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돕겠다' 문재인, '대선 당일 출국 후회' 안철수
입력 2013-03-29 11:44  | 수정 2013-03-29 16:59
1470만 표, 득표율 48%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돌아왔습니다.

그 첫 행보는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와 부산 영도에 출마한 김비오 후보를 돕는 것입니다.

문 의원은 '안철수 후보에게 큰 신세를 졌다. 도울 길이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안 후보가 잘되는 것이 민주당은 물론 야권 전체에 힘이 될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부터 국회 본회의와 인사청문회에도 참석했지만, 공식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선 패배 원인을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또 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왜 정계 복귀를 공식화했을까요?

사실 그의 정계 복귀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었습니다.


지난 2월 초 MBN 기자가 문재인 의원을 단독 인터뷰한 내용을 잠깐 보시죠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2월6일)
-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그래도 얼굴에 살이 많이 붙었죠. 아직은 인터뷰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만간 국회에서 볼 수 있는 거예요?) 네. 그렇죠"

이날도 문재인 의원은 시민단체 몇 명과 함께 점심을 하고 나온 길이었습니다.

문 의원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3~4명 단위로 의원들과 접촉했고, 대선 때 도와준 시민단체 사람들과 학계 인사들을 만나 대선 패배 평가와 앞으로 진로를 모색해 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정계복귀는 오래전부터 준비된,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안철수 전 교수가 미국에서 80일간 대선 복기의 시간을 가졌다면, 문재인 의원은 같은 기간 국내에서 복기의 시간을 가졌던 셈입니다.

성급한 사람들은 문재인 의원은 5년 뒤 차기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문 의원의 등판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너무 일찍 조기 등판한다는 겁니다.

민주당 내 비주류에서는 여전히 문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습니다.

비주류는 5월 전당대회에서 문 의원을 필두로 친노계가 다시 당권을 잡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환영하는 사람들입니다.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현재의 민주당을 이끌 사람은 역시 1470만 표의 대중적 인기를 가진 문재인뿐이라는 겁니다.

식물정당, 불임 정당이라는 비아냥 속에 재보궐 선거 전패를 막을 힘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문재인 의원이 나섰는데도 선거에서 전패하면 문 의원이 너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 의원은 왜 이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안철수 후보와 부산 영도의 김비오 후보를 돕겠다고 나선 걸까요?

자신이 선거 결과에 따라 사느냐 죽느냐는 개인적인 고민보다는 벼랑 끝에 몰린 민주당을 외면할 수 없다는 대의명분이 더 강했던 걸까요?

물론 문재인 의원 역시 무턱대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안철수 후보와 김비오 후보를 돕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안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당과 상의해서 도울 길을 찾겠다'는 겁니다.

김비오 후보 지원에 대해서도 '당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다면' 이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안철수 후보와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선거를 돕는 모양새가 된다면, 혹 결과가 안 좋더라도 문재인 의원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 궁금해집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의원에게 먼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까요?

안철수 후보는 어제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대선 당일 아침 서둘러 출국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노원병 무소속 후보
- "선거날 떠난 것은 목도리를 광화문에서 걸어줄 때 이겼다 싶어서 그런건데 결과가 이래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더 허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선 당일 출국한 것은 후회됩니다."

대선 당일 떠난 것을 두고두고 비판하는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것일까요?

그렇다고 이 말이 문재인 의원에게 '그때는 미안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좀 도와달라'라는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얘기를 더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안철수 / 노원병 후보
- "(문 후보와는 만날 생각 있나?)
제가 선거 기간에는 노원병을 벗어나는 건 실례입니다. 여기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선거 다음에 만나는 건 고려하겠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노원병으로 찾아오면 모를까, 직접 문 의원을 찾아가 만나지는 않겠다는 걸까요?

안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돕겠다는 문재인 의원, 노원병으로 직접 찾아오면 만나겠다는 안철수 후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묘한 기류가 느껴지는 것은 저 만의 생각일까요?

어쨌거나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야권 지형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의원의 복귀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또 안철수 후보의 국회 입성이 가능할지 궁금해집니다.

4월은 누구에게 더 잔인한 달이 될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