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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남동 덤앤더머, 록형들이 말하는 풍류(風流)란?
입력 2013-02-06 10:22 

갈고리라 불리는 남자 황의준, 니미킴 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김태진은 내귀에 도청장치와 레이니선이라는 한국 밴드신을 대표하는 록밴드의 멤버들로 밴드 생활 20여년에 가까워진 탓에 이제 어딜가나 형님 소리 듣는 축에 속하게 됐다. 이 어둡고 살벌한 음악을 하는 형님들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 노영석(따까리로 불리는 사나이)와 함께 2011년 새롭게 팀은 결성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고개가 갸우뚱 했다. 그 팀이 연남동 덤앤더머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지 않았다. 얼마 후 노골적으로 '너랑 하고싶다'는 제목의 노래가 나왔고 '이 형들이 왜 이러나‥'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게다. 그들에게 연남동 덤앤더머의 삶과 음악은 뭘까?

◯ 재미없으면 왜 하겠느뇨?
대체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별 고민없이 툭 던지듯 "재미지않냐"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재밌지 않냐. 기타 치면서 노래 하는 거 좋아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겠냐. 하고 싶은거 하려고 하는데 왜 하냐고 물으면 뭐라 해야 하냐"(황의준)
"내귀에 도청장치나 레이니선은 음악이 사실 어렵고 고민하는 시간도 길고 만드는 과정도 쉽지가 않다. 우리라는 사람들이 할 줄 아는게 음악 밖에 없고, 음악하는 게 즐거운데, 그냥 즐거운거 해보자는 거다. 이 팀은 특히 형식이나 콘셉트 어떤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하자고 만든 팀이다."(김태진)
세 번째 멤버 따까리는 사실 전문적인 뮤지션이 아니다. 니미킴과 20년 동안 친구로, 동생으로 지내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해 함께 하게 된 경우. 그에게 연남동 덤앤더머는 두 사람과 약간은 다른 의미다.
"처음에는 김태진씨와 고기먹고 술 먹다가 가게 구석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다가 시작된 팀이다. 나에게 연남동 덤앤더머는 하루하루 그렇게 흘려보내던 시간들을 노래로 기록하는 의미다."(노영석)
셋이 엉켜 술을 마시다가, 수다를 떨다가 뱉어낸 모든 이야기들이 노랫말이 되고 즉석에서 잡은 기타에 몇 가지 코드를 쳐대며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노래가 됐다. 그냥 재밌어서 하는, 고민 없는 삶 그 자체가 연남동 덤앤더머다.

◯ 웃긴다고 되겠느뇨, 안웃기면 듣겠느뇨?
이들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웃긴다. '전국 노래자랑'을 다녀오는 길에 트로트를 들으면서 만들었다는 신곡 '꽃사슴'이나, '칠갑산'을 듣다가 만들었다는 '청풍명월' 같은 노래는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길 한가운데서 뱃속이 부글거리는 아찔한 순간을 묘사한 '장트러블', 노골적인 육체적 구애를 노래한 '너랑 하고 싶다', 제목만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는 '귀차니즘의 승리' 같은 노래들은 분명 배꼽을 잡지않을 수가 없다.

"사실 70년대 가요 같은 시적이고 진한 감성이 나오는 가사를 쓰고 싶은데, 그런게 안나온다. 그냥 가사라고 쓰려고 하면 이런 얘기 밖에 안나오는 걸 어쩌란 말이냐. 대부분 남자들끼리만 있는 술자리에서 나오는 가사인 걸 저질 농담반, 망상이나 허세가 반 이런게 당연한 거 아니겠나."(노영석)
슬슬 형님들의 속내가 터져나왔다. 요즘 애들은 너무 얌전하다는 거다.
"요즘 유난히 록 하는 애들이 너무 샌님들이다. 막 지르고 던질 줄도 알아야지. 하고 싶은 말 돌려 돌려 말하는 건 비겁한 거지. 우리는 자체심의 같은건 안하려고 한다. 있는대로 던질 수 있어야지 음악 사람 아니냐."(황의준)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밴드신에 생겨나기 시작한 웃기는 밴드와 이들을 연장선에 놓고 보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요즘에는 그냥 웃길려고 하는 애들도 그만큼의 의미나 가치, 노력이 있다는 걸 알긴 하지만, 음악이 안되면 결국 오래 듣지는 못하는게다. 웃기기도 하고 오래 가는 친구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이 처음엔 밴드신의 물을 흐린다는 얘기도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봐라 남아있는 친구들은 음악적으로도 인정받는다. 웃긴다고 다 듣는 건 아니라는거다."(김태진)

◯ 도와주면 고맙지요
최근 연남동 덤앤더머에는 프로듀서로 피아(PIA)의 보컬 옥요한이 참여했다. 기본적으로 보컬 멤버가 없는 팀인 까닭에 보컬 디렉팅 부터, 하나하나 섬세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제이스윙이 엔지니어링을 돕고 있다. 최근에 새롭게 촬영한 재킷 사진도 아는 포토그래퍼의 도움으로 촬영을 마쳤다. 대부분 '재능기부'란다. 거의 무보수라는 얘기.
"옥요한씨의 경우 오랜 친구기도 하고, 딱히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도와준다더라. 우리로서는 '고맙습니다' 할 밖에 없잖나. 말이 프로듀서지 녹음부터 시작해서 스케줄도 잡아 오고 멤버들끼리 싸우면 중재까지 한다. 혼자 많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황의준)
앨범 제작비도 사실 팬들에게 '꿔다' 썼다. 대중문화 예술가들의 지원을 위한 한 온라인 펀팅 플랫홈에서 기부금을 받아 앨범 제작비의 일부를 충당했다.
"할 수 있는 게 뭐 없으니깐. 주변에 음악하는 사람들,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도움 받고, 우리도 우리 재능으로 갚는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술이나."(김태진)
실제로 피아의 옥요한 처럼 그들이 먼저 도움을 준다고 나서는 경우가 더 많다. 이미 자신들이 베푼 재능을 재능으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계약을 통해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고 누군가를 고용해 작업을 진행하는 '비즈니스'를 택했다면, 이 같은 팀을 꾸려나가기 어려웠을 지 모른다. 또 그런 방식이 월등한 퀄리티를 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우리가 이렇게 맘껏 놀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게 우리가 돌려줄 수 있는건 좋은 음악이다. 이 팀에 일말의 책임감이 있다면, 그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좋은 음악을 만드는 노력이겠지. 노는 것 같아도, 연습 진짜 열심히 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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