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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LG, 잔혹한 계절의 현주소
입력 2013-05-07 06:55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노리는 LG 트윈스가 잔인한 계절을 맞고 있다. 위기다.
LG는 5할 승률이 붕괴됐다. 7일 현재 승률 0.481(13승14패)을 기록하며 전체 5위에 랭크됐다. 시즌 초반이지만 상위 4팀과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1위 KIA 타이거즈와 5경기차, 4위 삼성 라이온즈와는 3.5경기차로 멀어지고 있다.
또 내리막 현상을 거부할 수 없다. 지난달 중순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LG는 지난달 말부터 5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5위 수성을 하는 것조차 위태롭다. 6위 SK 와이번스와 승차가 없고, 7위 롯데 자이언츠와도 1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한 번 미끄러지면 신생팀 NC 다이노스와 어깨를 견줘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냉정하게 보자. 27경기를 소화한 LG의 현주소는 아직 포스트 시즌을 꿈꾸기 이르다.


▲ ‘한 방 믿을맨의 부족
LG의 타선은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올 시즌 팀 타율도 0.279로 삼성(0.294)과 KIA(0.292)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따지면 팀 타율 무용론이 나온다.
LG는 승부처 기회에 약하다. 삼성과 KIA가 3할 이상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한 반면 LG는 0.265로 떨어진다. 당연히 타점 순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LG는 상위 순위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에서도 114타점으로 5위에 머물러있다. 또 장타율도 0.358로 5위, 홈런은 9개로 6위에 처져있다. 한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팀은 LG를 포함해 한화 이글스(6개)와 롯데(5개) 뿐이다.
상하위 타선의 경계가 없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시선으로 봤을 땐 약점이 될 수 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확실한 한 방이 없다는 것이 문제. 중심타선의 한 방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팀 내 홈런 1위는 톱타자로 주로 나서고 있는 오지환(5개)이다. 중심타선의 세기가 약하다. 4번타자 정성훈은 개막전 만루포 이후 침묵하고 있고, 이진영, 현재윤, 정의윤이 1개씩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진영과 현재윤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특히 팀 내 득점권 타율 1위(0.394)인 이진영의 공백은 타격이 크다.
LG 공격의 집중력 부족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타순 변화도 많고 선수 기용폭도 넓다. 이젠 엇박자를 끊고 리듬을 탈 수 있는 중심을 잡을 때다.

▲ 수비 불안…안고 가야할 문제?
LG의 성적을 가로막는 절대 약점은 수비 불안이다. LG가 스프링캠프 내내 강조했던 것은 센터라인의 안정된 구축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수비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팀 실책은 NC(27개)와 롯데(26개)에 이어 22개로 전체 3위다. 경기당 0.8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 어이없는 실책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수비 집중력의 한계점이 엿보인다. 지난 5일 잠실 두산전 7회 중견수 이대형의 실책은 잠실 라이벌전 마지막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실책은 팀 전체의 분위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강팀의 조건 0순위는 수비다. 홈런 한 방보다 실책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LG의 수비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유지현 수비코치는 지금 수비가 LG의 정확한 실력”이라며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유 코치는 우리 팀에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지환도 아직 훈련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정주현도 외야수로 나선 것이 처음이라고 봐도 된다. 정성훈도 수비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 올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력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이다. 그나마 내야 수비가 안정적인 선수는 손주인 뿐이다”라고 했다.
LG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수비다. 시즌 초반에 비해 내야 수비의 안정감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화중인 수비의 상위 평균이 나와야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 마운드 안정은 '희망찬가'
LG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보다 확실히 안정된 마운드 효과다. 정현욱 등 불펜 보강으로 든든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시즌 개막 전 우려했던 토종 선발의 불안도 아직까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LG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27경기 평균자책점 3.93으로 두산, SK, 삼성에 이어 4위다. 블론세이브도 단 한 차례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불펜 필승조 유원상이 1군에서 제외됐지만, 정현욱과 봉중근이 각각 평균자책점 1.69, 0.87을 기록하며 든든하게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LG 마운드의 아쉬운 점은 선발진의 이닝이터 역할이다. LG는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를 제외한 토종 선발의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 LG의 퀄리티스타트는 총 9회. 파격적인 변칙 마운드 체제를 하고 있는 한화(6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주키치가 4회, 리즈가 3회를 기록했다. 나머지 2회는 우규민과 신정락이 1개씩 기록한 것이 전부다. 이 같은 현상은 불펜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또 에이스를 맡아야 할 주키치의 부진도 LG의 고민이다. 주키치는 5선발 가운데 가장 높은 6경기 평균자책점인 5.18을 찍고 있다. 타선 지원 유무를 떠나 최근 2연패를 당하는 등 1승(3패)밖에 챙기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던 주키치의 부진은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다.
하지만 LG의 마운드는 여전히 강점이 많다. 실전 감각을 익히며 1군 합류 초읽기에 들어간 류제국과 유원상의 1군 복귀는 LG 마운드 안정을 위한 보험카드다.
LG는 5할 붕괴와 함께 찾아온 위기 속에 이번주가 큰 고비다. 잠실 넥센 3연전에 이어 부산 롯데 3연전은 초반 순위 경쟁에 결정적 영향을 줄 중요한 경기들이다. LG의 잔혹한 역사 반복을 막기 위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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