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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7번방` 정한비 "선배들 틈에 같이 있는 것만도 기뻐"
입력 2013-02-12 09:01  | 수정 2013-02-12 09:22

배우 정한비(27)는 요즘 무척 행복하고 즐겁다. 관객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에 자신이 나오기 때문이다. 비중은 작지만, 사람들에게 자신도 인정받는 듯하다. 또 연기 잘하는 류승룡, 오달수, 김정태, 정만식 등 선배들과 함께했다는 것만도 즐거움 그 자체다.
정한비는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류승룡)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사람들이 용구 딸 예승(갈소원)을 교도소에 데려오기 위해 벌이는 불가능한 미션을 담은 휴먼 코미디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의 담임선생으로 나온다.
"다들 연기를 무척 잘하시고, 굉장한 분들이시잖아요. 그 사이에 제가 같이 있다는 것만도 아주 기뻐요. 처음에는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부담감이 있었죠. 오디션 때 정말 내가 잘해야 작은 배역이라도 따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그는 담임선생과 보육 교사, 기자 등 3가지 배역 중 당당히 담임선생 역할을 따냈다. 정한비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많이 부족한데 절 뽑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릴 뿐"이라고 좋아했다. 또 "이미지가 착하고 선한 선생님으로 나오는데 스크린 속 나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 좋다"며 "정말 선생님처럼 보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좋았다"고 즐거워했다.
영화는 첫 출연이다. 그 때문에 흥행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었고,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도 좋았다. 일부러 주의에 얘기도 안 했는데 많은 이들이 알아봐 주고, 흥행까지 잘돼 기분이 좋다.

"친구들이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나왔대요. 기대감을 안 주려고 거의 안 나온다고 했었거든요. 사실 제가 연기자를 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많이 말렸어요. 숫기도 없고, 내성적인 제가 지금까지 연기할 줄 몰랐대요. 2, 3년 하고 그만할 줄 알았는데 계속하니까 신기한가 봐요."(웃음)
요즘 충무로에서 핫한 류승룡과의 연기 호흡도 신기했을 것 같다. 정한비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정말 재밌게 봤다"며 "처음에 만났을 때는 엄청나게 신기했었는데 그런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솔직히 류승룡 선배님이 '고지전'이나 '최종병기 활' 등에 나온 모습 때문에 무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할 것 같았는데, 너무 유머러스하고 장난도 많이 치더라.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시려고 하셔서 좋았다"고 좋아했다. 또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역할을 무척 잘 소화해서인지 예전 이미지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정한비는 또 "류승룡 선배는 매번 캐릭터를 거의 완벽하게 표현하시더라"고 감탄하며 "그에 반해 나는 이번에 어려운 캐릭터는 아니었고 무난한 역할이었다. 나중에 승룡 선배처럼 색다른 변신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경상북도 포항 출신인 정한비는 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이 세계에 발을 들였다. 대학까지 졸업(경기대 중어중문학과)한 뒤, 연기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2007년부터 연기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배우 송중기와 윤채이 등과 함께 수업을 듣기도 했다.
"2005년에 중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이듬해부터 고민했어요. 이 길이 내 길인지 혼란이 많았는데 1년 동안 생각하면서 욕심도 생기고, 의지도 강해진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나설 때 기획사들이 접촉해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처음 손을 내민 곳이 가수가 유명한 기획사라 가지 않았어요. 노래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결국 한 기획사를 택했는데 아픔을 겪었다. 위약금도 물어줘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왜 행운이 안 따를까 하는 생각을 했었을 때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픔으로 성숙해진 것 같아요. 밑거름이 됐죠. 그런 시기가 없었으면 아마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 거니 좋아요."
아직 연기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정한비. 시간이 흘러도 배우 생활을 하며 잊지 말고 갖고 가고 싶은 건 "조금이라도 덜 거짓말을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다.
"작품 속 인물로 100% 몰입해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 인물을 거짓말처럼 안 보이도록, 그 간격을 줄여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관객들이 '와! 저 배우는 진짜 그 역할로 보였어!'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그 말이 배우를 하며 가장 좋은 칭찬이 아닐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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