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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국노래자랑’ 이초희, 조정석이 보인다
입력 2013-05-06 08:31 

누가 뭐래도 지난해 한국영화계에서 제대로 발견된 배우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매력을 뽐낸 조정석이다. 납뜩이와 비슷한 성격이나 캐릭터는 아니지만, 올해는 아직 배우 이초희(24)가 조정석 못지않게 발견될 배우라고 할 만하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에서 이초희는 건강식품 회사 동료 동수(유연석)를 짝사랑하는 현자를 연기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그는 오매불망 동수가 등 떠민 덕 혹은 탓에 엉겁결에 무대에 오르게 된다. 무대에 올라 제품을 홍보해야 하는 건 싫지만, 동수와 함께 노래자랑을 준비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이초희는 눈빛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짝사랑하는 여성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해내 눈길을 끈다. 짝사랑하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이 불그스름해지는 것까지 리얼하다. 어눌해 보이지만 매력적이다. 이 신인 배우의 신선함과 상쾌함에 흠뻑 빠져들 게 분명하다.
짝사랑깨나 해봤을 것 같은데 웬걸. 전혀 경험이 없다. 한 번도 짝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과거에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끙끙 앓던 기억과 감정을 떠올렸죠. 그랬더니 친구들한테 ‘진짜 유연석 오빠 좋아하는 것 아냐?라는 얘기까지 들었어요. 짝사랑 경험이 없는데 가장 극찬인 것 같아요.”(웃음)
이초희는 현자가 짝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애를 쓰니까 동작도 우물쭈물하고, 이상한 의성어도 나오더라. 실제 감정 기복이 심했는데 그 상태가 무척 즐거웠다”며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누군가 짝사랑해보는 것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초희가 맡은 현자의 이야기는 비중이 상당하다. 영화의 한 축을 오롯이 담당한다. 신예인 그에게 막대한 역할이다.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건 그를 좋게 본 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편영화 촬영 중이던 그는 ‘전국노래자랑 오디션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에 관한 좋은 이야기들을 들은 제작진 쪽에서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파수꾼을 보셨거나 햄버거 CF 등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요? 어떤 분들이 좋게 말씀해주신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하죠. 주변에서 친구들이 오디션 많이 보러 갔는데 저만 됐어요.(웃음) 오디션 때 뭐했느냐고요? 감독님 만났을 때 한 시간 정도 대화만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노래도 하고 자유연기도 했다는데 저는 그런 게 없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한 1주일 뒤쯤 연락이 왔어요. 무척 기뻤죠.”
이제훈의 발견과 영화 제목 정도만 알려진 ‘파수꾼은 이초희에게도 특히 남다른 작품이다. 대중에게는 아니었지만 영화계 사람들에게 그를 각인시키게 했기 때문이다. ‘파수꾼이 끝난 뒤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을 텐데 그는 학교(서울예대, 08학번)로 돌아갔다.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영화도 좋지만 연극무대에도 서고 싶었거든요. 만약에 정말 혹시라도 ‘파수꾼으로 제가 어떤 영향을 받아 영화만 하게 된다면 다른 것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괜찮은데 무대에만 서면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컸죠. 처음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학교로 가니 예전과 달리 집중력도 좋아져 있었고, 무섭지 않더라고요.”(웃음)
이초희는 ‘파수꾼은 내 생애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며 관계자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고, 찾아보신 것 같더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뛰어난 게 아니라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등 오빠들이 잘해서 묻어간 건데 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할까 봐 조심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조심스럽게 정진한 덕일까. ‘전국노래자랑에 캐스팅돼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촬영을 시작할 때쯤 소속사(류승룡, 류현경, 조은지 등이 소속된 프레인TPC)도 생겼다. 이제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10살 때,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려고 연기학원에 다녔는데 어느새 꿈이 배우가 됐고,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됐다.
부모님은 성격을 고치게 하려고, 또 취미로만 생각했던 일이 딸의 직업이 되니 처음에는 무척이나 싫어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열성 팬이다. 10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도 마찬가지. 남동생은 ‘전국노래자랑이 정말 웃겼다고 했고, 이초희에게 정말 약간 모자라 보인다는 칭찬(?)을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이 극장가를 독점해 ‘전국노래자랑이 흥행에서 미진해 보이는 점은 아쉽다. 대진 운에 대해 당연히 안타까운 마음도 있겠지만, 이초희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기쁘다고 웃었다.
영화가 극장에 걸렸지만 아직 얼떨떨해 한 그의 표정과 신선한 마스크가 매력적으로 남는다. 혜성같이 등장한 그가 영화와 TV에서 종횡무진인 조정석처럼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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