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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루시아의 봄 노래 ‘꽃그늘’ 아래 가만히 눈을 감다
입력 2013-05-04 09:31 

봄에 나오는 인디씬 여가수, 뻔한 느낌이셨나요?”
문득 1년 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풋풋한 대학생이던 서연(배수지)과 승민(이제훈)이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함께 음악을 듣던 모습이. 지금도 아련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듣는 스크린 속 두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었다.
그래, 영화 카피처럼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고, 그 시절-정확히 말해 CD 시절, 우리는 좋은 음반을 누군가 주고 싶은 이에게 참 많이도 선물했다. 음반 한 장에 마음을 담아 선물하던, ‘아날로그라 칭해지는 그 시절이 유난히 그리운 봄이다.
아마도 그런 계절, 봄에 돌아온 그녀, 루시아의 새 앨범을 만났기 때문인가 보다. 지난 달 18일 발매된 루시아의 새 미니앨범 ‘꽃그늘을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잇달아 컴백하는 ‘오버 씬의 많은 여가수들이 지니지 않은 감수성을 나누고 싶음이다.
지난해 가을 발매한 미니앨범 ‘데칼코마니를 통해 전 곡 작사, 작곡이 능한 싱어송라이터임을 입증한 루시아는 ‘꽃그늘 역시 전 곡 작사, 곡 및 프로듀싱까지 해냈다. 계절감에 맞는 서정적이면서도 풍성한 감성이 더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루시아는 자신의 ‘봄 노래에 대해 소개하기에 앞서 곡들이 주는 분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음반을 기획할 때 쇼크 먹은 게 있어요. 봄에 인디씬 여자 가수가 앨범을 낸다, 하면 많은 분들이 뻔한 분위기를 생각하시더라고요. ‘통기타 들고 나와서 샤랄라 하겠지라는 글을 봤어요. 충격 받았죠. 수많은 봄 음반과 조금은 다르게 가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먼저 ‘봄이 주는 정형화된 이미지부터 깨버렸다. 봄 하면 보통 따뜻하고 온화한 바람, 연두빛 새싹, 설레임, 포근함 이런 게 떠오르죠? 하지만 그 좋은 계절에는, 다양한 혼란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따뜻해졌나 싶다가도 꽃샘추위가 오면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하나 싶고.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사람의 마음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면을 이번 음반에서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앨범에는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리는 봄의 이면을 고풍적으로 풀어낸 타이틀곡 ‘그런 계절을 포함해 고은 시인의 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사과꽃, 5월에 타계한 故 피천득 시인을 기리는 ‘5월의 당신을 등 총 8곡이 수록됐다.
적어도 루시아에게 봄은 그랬다. 포근하기도 하지만 ‘형벌 같이 가혹한 고통의 순간도 분명 존재하는 그런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는 이번 앨범에 담긴 봄의 단상에 대해 100% 경험담”이라고 했다.
경험주의적인 면이 있어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글을 잘 못 써요. 봄이라는 계절은 일반적으로 희망찬 시작의 느낌이 강하지만, 누군가는 겨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맞이하는 고통스러운 계절일 수도 있으니까요.”
더 묻지 않아도 되겠다 싶다. 그는 ‘그런 계절, ‘담담하게 등이 모두 자신의 이별 경험담이라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3~4월부터 쏟아져 나온 많은 음반들 가운데서도 루시아의 음반은 독특하다. ‘데칼코마니 때도 짙은 분홍빛이 감도는 붉은 색실로 앙증을 부리더니, 이번에는 단순히 CD가 아닌 시집 수준이다.
이번 음반은 시집 사이즈로 제작했어요. 종이 질감도 좋고, 가볍기도 하고요. 또 가사를 세로로, 시집처럼 써서 가사를 다 읽으면 한 권의 책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죠. 진짜 책처럼, 서문도 직접 썼어요.”
루시아는 나는 지금도 그런(음반) 선물을 주고 받곤 한다”며 내 음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렇게 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여백을 많이 뒀어요.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다이어리처럼 쓰거나 노트처럼 필기를 하셔도 좋겠다는 마음이죠.”
‘아니 그 아까운 걸 어떻게 차마 펜을 대겠나 싶다가도 ‘앨범을 두 장 사면 되겠구나 싶은 마음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온라인 음원으로는 들을 수 없는, CD로만 공개되는 히든트랙도 담겨있다. 1집 ‘자기만의 방에 수록됐던 곡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건가요의 데모 얼리(Early) 버전, 그리고 루시아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을 따 그(!)의 이야기를 담은 ‘오스카다.
이쯤 되면 루시아의 ‘꽃그늘을 스마트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그저 듣는 게 아닌, CD로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올 봄, 누군가에게 루시아의 ‘꽃그늘을 선물한다면 분명 마주한 이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한편 루시아는 6월 8, 9일 양일간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꽃그늘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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