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청장이 되려는 부분, 좀 궁금해집니다. 중소기업청장직을 수락하신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요?
-사실 우리나라 벤처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대우받지 못 하는 것 같아요. 훌륭하게 성장해서 세계시장에서 당당해져 가고 있는데 한국의 중소기업은 아직까진 많이 부족하지 않나. 앞으로는 큰 기업보다는 좋은 기업,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출 1조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5000억이더라도 고부가 가치를 낼 수 있고 오래갈 수 있고 세계 소비자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기업의 육성이 선진국으로 가는데 가장 중요한 팩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청장 내정을 받아 들이셨던 거군요. 그런데 왜 사퇴하셨어요?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랬죠.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했던 것 같아요. 준비도 부족했던 것 같고. 여러모로 그러지 않았나.. 생각은 늘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많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부족한 분을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청장에 내정했을 리는 없을 것 같고요. 겸손하신 것 같은데요. 알려진 것처럼 주식처분 문제가 가장 큰 부담이었나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공직자 윤리법은 반드시 있어야 되는 법이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있어야 된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있는 게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특정업무에 관계를 갖고 있는, 자기 이득에 관계를 갖고 있는 고위공무원이 정부의 일을 대신 한다고 하면 편견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것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죠. 경영권을 갖고 있는,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도 하지만 짧은 기간에 경영권을 갖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경영권에 관계되지 않는 일반주식을 1개월 내에 2개월 내에 매도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경영권에 관계된 주식을 시장에서 1~2개월 내 매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촉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기간에 정리할 자신이 없어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경영권이 있는 주식을 시간을 가지고 매각하면 매각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럴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신탁 정도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신탁한 이후에 복귀했더라도 2~3년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마라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아요. 공무원 윤리법에서 충분히 용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빠른 기간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조금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지 못해서 그런 결정을 했습니다.
▶회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만약에 지금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25퍼센트의 지분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매각할 수 있도록 만약에 공직자윤리법을 조금 바뀌어 있었더라면 매각하시고 중소청장직을 수락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 되는 건가요?
-사실 기업인은 저 혼자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기 이전에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줘야 하고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나 이익을 위해서 같이 일을 해야 하거든요. 제가 주식을 매각해서 주주들이 이익이나 우리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매각을 해야죠.
▶경영권을 과감하게 놓아야 된다?
-그렇죠.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결국은 저의 이익이기도 하다고 봐요. 제가 잘못되면 대한민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주주들의 이익에 손해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것은 큰 그림에서 봐야지 찰나적인 한 두 사람의 이익을 보고 결정되는 사안은 아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주식백지신탁 문제 때문에 회장님이 사퇴하게 되셨는데 왜 그런 제도를 미리 모르셨을까요? 내정되었을 때, 아니면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셨을 때 그런 문제를 충분히 사전에 아셨을 법도 한데 왜 모르시고 갑자기 사퇴를 했을까. 이게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거든요.
-초기에는 1개월 내에 주식을 정리,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거나, 이것만 알았습니다. 이것만 생각했고. 1개월 내에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백지신탁 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겠다 생각하고 가능 하겠다 생각하고 변호사한테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 의뢰를 했어요. 12시간 내에 8시간 내에 백지신탁이라고 하면 2개월 내에 매각을 하는 거다. 매각을 하는 과정에서도 저하고 상의가 일어나지 않고 매각한 자금의 운영도 저와 상의 없이 운영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것은 참 제 좁은 소견으로는 이렇게 되면 회사가 이상하게 될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돼서 그쪽하고 상의를 했습니다. 그쪽도 그 정도 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심각할 거다, 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할거다 까지는 생각을 안 하셨던 것 같아요.
▶청와대에서요?
-네. 그래서 토요일 오후에 그쪽 분들하고 상의해서 이것은 심각한 상황이 돼서 결정을 빨리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예외규정이 있다고 하면 수락 가능 하지만 예외규정이 없다고 하면 빨리 결정을 내는 게 대통령이나 청와대나 저에게나 모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했습니다. 사실 하루 만에 결정을 내린 사안이거든요. 토요일, 일요일을 거쳐서. 저는 굉장히 빠른 의사결정 과정이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CEO, 특히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CEO를 공직관료로 발탁할 때 청와대 인사팀에서 주식백지신탁 제도에 대해서 충분히 황 회장님에게 설명하고 이래도 중소기업청장을 맡을 수 있느냐? 이렇게 물어봤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충분한 설명이 없었나요?
-너무 빠르게 일어났던 것 같아요. 그 분도 그쪽에서도 1개월 내에 매각, 백지신탁을 알고 있느냐 그래서 이런데 할거냐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은 충분히 서로 이해할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쪽도 제가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저는 그 정도까지만 이해했고. 그냥 말뜻으로만 이해했어요. 지금 규정을 보면 백지신탁이 아니고 백지 매각이라는 말이 맞거든요. 표현의 오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청와대에서는 황 회장님이 잘 아시고 수락한 걸로 알고 있었고 회장님은 말씀하신대로 그 정도 수준에서만 이해를 하셨고.
-저는 받자마자 변호사한테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해달라고 의뢰를 해서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확인이 되어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런 부분 때문에 중소기업청장을 맡을 수 없다고 청와대에 전달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반응은 어땠습니까?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그것은 직접 제가 그 자리에 없어서…. 안타까워 하셨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혹시 아랫사람한테 일처리를 왜 이렇게 못했느냐고 혼내시진 않으셨나요?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언제부터 알게 되셨습니까?
-벤처기업 협회장 맡자마자 그 분께서 두루두루 의견 수렴을 하신 것 같아요. 벤처기업인들의 모임도 자주 가졌는데 벤처기업인들의 의견이나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대한민국 성장이 어떤 모드로 가는 게 좋으냐에 대해서 관심사가 꽤 놓으셨는데요. 그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정책적 조언을 많이 해주셨군요.
-많이 들으셨어요. 제 얘기만 들으신 게 아니고 여러 벤처기업인들이 그분께 건의사항을 많이 드렸고 그 분은 주로 많이 들으셨던 분입니다. 본인의 표현은 그때 거의 안하시고 많이 들으셨어요.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지내실 생각이십니까? 지금과 같은 관료라든지 다른 제의가 오면 수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제는 죽어도 싫다 아니면 회사만 키우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사실 그것은 누구도 모르잖아요. 한번 이런 과정을 겪었으면 됐고. 제가 그 일을 하면 저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다른 분들도 잘할 수 있죠. 더 잘하실 수 있는 분께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되는 거죠. 꼭 내가 그 자리에 가서 나만 잘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안 가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말씀 고맙습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