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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다현 “평생 ‘꽃다현’으로 불릴 거에요”
입력 2013-04-01 09:07 

구태의연한 수식어 없이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참 갑갑하다.
뮤지컬 배우 김다현(33)을 이를 때 겪게 되는 불편함이다. 모두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 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듯 이 훤칠한 남자에게는 그런 아우라가 있었다. 나른한 오후, 햇살 가득 내리쬐는 한남동 한 카페에서 실물이 더 아름다운(?) 그를 만났다.
우선 차부터 드세요. 차 식으면 맛없어요.”(웃음)
공연까지 두 시간 남짓 남겨둔 그는 뮤지컬 경력 10년에 빛나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또 섬세한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저희 작품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죠?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끝에 요즘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 모두 안정감을 느껴요.” 최근 뮤지컬 ‘아르센 루팡에 출연 중인 김다현은 자식 자랑하듯 말했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은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신사 아르센 뤼 팽(Arsene Lupin, Gentleman Cambrioleur)을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한 작품.
극중 루팡은 뛰어난 변신술과 마술 실력을 자랑하는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도둑으로 프랑스 왕가의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그 안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로, 김다현은 ‘아르센 루팡의 초연을 책임지는 주인공 ‘루팡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 첫 작품으로 또 창작 뮤지컬을 선택했어요. 나만을 위해서라면 라이센스 뮤지컬을 골랐겠지만 저는 한국 뮤지컬 배우니까요.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을 키워나가는 데 힘을 보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었다. 쉽게 갈 수 있는 일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창작 뮤지컬은 정말 힘들다”면서도 국내 뮤지컬 시장에는 국내 작품이 많아야 한다. 초연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보완해 앞으로 후배들이 안정적인 작품을 또 재연하면서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발전을)멈추면 배우도 시장 경쟁력도 도태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생각하면 정말 뿌듯해요. 이 작품도 괴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거든요. 제 데뷔작(2003)이기도 하고요. 지난 1월 이 작품을 일본에서 공연했어요. 한국 라이센스를 달고 한국 출연진이 공연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설레요. ‘루팡도 그렇고 많은 작품들이 이렇게 해외 진출까지 이루는 것, 이게 제 바람이에요.”(웃음)
예쁘장한 얼굴 뒤에 감춰진 그의 정열은 하등의 상남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록그룹 출신이라는 프로필이 의외도 아니다.
그는 가수가 될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고 했다. ‘음악공부는 제대로 하겠구나 싶었다. 또 이 과정이 배우로 가는 길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데뷔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서 해소시켜줬다. 또 공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라 부르짖는 그에게 가수활동은 또 다른 매력적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축제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당시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때였어요.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이 핏대를 세워가며 ‘떼 창을 하는데 정말 짜릿했죠. 이건 정말 무대에서 느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통이었어요.”
사실 김다현은 이외에도 무대와 TV 드라마, 심지어 스크린에 이르기까지 발 넓은 활동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2004년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세상에 떨친 이후 드라마 섭외는 물밀 듯했다. 월화수목 내내 드라마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얼굴엔 난처함이 드러났다 .
드라마는 너무 힘들었어요. 당시 제가 드라마 작업 환경에 적응을 잘 못했거든요. 그런 상황에 주연까지 덜컥 맡아버렸으니.(웃음) 요즘엔 주연에 대한 욕심보다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역할 크기에 상관없이 드라마를 빛내는 자리에 있고 싶어졌어요. 경험을 쌓으며 요즘엔 본격적으로 다시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요. 이번엔 자신도 있고요.”(웃음)
김다현의 도전 본능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남들 다 하는 역할, 나와 닮은 역할보다 캐릭터가 가진 사연과 그 내면에 주목하다. 그러다보니 꽤 센(?)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다. 뮤지컬 ‘헤드윅의 트렌스젠더, ‘라카지의 게이 아내, 연극 ‘M 버터플라이의 경극배우에 이르기까지 특별함의 극단에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이는 여성성이 강한 역할들이었다.
‘헤드윅 이후 그런 류의 역할 섭외가 다 들어왔다고 보시면 돼요. 그렇지만 모든 인물이 다 끌렸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절대로 살 수 없는 인생을 가진 이들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배우를 하고 있는 이유와도 맞닿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것.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도 그렇듯 남녀의 관점을 완벽히 다른 것이듯 여성의 시선을 장착하고 세상을 보고 싶었어요.”
어느덧 뮤지컬 데뷔 10년이 지난 그는 20대 초반 지어진 별명으로 지금까지 불린다. ‘꽃다현 이란 단어를 뱉자마자 그는 마시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뿜을 뻔 했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민망하다”며 급기야 소리 내 웃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제 별명도 이참에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신동엽 선배가 ‘한국의 장국영이라고 붙여주신 게 맘에 들어서 이걸 밀고 나가려고 했는데 요즘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는 최근 한 아저씨가 ‘꽃다현이라고 부르는데 깜짝 놀랐다”며 ‘불후의 명곡 덕분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이제 날 알아보신다. 심지어 ‘꽃다현이라는 별명까지 알고 계시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생각해보니 ‘꽃다현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저 혼자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국의 누구로 불리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거잖아요. 평생 불리기에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이름이겠지만.(웃음) 앞으로 이름답게 언제 어디서든 꽃을 피워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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