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를 위협하는 이들에게 쫓겨 고군분투하는 신하균을 보면 특유의 성룡식 액션이 눈에 띈다.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을 피해 도망치는데 와중에 웃음도 있기 때문이다. 감탄을 자아내는 액션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신하균은 성룡처럼 무술을 쓰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다이하드에서 힘겹게 적을 일망타진하는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이 아닌 쫓기는 신세긴 하지만.
영화 ‘런닝맨(감독 조동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한 남자 차종우(신하균)가 한순간 전 국민이 주목하는 용의자로 지목돼 모두에게 쫓기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쫓고 쫓기는 이 영화가 외국 영화였다면 지겹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펼치는 액션 활극은 신선함을 준다. 서울 종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등 도심 지형을 이용해 펼쳐지는 신선한 도주 액션이 색다른 재미다. 코믹한 대사와 행동도 도움이 됐으리라.
감독은 ‘도망전문가 차종우라는 설정을 깔고, 종우가 열심히 뜀박질할 수 있게 했다. 신하균은 보는 내내 ‘죽도록 고생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온종일 뛰어다니는데 그의 땀내가 바로 앞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조동오 감독은 이 영화의 근간이 되는 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고 밝혔지만 굳이 필요하진 않았을 설정 같기도 하다. 쫓기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래도 생뚱맞지는 않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는 아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고, 아들은 아빠를 살리기 위해 영특한 머리를 사용하는 등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부자지정(父子之情)이 들어있다. 코믹과 액션 활극이 주가 되는 영화기 때문에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나름 적절한 설정이다.
감칠맛 나는 캐릭터들의 조합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듯 웃음을 선사한다. 종우 아들로 나오는 이민호와 주말신문 기자를 맡은 조은지, 어수룩해 팀에서 무시당하지만 인간적인 강력반장 역의 김상호, 얼떨결에 합류한 오정세 등이 시너지를 발산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20세기 폭스가 글로벌 사업 지원작으로 설정, 메인 투자작으로 선택한 첫 번째 한국영화다. 영화 ‘중천(2006)으로 데뷔한 조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27분. 15세 이상 관람가. 4월 4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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