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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봄에 만나면 더욱 완벽한 감성밴드 ‘소란’(SORAN)
입력 2013-04-09 09:25  | 수정 2013-04-09 09:40


오랜만이네요.”
감성밴드 ‘소란(SORAN· 고영배, 이태욱, 서면호, 편유일)이 스타투데이와 1년 만에 만났다. 기타 이태욱은 함께하지 못했다. 예대에 다니고 있는 그는 학교수업을 뺄 수 없었다고 했다.
소란과의 첫 만남은 2012년 1집 앨범 ‘natural을 발표했을 때였다. 타이틀 곡 ‘살빼지마요는 폭풍적인 공감과 사랑을 얻어냈고, 10cm 권정열과 함께 부른 ‘미쳤나봐는 음원차트 1위까지 올랐다.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요즘엔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었어요. 사이사이 앨범 작업도 했고요.” 보컬 고영배가 유쾌하게 근황을 전했다.
소란은 오는 9월 정규앨범을 낼 계획이다. 1집에 수록됐던 곡 대부분은 봄을 주제로 했는데, 가을에 발표할 앨범은 어떤 색깔일지 기대가 된다. 특히 이번 앨범엔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한다. 그간 작사는 주로 고영배가 전담해왔는데, 문득 드러머와 베이시스트는 어떤 노랫말을 내놓을지 궁금해졌다.

저는 영배 형이 쓰는 가사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랑과 이별에 관한 곡들을 쓰고 싶거든요. 하하!”
옆에 있던 서면호는 저는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가사를 써보고 싶어요.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메시지 같은 거요. 음… ET와 지구인의 우정 같은?”이라고 했다.

서면호는 평소 SF영화를 즐겨본다. SF도 소란답게 풀어낼 듯 하다. 소란의 미친 듯이 달고 한편으론 재밌는 가사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살빼지마요는 그저 치킨 배달을 시키고 올 때까지 통기타를 치면서 기다리다 장난삼아 만든 노래다.
편유일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엔 CM송에 가까웠던 곡이다. 진짜 웃자고 만들었던 노래가 여심을 흔들며 남자친구에게 가장 듣고 싶은 노래로 재탄생했다.
‘내꺼라면과 ‘연애의 재구성은 나름의 비화가 있다. 지금도 신혼이지만 당시 더(?) 신혼이었던 고영배는 아내와 함께 자다가 문득 가사가 떠올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그리곤 옆에 곤히 누워있는 그녀를 보며 즉석에서 가사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나온 가사가 ‘내꺼라면 속의 ‘넌 눈이 예쁘고, 다리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술이 귀여워다. 고영배는 정말 애처가”라고 합창했던 멤버들의 말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단숨에 ‘내꺼라면의 가사를 완성 한 뒤, 그 감정을 이어 ‘연애의 재구성까지 써버렸다. 원래 한번 가사가 떠오르면 한 번에 써내려가는 스타일이란다. 작곡도 한 번에 하냐고 물었더니 작곡은 매우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웃었다.
◇ 완벽한 하루를 선사할 소란의 ‘Perfect Day 콘서트
소란은 지난 달 21일부터 31일까지 마포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 ‘Perfect Day를 열었다. 소란의 공연은 좋은 노래와 퍼포먼스만큼 유쾌한 입담이 있는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관객들은 고영배의 깨알 같은 멘트에 박장대소하다가도 노래에 흠뻑 취해 나온다.
원래 재밌기로 소문난 공연인 데다 이번에는 또 다른 재미가 추가됐다. 이름하여 소란 콘서트 주보.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기라고 제공하는 팁이다. 그런데 지극히 편파적인 팁 제공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한차례 빵터진다.
일단 공연 순서 하나하나 ‘애뜻한 눈빛 ‘어깨춤 ‘아쉬움 ‘감정 절제등 맞춤식 감정 표현을 소개하고, 다른 게스트가 나올 때는 ‘적당한 환호를 요구하며 은근한 질투심까지 내비친다. 그리고 ‘따라해보세요에서는 ‘기타 전주 시작 시 절규와 오열 ‘도저히 못 견뎌 자발적 스텐딩 ‘멤버와 눈 마주치면 윙크 또는 손 하트등의 뻔뻔한 말투로 떼창하는 법을 알려준다.
재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완벽한 하루를 선사하고 싶다는 메시지의 콘서트명처럼 소란은 이번 공연에 ‘퍼펙트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관객 중 추첨을 통해 소란 멤버 중 한명이나 매니저가 차로 집까지 모셔다 준다. 동행하지 않는 멤버들도 흰장갑을 끼고 예(?)를 갖춰 배웅했다.
관객과 멤버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멀리는 수원, 강화도까지도 간 적 이 있다니 멀리서 온 관객은 몸 편히 가서 좋고, 멤버들은 그만큼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다만 아름다운 여성 관객이라면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기타리스트 이태욱을 뺀 나머지는 모두 아내와 여자친구가 있다. 아무리 일이라지만 내 남자를 빌려주는데 속 편하진 않을 거다. 서면호의 여자친구는 트렁크에 몰래 숨어서 따라간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다고 하니.
여자친구 얘기가 나오니 그들의 연애가 슬슬 궁금해졌다.
뮤지션이라서 딱히 좋은 점은 없어요. 저는 프로포즈 할 때도 노래는 안했거든요. 아내가 소란의 노래를 많이 좋아하는 건 사실이에요. 놀러가서 좋은 음악 골라서 틀어주고 기타도 가져가서 불러주고 하니까 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고영배)

편유일의 대답은 시니컬 했다. 누가 앞에 앉혀놓고 시끄럽게 드럼 치면 좋겠어요? 공연장에 온다면 모를까(헛웃음)”
저희는 일요일과 빨간 날에 목을 매지 않아요. 그런데 직장인들에겐 매우 중요한 거잖아요. 그것 때문에 종종 싸우기도 해요.”(맴버 전원)

◇‘인디밴드에서 ‘국민밴드로
소란은 인디씬에서는 단시간에 대중성을 얻은 밴드다. 2009년 밴드를 구성해 이듬해에 바로 EP앨범 ‘그때는 왜 몰랐을까로 데뷔했다. 2011년에 레이블을 만났고 2012년 1집 앨범 ‘natural속 모든 노래들이 버리기 아깝다는 찬사를 들으며 대중들의 귀에 각인됐다. 1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였던 ‘SORAN19도 성황리에 마친 그들. ‘국민밴드의 타이틀을 달고 싶다던 소란은 서두르지 않고 스텝을 밟고 있다.
소란은 지금의 레이블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소란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돌아봤다. 멤버 모두가 지쳐있을 때 레이블을 만난 게 다행이었다. 아마 레이블 오퍼가 몇 달만 늦었더라도 팀이 해체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운 좋게도 줄곧 염두에 둔 레이블이었다. 코드도 잘 맞고 훈훈한 서포트도 받았다. 덕분에 풍성한 공연으로 음악 팬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고영배는 특히 홍대씬의 많은 인디밴드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우리가 이만큼 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지금 홍대에는 좋은 뮤지션들이 많다”고 했다. 그리곤 그 분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귀감이 됐다”고 말을 이었다.
물론 멤버들의 인간성도 주효했죠. 저희가 홍대에서 배려의 아이콘으로 통해요. 넷이 모여서 신년회 한번 제대로 못할 정도로 밖에서 잘 안 놀아요. 넷이 너무 다르거든요. 갖고 있는 문화며 기호, 취향이 전부 달라요. 그런데 신기하게 단합이 정말 잘 되요. 갈등도 거의 없고요.”
이에 편유일이 말을 얹었다. 잘 놀지는 않지만 대화를 많이 나눠요. 다른 것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서 맞추려고 하지도 않고 조금씩 포기하고 양보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려고 노력해요.”
리더 고영배도 거들었다. 사실 되도록 다른 것을 계속 밀고 가려고 해요. 각자의 다른 점이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음악적으로도 묻어나오게 되면 더 좋겠죠.”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향후 계획을 물었다. 멤버들 모두 곧 발표될 2집이 두루 인정받는 것을 꼽았다. 아울러 대중음악시상식에서 앨범으로 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도 곁들였다. 다음에는 내년에 있을 공연을 아레나급 규모의 큰 무대에서 펼치고 싶다고 한다. 나아가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친근한 밴드가 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경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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