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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배우 허규, 몸에 흐르는 로커의 피
입력 2013-02-28 08:07 

뱀파이어와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2010년 초연 당시 뮤지컬계에서 큰 화제가 됐던 ‘마마 돈 크라이가 3년 만에 업그레이드 돼 돌아온다. 오는 3월 9일 시작하는 ‘마마 돈 크라이는 초연 당시 활약했던 허규가 다시 합류해 다시한번 뱀파이어가 되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를 연기하게 된다.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외모에 섬세하고 청아한 고음을 내는 뮤지컬 배우 허규를 록 밴드의 보컬 출신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는 1998년 피노키오 3집 보컬로 데뷔, 세븐그램스와 솔로를 거쳐 최근 러브홀릭스의 강현민과 함께 브릭을 결성해 활동 중인 로커다.
그가 ‘포비든 플레닛 ‘오디션 ‘마마돈크라이 등의 작품들과 최근 ‘광화문연가까지 뮤지컬 배우로 도드라진 활약을 펼쳤던 것은 일종의 운이었다.
가수로서 운이 안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뮤지컬 쪽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게 된 건 역시 운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실제로 가수로서 그는 제작자와 불화와 소송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뮤지컬은 가수들이 뮤지컬에 처음 진입할 때 흔히들 경험한다는 경계나 거리감도 경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물론 그에게도 적응기간이라는 것이 필요했을 터. 한창 뮤지컬이라는 낯선 영역에 익숙해질 즈음 만났던 작품이 3년 전 ‘마마 돈 크라이었다.
당시에 처음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 소재의 독특함 뿐 아니라 구성이나 스토리 자체도 매우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다고 감탄했어요. 이 작품은 배우가 대본 대로만 연기할 수 있다면 이미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겠구나 싶었죠.”
당시 뮤지컬 배우로는 아직 완벽하지 못했던 허규가 이 작품에서 프로페서V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의 독특한 형식과 그의 작품을 임하는 태도 덕분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구성이 추가되면서 등장인물이 두 명으로 늘어나고 스케일도 커지고 화려해졌지만 당시엔 등장인물이 한 명 뿐인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공연이었어요. 사실 무대에서 혼자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니 혼자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익숙한 일이죠. 문제는 연기였는데, 전 당시에 굳이 프로페서V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 했다기 보다는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거죠.”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좀 익숙해졌냐는 질문에는 전혀요”라고 답했지만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과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느낌이나 관객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는 젓 정도는 충분히 경험했다.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팬이던 아니던 관객과 가수의 관계는 일방적이에요. 한쪽은 노래를 들려주고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듣는 거죠. 하지만 뮤지컬은 관객이 안에 들어온다는 느낌이 강해요. 아마도 내러티브와 캐릭터가 있고 감정 이입이 되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겠죠. 똑같은 팬이라고 해도 가수 허규를 좋아하는 분들은 경외한다고 할까, 수줍어하고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데 뮤지컬 배우 허규를 좋아하는 분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 오시죠.”
현재 그는 밴드 브릭 활동과 ‘마마 돈 크라이를 병행하고 있다. 공연이 매일 10시간씩 연습을 하면서 브릭 활동에도 소홀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무대가 더 긴장 될까?
둘 다 다른 의미로 긴장되고 부담스럽죠. 특히 ‘마마 돈 크라이는 초연 때 함께 한 작품이니 자부심도 있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요. 브릭으로 노래할 때는 다른 어떤 것 없이 노래로만 보여줘야 하니 내 소리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크죠.”
사람의 타고난 재능에 대해 얘기 할 때 몸에 어떤 피가 흐른다고 표현한다. 로커일까 뮤지컬 배우, 허규의 몸에는 어떤 피가 흐를까? ‘마마 돈 크라이에서 프로페서V는 사랑의 본질을 찾다 뱀파이어가 된다. 하지만 보름달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사랑하는 사람을 물어 죽이게 된다. 뱀파이어가 되는 것은 그에게 축복이자 곧 저주라는 운명의 사슬이다. 로커 허규에게 뮤지컬이란 영역은 이와 같지 않을까. 물론 그는 전통적인 뱀파이어 보다는 진화된 데이워커에 가깝지만 말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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