지는 아니지만 흥분하면 싸움이 오가기는 했다. 말싸움이 서로 오가다보면 결국 욕설이 오가기도 하고 그런다. 다만 모든 영업사원이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 애초에 목표를 무리하게 설정한 것이 문제 아니었나.

▲ 목표는 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잡는다. 나도 많이 대리점에 많이 당했다. 뺨 을 맞은 적도 없다. 이번 일 때문에 회사 전체를 나쁘다고 매도하는 일만은 하지 말아달라. 어느 영업조직이든 대리점과는 언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목표를 120% 정도로 높게 잡을 수는 있지만, 대리점에서 못하겠다고 하면 강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 떡값 녹취 파일도 있다는데.

▲ 관습적으로 예전에는 있을 수 있었겠지만, 오히려 요즘은 회사 직원들이 대리점에 선물을 돌린다. 어떤 대리점주는 차비하라고 몇만원씩 주기도 하고, 데이트비용을 주기도 하는데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것은 지금은 없다.

-- 회사에서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세우면 영업사원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것 아닌가.

▲ 영업사원이니까 매출 목표가 부담은 된다. 무엇보다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회사에서 장려금이 나올 때는 매출이 좋다가 갑자기 떨어지면 회사에서는 장난친다고 생각한다. 대리점과 회사 관계에서는 약정이 계약이나 마찬가지다. 그 계약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난 어떻게 보면 희생양이다. 이미 2010년 10월에 녹취파일의 존재를 알았지만 당시에는 그 대리점주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3월초부터 우유 대리점과 본사 사이에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이 녹취파일이 대리점주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검찰 조사 시점에 맞춰 터트린 것이다.

-- 한국을 떠나겠다고 했다는데.

▲ 그렇다. 남양유업을 10년 넘게 다녔다. 어머니는 이 뉴스가 나오고 쓰러졌고, 아버지도 정상적 생활이 안된다. 내 목소리가 그대로 인터넷에 나오면서 주변에서는 다 알아보는 것 같다. 집안이 망했다. 파일이 공개되고 잠도 못잘 정도로 괴롭다. 제정신이 아니다. 부모님은 지금이라도 대리점주에게 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한다. (울음) 정말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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