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다린 봄인가. 비로소 드라이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따스한 햇살과 도로를 따라 수놓인 꽃. 생각만 해도 기쁘지 아니한가. 이번 주말엔 조금 여유를 갖고 서울 근교로 떠나보자. 탑라이더가 추천하는 드라이빙 코스, 그 첫번째는 ‘와인딩의 성지 중미산이다.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양평 시내로 진입. 양평군청에서 북쪽 덕평리 방향으로 올라가면 복동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와인딩이 시작된다.
폭스바겐의 소형차 폴로(POLO) 중미산 와인딩 구간은 과속방지턱이 없고 2차선으로 넓어지는 구간이 종종 있어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기 적격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헤어핀 등 까다로운 코너가 많고 역뱅크(회전 방향과 반대로 기울어진 도로)도 있기 때문에 여러차례 천천히 코스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탑라이더와 함께 중미산 탐방에 나선 차는 폭스바겐 폴로다.
◆ 예상을 깨는 폴로의 움직임…믿어지지 않는 거동”
폭스바겐 폴로에는 1.6리터 TDI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3.5kg·m. 90마력이라니. 차를 타기 전엔 솔직히 말해 조금 가소롭게 여겼다. 예상했겠지만 선입견은 첫코너에서부터 산산조각났다. 90마력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거동이었다. 더구나 와인딩에서는 엔진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았다.
복동삼거리에서 우측도로로 진입하며 속도를 높여봤다. 오르막으로 구성된 코스다. 이미 고속도로에서 폴로를 체험해봤지만 성능은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
중미산 점령에 나선 폴로. 오르막도 문제없다. 운전자를 즐겁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DSG 변속기는 엔진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원활한 기어 변속은 속도 상승을 꾸준하게 이끈다. 직결감은 매우 뛰어나고 변속도 신속하다. 그래서 수동모드로 변경하면 짜릿한 손맛까지 느낄 수 있다. 엔트리급 소형차에서 손맛이라니. 대부분 국산차에선 생각하기 힘든 구성이다.
폴로에 장착된 7단 DSG 자동변속기. 빠른 변속 속도와 연비향상에 이점이 있다. 기어노브를 S(스포트)로 놓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부왕하는 엔진소리가 발끝을 자극한다. 비교적 완만한 코너로 이뤄진 초입에서는 이렇게 속도를 높여도 좋다. 오르막에선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웬만한 코너를 빠른 속도로 지날 수 있다. 공격적인 움직임에도 앞머리가 잘 따라오기 때문이다.
급코너에서는 중앙선에 바짝 붙어가다 바깥차선으로 차체를 획 돌린다. 코너에서 최대한 직선을 길게 만들어 가속을 끌어올린다. 이윽고 부드럽게 아웃-인-아웃으로 연속된 코너를 공략한다. 속도를 높여도 언더스티어 걱정은 없다.
빠른 속도보다는 안전이 중요하다. 차선을 지키는 것은 필수. 서킷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코너를 아웃-인-아웃으로 통과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가속을 높일 수 있는 자신만의 라인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로 중앙선을 밟거나 넘어서는 안되고 도로 반사경도 자주 확인해야 한다.
◆ 출력? 100%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
뱀처럼 길게 구불대는 중미산 코스. 이를 따라 핸들을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돌려대자 타이어는 이따금 외마디 신음을 흘리는 듯 했다. 기어단수를 낮추고 박차를 가해 피스톤의 상하 운동 회수를 분당 5000회 가까이 높였다. 타이어가 내던 신음소리는 마침내 자지러지는 듯한 고음으로 올라서고 차체도 흐트러질 듯 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폴로는 이내 도도하게 중심을 잡는다. 비록 골프처럼 풍만한 몸매는 아니지만, 주행 감각이 매우 타이트하고 쫀득쫀득해 한번 타본 사내들은 일순간 마음을 빼앗길만 하다.
다만 아무리 DSG 변속기를 갖췄다 해도 디젤엔진은 레드존에 가까워지면 순간적으로 힘이 풀리는 특성이 있다. 지나치게 거칠게 다루는 것 보다 4000rpm 부근에서 변속하며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폴로에 장착된 1.6 TDI 엔진. 디젤 엔진 특유의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
코너를 돌수록 놀라움의 연속이다. 골프도 마찬가지지만 폭스바겐의 소형차는 핸들링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코너링 한계치는 상당히 높다. 200마력 넘는 엔진까지 장착되는 모델이니 하체는 무척 단단하다. 기본기는 이 핸들링과 직결된다. 코너를 돌아 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다. 스티어링휠의 적당한 반발력과 뛰어난 조작감은 왜 유럽인들이 이 차를 ‘2010 올해의 차로 뽑았는지 짐작케 한다.
차의 출력이 90마력이든 500마력이든 그것을 아낌없이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차체의 견고함이나 탄탄함, 서스펜션의 구조와 성능, 브레이크 등의 기본기가 우선이다. 감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고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다.
R라인 패키지가 적용된 폭스바겐 폴로. 국내에는 외관 패키지가 추가된 R라인 모델이 판매된다. 프론트 및 리어 범퍼, 고광택 블랙 컬러의 라디에이터 그릴, 바디 컬러와 동일한 사이드 실과 리어 스포일러 등이 추가됐다. 비록 주행성능에 미치는 요인이 크지 않을지라도 눈으로 보는 맛은 제법이다.
◆ 짜릿한 내리막…가벼운 차체라서 더 재미있다
출력이 약한 차는 내리막에서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더구나 코너에선 작고 날쌘 소형차가 유리하다. 대신 앞바퀴에 하중이 집중돼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의 기본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다.
짜릿한 내리막을 즐길 수 있는 폴로. 중미산에서 전설을 쌓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미산 정상부근에서 설악 IC 교차로까지 내리막이 계속된다. 내리막은 강인한 심장과 침착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까지 속도를 끌어올린다. 가속-브레이크-방향전환. 웬만한 코너는 운전자의 별다른 능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핸들만 꺾으면 나머지는 폴로가 알아서 해준다. 마음놓고 맡길만 하다.
버킷타입의 직물시트. 가죽시트에 비해 고급감은 떨어지지만 몸을 지지하는 능력은 더 좋다. 연속되는 내리막 코너에도 제동력은 지치지 않는다. 폴로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브레이크. 마치 뒤에서 잡아당기듯 끈질기게 차를 멈춰 세운다. 폴로에 장착된 던롭타이어 스포트 맥스는 의외의 세팅이다. 연비나 승차감보다는 성능 위주의 타이어다. 역시 뛰어난 그립력은 무시할 수 없다.
제동성능은 크게 돋보인다. 차는 잘 달리는 것보다 잘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미니(MINI)도 빠른 와인딩이 가능하지만 질감이 완전히 다르다. 미니가 높은 출력으로 통통 튀는 느낌이라면 폴로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폴로의 서스펜션이 더 세련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빠른 속도에서도 코너 진입 시 좌우쏠림이 크지 않고 노면에 잘 달라붙어 바람처럼 사라진다. 소형차라고 무시하다간 멀어져가는 꽁무니만 구경해야 된다.
롤링이 적고 노면에 달라붙는다. 하체의 단단함이나 서스펜션 셋업은 매력적. ◆ 타기 전엔 모르는 '숨은 매력'
설악 IC 부근에 도달해 숨을 고르자. 운전은 의외로 피곤하다. 더욱이 와인딩 로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만큼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이만저만 아니다. 빨리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면 되고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북한강을 끼고 경치를 즐기며 서울로 돌아가는 것도 좋다.
화려한 요즘 차와 다르게 단출한 실내. 아날로그적인 맛이 있다. 1년에 적어도 50대 이상의 차를 시승한다. 그 중엔 무척 타보고 싶은 차가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타야 하는 차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폭스바겐 폴로는 너무나 의외의 차였다. 차체 크기나 마력, 타이어 사이즈 등의 조합으로 차를 앞서서 평가했던 자신을 한심하게 여길 정도로 위풍당당한 주행성능을 가진 차였다. 나서서 시승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차에 타고 나서는 좀체 내리고 싶지 않은 매력이 있었다.
위풍당당한 폴로. 겉만 번지르한 국산차한테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다. 자동차의 본질에 너무나 충실한 차를 만나 기쁘지만 한편으론 꾸밈과 편의사양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폴로가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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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양평 시내로 진입. 양평군청에서 북쪽 덕평리 방향으로 올라가면 복동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와인딩이 시작된다.
탑라이더와 함께 중미산 탐방에 나선 차는 폭스바겐 폴로다.
◆ 예상을 깨는 폴로의 움직임…믿어지지 않는 거동”
폭스바겐 폴로에는 1.6리터 TDI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3.5kg·m. 90마력이라니. 차를 타기 전엔 솔직히 말해 조금 가소롭게 여겼다. 예상했겠지만 선입견은 첫코너에서부터 산산조각났다. 90마력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거동이었다. 더구나 와인딩에서는 엔진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았다.
복동삼거리에서 우측도로로 진입하며 속도를 높여봤다. 오르막으로 구성된 코스다. 이미 고속도로에서 폴로를 체험해봤지만 성능은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
급코너에서는 중앙선에 바짝 붙어가다 바깥차선으로 차체를 획 돌린다. 코너에서 최대한 직선을 길게 만들어 가속을 끌어올린다. 이윽고 부드럽게 아웃-인-아웃으로 연속된 코너를 공략한다. 속도를 높여도 언더스티어 걱정은 없다.
◆ 출력? 100%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
뱀처럼 길게 구불대는 중미산 코스. 이를 따라 핸들을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돌려대자 타이어는 이따금 외마디 신음을 흘리는 듯 했다. 기어단수를 낮추고 박차를 가해 피스톤의 상하 운동 회수를 분당 5000회 가까이 높였다. 타이어가 내던 신음소리는 마침내 자지러지는 듯한 고음으로 올라서고 차체도 흐트러질 듯 했다. 그러나 그도 잠시, 폴로는 이내 도도하게 중심을 잡는다. 비록 골프처럼 풍만한 몸매는 아니지만, 주행 감각이 매우 타이트하고 쫀득쫀득해 한번 타본 사내들은 일순간 마음을 빼앗길만 하다.
다만 아무리 DSG 변속기를 갖췄다 해도 디젤엔진은 레드존에 가까워지면 순간적으로 힘이 풀리는 특성이 있다. 지나치게 거칠게 다루는 것 보다 4000rpm 부근에서 변속하며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차의 출력이 90마력이든 500마력이든 그것을 아낌없이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차체의 견고함이나 탄탄함, 서스펜션의 구조와 성능, 브레이크 등의 기본기가 우선이다. 감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고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다.
◆ 짜릿한 내리막…가벼운 차체라서 더 재미있다
출력이 약한 차는 내리막에서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더구나 코너에선 작고 날쌘 소형차가 유리하다. 대신 앞바퀴에 하중이 집중돼 타이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의 기본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다.
설악 IC 부근에 도달해 숨을 고르자. 운전은 의외로 피곤하다. 더욱이 와인딩 로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만큼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이만저만 아니다. 빨리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면 되고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북한강을 끼고 경치를 즐기며 서울로 돌아가는 것도 좋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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