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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모터쇼가 제네바모터쇼 근처도 못가는 이유
입력 2013-03-07 17:52 
4일 오후. 영국에서 제네바를 향해 떠나는 비행기에 일본인들이 가득하다. 가만보니 제네바모터쇼를 취재하는 기자가 대다수다. 일본인들은 유럽 모터쇼를 선망하고 있는데 그 중 제네바에 대한 애정이 가장 커 보인다. 자국 도쿄모터쇼를 다시 부흥 시키기 위해 굳이 제네바 모터쇼에 컨퍼런스 시간을 두고 홍보하기도 한다.

제네바모터쇼는 비록 전시장 규모는 작지만 세계 저널리스트 들이 가장 중요한 모터쇼로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신차가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도 콘셉트카와 부분변경모델 신차를 포함하면 100여종이 넘는다. 디트로이트에 이어 유럽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모터쇼라는 점도 제네바 모터쇼를 특별하게 한다. 유럽에서 그 해를 주도할만한 신차를 내놓을때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제네바 모터쇼를 선택하는 이유다.

제네바모터쇼 전경 물론 앞서 열리는 디트로이트모터쇼도 있지만, 이곳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모터쇼가 아니라 주로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등장 차종 또한 특정 차종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픽업트럭이나 무던한 패밀리 SUV는 유럽에선 인기가 없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 모터쇼에서 나온 차를 보기 쉽지 않다. 따라서 그 해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제네바모터쇼는 스위스의 약소중립국이라는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스위스는 남으로는 프랑스 동쪽으로는 독일, 북쪽으로는 벨기에가 남으로는 이태리가 지척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전통적으로 '자동차'의 창조자들이었고 이탈리아는 화끈한 슈퍼카의 대명사다. 벨기에 또한 포드, GM, 아우디 등 자동차들의 주요 생산지다. 이같은 입지조건이 모터쇼를 여는데는 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각자의 국가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선 제대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프랑스차가, 파리모터쇼는 독일차가 제대로 된 차를 내놓지 않는다. 취재기자의 숫자나 내용도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십상인데, 스위스라면 공평하고 치우침 없이 같은 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하다. 한대를 내놓으면 세계로 퍼져가는 모터쇼라면 제조사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유럽 올해의 차 시상식을 제네바모터쇼에서 하는데 이같은 이유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서로 자신들의 자동차가 더 월등하다고 맞대결하는 중립국, 소리없는 전쟁터가 바로 제네바모터쇼다. 때문에 스위스에서 1905년에 시작된 제네바모터쇼는 어쩌면 자연발생적이고 필연적이다. 이 전쟁을 취재하는 기자들, 거기에 자신의 최신 기술을 내보이려는 업체들이 서로 맞물려 세계 자동차들의 미래를 살피는 정보의 장이 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고위관계자는 "우리 서울모터쇼가 5대 모터쇼"라면서 "스위스는 차도 안만들고 죄다 수입차만 전시하는데다, 규모도 작고 관람객도 적어 역사를 제외한 모든면에서 우리가 앞선다"고 말했다. 더구나 아직도 "레이싱모델을 통해 관람객 수를 더 끌어들여야 세계 3대 모터쇼가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우리 서울모터쇼가 산으로 가는 원인을 알 것 같아 낯이 뜨거워진다.

스위스 제네바=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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