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으로 새삼 청와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청와대는 어떤 곳일까요?
저도 10년 전 청와대 출입을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수석 비서관 방을 가봤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렀으니 또 달라졌겠죠.
기자들은 보통 춘추관이라는 곳에 머물고 있는데, 보안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나 비서관들 방에는 마음대로 가지 못합니다.
비서관들과 직접 접촉이나 대면이 극히 제한적이고, 요즘에는 전화 취재도 쉽지 않다 보니 돌아가는 얘기는 주로 대변인을 통해 전해듣습니다.
간혹 중요한 현안이 있으면 비서실장이나 수석 비서관들이 직접 춘추관을 찾아와 브리핑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청와대의 언론 취재 환경은 특성상 대변인에게 상당히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변인은 카메라에 불이 들어온 채 하는 공식 브리핑 외에도 이른바 백브리핑을 통해 사소한 기자들 질문에도 친절히 답하는 게 기자들 눈에는 너무나 당연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뭔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입니다."
이 말은 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한 얘기입니다.
공동취재단, 이른바 풀 기자단은 이 모두발언만 듣고 모두 퇴장했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윤창중 대변인이 춘추관 2층에 있는 브리핑실을 찾았습니다.
모두 발언 외에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더 나왔는지 궁금해하던 기자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윤 대변인의 입을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기대와 달리 윤 대변인은 모두 발언 외에 더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하면서 5분 만에 브리핑을 끝냈습니다.
어제 브리핑 현장으로 잠깐 가보겠습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청와대 대변인(2월27일)
- "비공개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신 발언은 모두 발언에 충분히 정리돼 소개됐기 때문에 추가 브리핑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기자) 대통령께서 모두 발언에서 한 것 외에 논의된 건 없었나?
(윤 대변인) 이제 수석비서관의 업무가 제가 말씀드린 대로 그런 순서로 진행됐고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질문하거나 또는 말씀을 한 내용은 있습니다만 모두 발언에 충분히 정리가 됐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오히려 정리가 더 잘됐다 이런 판단에서.
(기자) 질문을 바꿔보겠다. 안보 사항에 관련해서 여러가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 없었나?
(윤 대변인) 그 부분은 모두 발언하신 내용에 충분히 반영이 됐기 떄문에 더는 말씀은 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 대변인이 평소 말한 대로, 불필요한 얘기로 대통령의 의중이 잘못 전달되거나 혼선을 빚는 것보다 이렇게 깔끔하게 말을 끊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더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은 기자들,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윤 대변인이 조금 더 친절하게 회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그렇게 정말 국민에게 혼선만을 주는 일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국민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청와대가 자꾸 불통 이미지로 국민 눈에 비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도 들립니다.
청와대는 '조용한 청와대'를 지향하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1·2급 비서관 명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소문이 생겨났습니다.
애초 사회안전비서관에는 김 아무개 치안감이 내정됐고, 김 치안감도 취임식 전 사나흘 동안 청와대로 출근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실제 내정자는 강신명 경북경찰청장이었습니다.
김 치안감은 정홍원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과 같은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입니다.
그래서 '성대 라인'을 견제하려는 일부 실세들이 반발해 막판에 바뀌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민정비서관에 내정됐다가 철외된 이 모 부장검사 소문도 무성합니다.
박근혜 정부부터는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이 부장 검사가 스스로 거부했다는 얘기부터 친박 핵심들 사이 파워 게임때문에 바뀌었다는 소문이 떠돕니다.
박흥렬 경호실장 아래 실세 경호차장이 내정됐다는 말도 드립니다.
정권 초니까 으레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도는 것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꾸 소문이 소문을 낳는 것은 어쩌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반 국민이나 언론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스템 때문은 아닐까요?
이런 소문에 대해 윤창중 대변인에게 물어보면 진위를 친절히 알려줄까요?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도 내각이 구성되지 못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청와대 안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떠돌고 뭔가 어수선한 집권 초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걸었던 슬로건 처럼 '준비된 대통령', '준비된 정부', '준비된 청와대'의 모습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피디
도대체 청와대는 어떤 곳일까요?
저도 10년 전 청와대 출입을 하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수석 비서관 방을 가봤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렀으니 또 달라졌겠죠.
기자들은 보통 춘추관이라는 곳에 머물고 있는데, 보안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나 비서관들 방에는 마음대로 가지 못합니다.
비서관들과 직접 접촉이나 대면이 극히 제한적이고, 요즘에는 전화 취재도 쉽지 않다 보니 돌아가는 얘기는 주로 대변인을 통해 전해듣습니다.
간혹 중요한 현안이 있으면 비서실장이나 수석 비서관들이 직접 춘추관을 찾아와 브리핑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청와대의 언론 취재 환경은 특성상 대변인에게 상당히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변인은 카메라에 불이 들어온 채 하는 공식 브리핑 외에도 이른바 백브리핑을 통해 사소한 기자들 질문에도 친절히 답하는 게 기자들 눈에는 너무나 당연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뭔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입니다."
이 말은 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한 얘기입니다.
공동취재단, 이른바 풀 기자단은 이 모두발언만 듣고 모두 퇴장했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 윤창중 대변인이 춘추관 2층에 있는 브리핑실을 찾았습니다.
모두 발언 외에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더 나왔는지 궁금해하던 기자들은 잔뜩 기대를 하고 윤 대변인의 입을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기대와 달리 윤 대변인은 모두 발언 외에 더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하면서 5분 만에 브리핑을 끝냈습니다.
어제 브리핑 현장으로 잠깐 가보겠습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청와대 대변인(2월27일)
- "비공개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신 발언은 모두 발언에 충분히 정리돼 소개됐기 때문에 추가 브리핑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기자) 대통령께서 모두 발언에서 한 것 외에 논의된 건 없었나?
(윤 대변인) 이제 수석비서관의 업무가 제가 말씀드린 대로 그런 순서로 진행됐고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질문하거나 또는 말씀을 한 내용은 있습니다만 모두 발언에 충분히 정리가 됐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오히려 정리가 더 잘됐다 이런 판단에서.
(기자) 질문을 바꿔보겠다. 안보 사항에 관련해서 여러가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 없었나?
(윤 대변인) 그 부분은 모두 발언하신 내용에 충분히 반영이 됐기 떄문에 더는 말씀은 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윤 대변인이 평소 말한 대로, 불필요한 얘기로 대통령의 의중이 잘못 전달되거나 혼선을 빚는 것보다 이렇게 깔끔하게 말을 끊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더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은 기자들,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윤 대변인이 조금 더 친절하게 회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그렇게 정말 국민에게 혼선만을 주는 일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국민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청와대가 자꾸 불통 이미지로 국민 눈에 비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도 들립니다.
청와대는 '조용한 청와대'를 지향하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1·2급 비서관 명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소문이 생겨났습니다.
애초 사회안전비서관에는 김 아무개 치안감이 내정됐고, 김 치안감도 취임식 전 사나흘 동안 청와대로 출근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실제 내정자는 강신명 경북경찰청장이었습니다.
김 치안감은 정홍원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과 같은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입니다.
그래서 '성대 라인'을 견제하려는 일부 실세들이 반발해 막판에 바뀌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민정비서관에 내정됐다가 철외된 이 모 부장검사 소문도 무성합니다.
박근혜 정부부터는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이 부장 검사가 스스로 거부했다는 얘기부터 친박 핵심들 사이 파워 게임때문에 바뀌었다는 소문이 떠돕니다.
박흥렬 경호실장 아래 실세 경호차장이 내정됐다는 말도 드립니다.
정권 초니까 으레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도는 것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꾸 소문이 소문을 낳는 것은 어쩌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반 국민이나 언론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스템 때문은 아닐까요?
이런 소문에 대해 윤창중 대변인에게 물어보면 진위를 친절히 알려줄까요?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도 내각이 구성되지 못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청와대 안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떠돌고 뭔가 어수선한 집권 초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걸었던 슬로건 처럼 '준비된 대통령', '준비된 정부', '준비된 청와대'의 모습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