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을 발표하고 세계무대에 두 번째로 노크를 준비 중인 싸이(36, 본명 박재상)를 둘러싼 호사가들의 입이 쉴 새가 없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 자체에 대한 호불호로 시작됐다. 이는 어느새 ‘젠틀맨 노래 자체와 뮤직비디오의 세계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싸이에 열광하는 우리 대중들의 맹목적인 애국심까지 언급되고 있다.
○ 싸이의 노래, 저도 참 싫은데요
싸이의 노래 ‘젠틀맨이 처음 공개됐을 때 이 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곡의 퀄리티를 지적했다. 댓글 중에는 올해 초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던 박명수(방배동 살쾡이)의 ‘강북멋쟁이와 비교하는 내용도 다수 보였다. 아마추어가 만든 곡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일종의 비아냥이었다.
실제로 싸이의 ‘젠틀맨은 전혀 새롭지 않을뿐더러 빠르게 변하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유행이 한참 지난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의 곡이다. 미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LMFAO가 2009년 발표해 클럽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파티 록(Party Rock) 앨범 수록곡들과 맥을 같이하는 스타일이다. 구성면에서도 기존 싸이 곡들과 달리 지극히 단순하고 ‘마더 파더 젠틀맨이라는 가사에서 소위 빵 터트리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김구라가 ‘젠틀맨에는 아무런 맥락이 없다”고 지적한 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에 대한 싸이의 입장은 단순하다. 사람들 말대로 ‘젠틀맨은 그냥 클럽 음악”이라는 것. 싸이는 ‘젠틀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고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평가절하의 목소리에 대해 반박을 내놓거나 장황하고 구구절절하게 숨은 의도를 설명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버리는 태도는 음악적인 지식들과 정보들을 동원해 ‘젠틀맨에 대한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안하게 한다.
○ ‘젠틀맨 뮤직비디오, 저도 참 싫은데요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호불호도 명확하게 나뉜다.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먼저 선정성에 대해 지적한다. 또 ‘강남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웃음 코드 역시 실망했다는 평가도 보인다. 그저 웃겨서 성공하려고 한다는 비난도 있다.
실제로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가인이 어묵을 베무는 장면 등은 노골적으로 섹슈얼리티를 강조한다. 또 싸이는 ‘강남스타일 때와 비슷한 슈트를 입고 출연하고, 유재석도 ‘강남스타일 때와 거의 똑같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이 밖에도 노홍철이 소위 저질댄스를 추는 장면 등은 전세계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15억 번이나 돌려봤을 정도로 진부하다.
이에 대해 싸이 관계자는 애초 ‘강남스타일 속편 같은 느낌으로 찍었다”며 ‘강남스타일이 해외에서 유명하다고 해도 싸이는 세계시장에서 신인가수 아닌가. 비슷한 복장을 하고 나오고 비슷한 유머를 구사하지 않으면 누가 싸이를 알아보겠냐”고 반문했다.
뮤직비디오로 웃겨서 성공하려고 한다는 비난에 대해 싸이는 날 두고 가수냐 개그맨이냐는 말을 많이 한다. 난 대중상품이다. 대중이 네임 태그을 달아주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코미디언으로 생각하면 그것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 드러난 선정성은 그가 이번 활동에서 가장 강조한 ‘초심에 가깝다. 싸이는 데뷔 초부터 욕설과 성적인 농담들로 가득한 곡들을 다수 발표했다. 싸이는 원래 그런 비난을 받아온 B급 가수고 그것은 그의 ‘초심이다.
○ 애국자 싸이, 저도 참 싫은데요
유튜브 최다, 최단 기록,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최고 순위 2위, ‘젠틀맨의 전 세계 수십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 같은 우리 대중음악사 초유의 현상에 가려 국내에서 싸이에 대한 비판적 관점들은 실종됐다. 국위선양이라는 논리 앞에서 싸이에게 소위 ‘까방권(까임방지권의 인터넷 신조어)이 주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싸이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들이 모두 묵살된다면 이는 분명 맹목적인 애국심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싸이에게 비판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냥 클럽음악과 ‘선정적인 B급 뮤직비디오가 맹목적으로 보이는 애국심을 기반으로 전 세계 무대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한다는 것에 내심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싸이의 미국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의 말을 들어보면 이 같은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싸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 그를 결코 ‘한국대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스쿠터 브라운은 싸이에 대해 ‘언더독(Underdog, 사회적 약자 혹은 패자)이라고 표현했다. 싸이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인 동양인인데다, 잘생기거나 멋진 것과는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 점 자체가 싸이의 성공비결이라는 것. 싸이의 신곡을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자고 한 것도 스쿠터 브라운이다.
싸이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언더독, 싸이 식으로 말하면 ‘B급 정서에 기반을 둘 뿐이다. 싸이는 대한민국 대표가 아니라 전세계 B급 문화의 대표인 셈이다. 싸이가 애국자라서가 아니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B급 문화 스타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응원해도 좋지 않은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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