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북한은 항상 두 개의 선택지로 다가옵니다.
군사적 대결로 갈 것인지, 아니면 대화와 협력으로 갈 것인지 하는 선택입니다.
이 사진들을 한번 보시죠.
왼쪽은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밀가루 500톤이 코스모스 길을 따라 북한으로 향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같은 날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우리 군이 포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입니다.
같은 곳, 같은 시각 북한을 향하는 서로 다른 모습입니다.
어느 쪽이 더 북한에 유익한지는 북한 스스로 잘 알 것입니다.
그들은 왜 이런 간단한 선택조차 하지 못하는 걸까요?
실제로 한반도 긴장 고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발이 꽁꽁 묶였습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밀가루 지원과 유진벨 재단의 결핵약 지원은 통일부의 반출 승인이 났지만, 다른 대북관련 지원 단체의 지원은 유보상태입니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3개 이상의 단체가 영유아용 이유식과 수액제 등 기초의약품의 대북 반출 승인을 신청했지만, 통일부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지난해 12월 반출 승인 신청을 했는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유엔의 대북제재안이 나오면서 우리 정부도 승인을 유보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도 역시 우리에게 막 손을 내밀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 민간단체가 이달 초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에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답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군사적 위협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게 계면쩍어서였을까요?
어쨌거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높을수록, 북한으로 넘어가는 인도적 지원 물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대북지원 현황을 볼까요?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대북지원은 정부차원이 2650억 원, 민간차원이 576억 원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는 정부 차원이 3,488억 원 민간차원이 909억 원이나 됐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438억 원, 민간지원이 725억 원이었고 임기 말인 2012년에는 각각 23억 원과 118억 원으로 확 줄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제로가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대북지원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북한 하기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4월17일)
- "위협과 도발을 하면 또 협상과 지원을 하고 위협과 도발이 있으면 또 협상과 지원을 하는 그런 악순환을 우리는 끊어야 합니다."
이런 우리의 기조가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북한이 잠잠합니다.
지난 한 두 달 동안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부터 핵 선제타격 협박, 개성공단 가동 중단조치 등 하루에만 2~3건의 협박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이틀에 한 번 꼴로 줄었습니다.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도 조용히 보내더니, 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오늘도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인민군은 사상의 강군, 정신력의 강군'이라며 '싸우지 않고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최정예 강군'이라고 군대를 치켜세웠습니다.
'싸우지 않고'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이제 더는 군사적 위협은 하지 않겠다는 뜻일까요?
노동신문은 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인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으며, 군인들과 함께 체육 오락경기를 하고,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내일 군사 퍼레이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왜 이렇게 차분한 걸까요?
일각에서는 올해가 정주년, 그러니까 끝이 0이나 5로 끝나는 꺾어지는 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꺾어지는 해에 있는 각종 기념일은 성대하게 기념했지만, 그렇지 않은 해의 기념일은 비교적 조촐하게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서 보듯 북한이 강력한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 전망이 지금까지는 틀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은 여전히 단추만 누르면 발사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 김관진 국방장관 앞으로 배달된 괴소포와 백색 가루에서 보듯 우리의 허를 찌르는 테러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의 총참모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우리는 긴장하면서 북녘땅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임진각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듯이 북한 들녘에도 봄꽃이 피었을까요?
대포에서 미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 아닌, 좋은 향기가 나는 봄꽃이 한반도를 뒤덮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군사적 대결로 갈 것인지, 아니면 대화와 협력으로 갈 것인지 하는 선택입니다.
이 사진들을 한번 보시죠.
왼쪽은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밀가루 500톤이 코스모스 길을 따라 북한으로 향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같은 날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우리 군이 포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입니다.
같은 곳, 같은 시각 북한을 향하는 서로 다른 모습입니다.
어느 쪽이 더 북한에 유익한지는 북한 스스로 잘 알 것입니다.
그들은 왜 이런 간단한 선택조차 하지 못하는 걸까요?
실제로 한반도 긴장 고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발이 꽁꽁 묶였습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밀가루 지원과 유진벨 재단의 결핵약 지원은 통일부의 반출 승인이 났지만, 다른 대북관련 지원 단체의 지원은 유보상태입니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3개 이상의 단체가 영유아용 이유식과 수액제 등 기초의약품의 대북 반출 승인을 신청했지만, 통일부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지난해 12월 반출 승인 신청을 했는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유엔의 대북제재안이 나오면서 우리 정부도 승인을 유보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도 역시 우리에게 막 손을 내밀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 민간단체가 이달 초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에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답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군사적 위협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게 계면쩍어서였을까요?
어쨌거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높을수록, 북한으로 넘어가는 인도적 지원 물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대북지원 현황을 볼까요?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대북지원은 정부차원이 2650억 원, 민간차원이 576억 원이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는 정부 차원이 3,488억 원 민간차원이 909억 원이나 됐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438억 원, 민간지원이 725억 원이었고 임기 말인 2012년에는 각각 23억 원과 118억 원으로 확 줄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제로가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대북지원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북한 하기에 달렸지만 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4월17일)
- "위협과 도발을 하면 또 협상과 지원을 하고 위협과 도발이 있으면 또 협상과 지원을 하는 그런 악순환을 우리는 끊어야 합니다."
이런 우리의 기조가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북한이 잠잠합니다.
지난 한 두 달 동안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부터 핵 선제타격 협박, 개성공단 가동 중단조치 등 하루에만 2~3건의 협박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이틀에 한 번 꼴로 줄었습니다.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도 조용히 보내더니, 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둔 오늘도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인민군은 사상의 강군, 정신력의 강군'이라며 '싸우지 않고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최정예 강군'이라고 군대를 치켜세웠습니다.
'싸우지 않고'라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이제 더는 군사적 위협은 하지 않겠다는 뜻일까요?
노동신문은 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인들에게 선물을 전달했으며, 군인들과 함께 체육 오락경기를 하고, 공연을 관람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습니다.
내일 군사 퍼레이드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왜 이렇게 차분한 걸까요?
일각에서는 올해가 정주년, 그러니까 끝이 0이나 5로 끝나는 꺾어지는 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꺾어지는 해에 있는 각종 기념일은 성대하게 기념했지만, 그렇지 않은 해의 기념일은 비교적 조촐하게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올해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서 보듯 북한이 강력한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 전망이 지금까지는 틀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은 여전히 단추만 누르면 발사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제 김관진 국방장관 앞으로 배달된 괴소포와 백색 가루에서 보듯 우리의 허를 찌르는 테러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의 총참모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우리는 긴장하면서 북녘땅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임진각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듯이 북한 들녘에도 봄꽃이 피었을까요?
대포에서 미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 아닌, 좋은 향기가 나는 봄꽃이 한반도를 뒤덮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